정진석 "안철수, 중도층 독점한다는 착각 벗어나야"

감명국·이원석 기자 2021. 1. 15.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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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 "야권 후보 단일화, 김종인 위원장 생각도 같다"

(시사저널=감명국·이원석 기자)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 일이라는 건 정말 한 치 앞을 모르는 거다. 지난해 4월 우리가 총선에서 참패를 당했을 때만 해도 1년 후에 보궐선거가 있을 거라고 누가 예상했겠나.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이런 상태로 내년 대선을 맞이한다면 굉장히 어려운 선거가 됐을 것이다. 그런데 그 중간에 어쨌든 반전의 기회를 잡은 것 아닌가. 이건 천우신조다. 하늘이 우리(야권)에게 내려준 마지막 기회다. 이번 선거에서 반드시 승리를 거둬야 한다."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이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오는 4월7일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어떻게 하든 문재인 정부의 폭주를 막기 위해 야권이 똘똘 뭉쳐 승리를 해야 한다. 그게 중요하다"는 말을 인터뷰 내내 반복했다.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를 놓고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신경전이 팽팽한 가운데, 1월11일엔 국민의힘 내부 균열이 노출되기도 했다. 정 공관위원장이 안 대표를 향해 "당 대 당 통합을 하자"고 제안한 데 대해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이런 콩가루 정당은 처음 본다"며 역정을 내기도 했다. 안 대표가 시사저널 등 여러 언론에서 보도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1위로 나타나고 있지만, 김 위원장은 여전히 당내에 "안 대표를 거론하지 말라"며 일축하고 있다.

반면 당의 경선룰과 공천 전반을 관리하는 정진석 공관위원장은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서 안 대표를 향해 손짓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 심판이라는 대의를 위해 (단일화는)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라는 것이다. 정 위원장과 시사저널의 인터뷰가 이뤄진 것은 논란이 인 다다음 날인 1월13일 오후 3시였다. 김 위원장과의 의견 충돌에 대해 정 위원장은 "통합 제안이 당 대 당 합당 개념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김 위원장의 구상과 제 생각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며 "방법론적인 부분은 훗날(선거 후) 얘기해도 된다. 중요한 건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하나의 진영으로 뭉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 단일화 국면을 극명하게 얘기하면 기호 2번 단일화와 기호 4번 단일화 중 어디가 승률이 더 높을 것이냐 하는 것"이라며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통합을 강조했다. 더 나아가서 그는 안 대표를 향해 "분명한 것은 (안 대표는) 국민의당 지지만 가지고는 절대 서울시장이 못 된다는 것"이라며 "국민의힘 지지자를 향해선 말을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시사저널 박은숙

4월 보궐선거를 앞두고 당의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역할이 크다.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이번 선거는 천우신조(天佑神助·하늘이 돕고 신이 돕는다), 하늘이 우리에게 준 마지막 기회다. 건곤일척(乾坤一擲·천하를 건 승부)에서 꼭 승리를 거둬야 한다."

안철수 대표와 당 대 당 방식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정 위원장의 입장에 대해 김종인 위원장이 못마땅해한다는 보도가 나왔다.

"당 대 당 합당 개념으로 얘기한 것은 아니었다. 기본적으로는 김 위원장의 구상과 제 생각이 크게 어긋나지 않는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만나 입당을 제안하지 않았나. 안 대표가 통합 결심을 전제하지 않고선 입당도 어려운 것 아닌가. 입당과 통합은 이질적 개념이 아니다. 또한 제 입장은 선거·정치 공학적 단일화가 아닌 양측의 화학적 결합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정권 교체라는 이번 선거의 대의를 위해 범야권이 그야말로 하나의 동질적 통합을 이뤄야 한다는 것이다."

당 대 당 통합이냐 혹은 흡수 통합이냐 하는 통합의 방식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건가.

"방법론적인 부분은 훗날 얘기해도 된다. 중요한 건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하나의 진영으로 뭉치는 거다. 화학적인 결합을 통해 선거 진영을 갖추는 게 급선무다. 이렇게 해야 여당에 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

무조건 합치자는 건 국민의당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들지 않을까.

"승리를 위해선 일단 단일화를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저는 국민의당을 지지하는 분들도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체제와 헌법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세력이라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권과는 다르다. 국민의당과 국민의힘은 그러한 가치 공유를 하고 있기에 질적 결합을 못 할 이유가 없다. 그야말로 자유 세력, 헌법수호 세력이 함께 힘을 합친다는 모습을 보여주면 국민에게 굉장한 울림이 되지 않겠나."

안 대표의 입장은 다른 것 같다.

