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철의 철학경영] 리더, 퍼스트 펭귄이 돼라
<139> 아문센과 펭귄
용기 있는 도전자 없으면 조직 사멸
남극 최초 탐험가 아문센이 그랬듯
철두철미한 준비성·행동력 갖춰야
“여러분, 그러면 2등이 누군지도 아십니까”라고 재차 물어보면 반응은 영 다르다. 다들 침묵을 지킨다. 역시 1등만 기억하고 2등은 기억하기 힘든가 보다. 학교에서 늘 그렇게 가르쳤기 때문이리라. 2등은 영국 해군 장교 출신의 로버트 스콧이라는 탐험가다. 스콧은 75명의 대원을 이끌고 남극 대륙에 도착한다. 대형 모터가 달린 썰매를 배에서 내리다가 무게를 이기지 못한 얼음이 깨지면서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바닷속으로 가라앉는다. 할 수 없이 말이 끄는 썰매를 사용한다. 말들은 며칠 가지 않아서 모두 죽는다. 그때부터 대원 한 사람당 엄청난 무게의 배낭을 지고 걷기 시작한다.
스콧은 천신만고 끝에 남극에 도착한다. 그러나 거기에는 이미 노르웨이 깃발이 휘날리고 있다. 그리고 ‘노르웨이가 일등 했다는 것을 증언해달라’는 쪽지도 함께 발견한다. 정복의 기쁨보다는 경쟁에서 졌다는 패배감에 무거운 발걸음을 돌린다. 남극의 수온이 얼마인지 아는가. 영하 4도다.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한 대원들이 한 사람 한 사람 죽어간다. 결국 스콧이 제일 마지막에 죽으면서 일기장에 이렇게 써놓는다. “우리가 남극을 정복한 것은 대영제국의 위대한 승리다.” 이 얼마나 멋들어진 말인가. 그런데 왜 이런 비극적 결과가 나왔을까.
남극에 가보면 나비넥타이와 턱시도를 입고 사람들을 반기는 신사들이 있다. 바로 펭귄이다. 이들이 얼음과 눈으로 덮여 있는 절벽 앞에서 일렬로 서 있는 모습은 장관이다. 물론 물속에 있는 물고기를 잡아먹으려고 서 있는 것이다. 그런데 누구 하나 선뜻 나서지 않고 다들 멈칫멈칫 서 있다. 서로 눈치를 보는 것 같다. 왜 그럴까. 물속에는 먹이들도 있지만 자신들을 잡아먹는 물개들도 같이 있기 때문이다. 먼저 뛰어들었다가 잡아먹히기 십상이라는 것을 펭귄들은 오랜 경험으로 잘 안다.
이때 한 마리가 물속으로 첨