"안 대표는 국민의당만이 중도 지지층을 독점하는 것처럼 말하고 있는데 천만의 말씀이다. 그런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을 오차범위 밖에서 앞서는 게 몇 주째 이어지고 있다. 이건 국민의힘이 잘해서가 아니라 문재인 정권의 폭정, 실정에 염증을 느낀 국민 민심의 대이동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 이동하는 민심이 주로 중도층인데, 그들의 일차적 귀착지가 수권정당이자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다. 이 단일화 국면을 극명하게 얘기하면 기호 2번 단일화와 기호 4번 단일화 중 어디가 승률이 높냐는 것이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플랫폼이 돼서, 울타리 밖의 주요 후보들도 우리 당에 와서 함께 범야권 통합 경선을 치르자는 게 우리의 입장이다."

만약 안 대표가 입당 등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나.

"그렇게 되면 우리 당 후보를 당연히 뽑아야 하고, 우리 일정대로 착착 정상적으로 진행하면 된다."

김 위원장은 3자 구도로 나가도 국민의힘이 이길 수 있다고 얘기했다.

"김 위원장은 당의 수장이기에 자신감의 발로로 그렇게 얘기하시는 것 같다. 아마도 마음으로는 단일화 필요성을 부인하는 건 아닐 것이다."

김 위원장이 안 대표를 상당히 불신한다는 시각이 많다.

"잘 모르겠다. 개인적으로 안 대표와 단둘이 대화를 나눠본 적도 없고, 그를 잘 알지 못한다. 논할 입장에 있지 않다."

김 위원장은 내년 대선을 바라봤을 때 안 대표와 통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서울·부산 시장 선거가 대선으로 가는 관문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라는 게 국민의 명령이라는 것이다. 선택이 아니라 당위의 문제다. 그걸 김 위원장이 부인한다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의견과) 일치한다."

신년 여러 서울시장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안 대표가 더 높게 나왔다.

"아마 당시엔 전격 출마 선언을 한 안 대표 기자회견 컨벤션 효과가 있었을 거다. 앞으로 당의 캠페인이 시작돼 주목되고 조명이 비춰지면 우리 후보들도 상당히 명망가들이기에 지지도가 상승할 것이다."

만약 경선을 통해 안 대표가 선출되면 국민의힘이 위축되지 않겠나.

"결과는 모른다. 안 대표가 알아야 할 것은 국민의당의 지지만 가지고는 서울시장이 못 된다는 거다. 안 대표도 국민의힘 지지자들에게 더 많은 표를 얻어야 서울시장이 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안 대표에게 충고를 드린다. 국민의힘 지지자를 향해선 말을 조심해야 할 것이다. 우리 당을 한 수 아래로 본다거나 폄하한다거나 그런 발언을 할수록 국민의힘 지지자들이 호감을 접을 수 있다."

당내에선 계속 새로운 인물을 찾는 제3후보론, 영입론도 나온다.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김 위원장도 별도 영입 계획은 없다고 얘기했다."

이번 4월 재보선의 승리 기준을 어떻게 규정하고 있나. 서울·부산 중 한 곳만 이기는 것도 승리에 해당하나.

"그건 패배다. 1승 1패는 명백한 패배다. 둘 다 승리해야 한다."

당내 일각에선 김 위원장의 독선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여전히 있는 듯하다.

"그렇지 않다. 김 위원장이 정치권에서 경륜가임에 틀림없고, 특히 우리가 총선 참패를 경험한 직후 삼고초려해 모셔온 분 아닌가. 김 위원장은 국민의힘을 지는 당에서 이기는 당으로 만들기 위해 온 것이고, 거듭된 노력을 통해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임기가 끝날 때까지 흔들림 없이 당 수장으로서 역할을 잘해 주실 것으로 믿는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대권 주자로 주목받으며 '충청 대망론'이 나온다. 같은 충청 지역 중진으로서 어떻게 생각하나.

"예의주시하고 있다. 스치듯 몇 번 만난 적이 있는데 깊은 인상을 받았고, 지난 1년간 벌어진 일들을 통해 굉장히 사명감이 있는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개인적으로 검찰총장 임기를 잘 마치고 기회가 되면 국가와 국민을 위해 헌신 봉사하는 일을 한번 택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본인 의지가 중요하겠지만, 윤 총장이 이미 국민이라는 호랑이 등에 올라탄 것이라고도 본다. 본인이 그 호랑이 등에서 내리고 싶어도 맘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야당 몫인 전반기 국회 부의장직을 던졌다. 후반기엔 어떻게 할 생각인가.

"여당이 하는 걸 보며 울분의 표시로 부의장직을 던졌다. 다수결 독재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안 하겠다고 한 거다. 후반기에도 여당이 법사위원장을 가져가겠다고 하면 우린 끝내 원구성 협상에 임하지 않을 것이다. 여당이 회개하고 원위치에 돌려놓으면 그때 가서 부의장직에 복귀하든 생각해 볼 것이다."

당내 최다선·최고참 의원으로서 당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는 듯하다.

"일단 이번 선거의 승리가 더 중요하다. 오늘도 초선 의원들과 (온라인) 모임이 있었지만, 주변에서 이런저런 요청을 많이 받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좀 더 고민해야 할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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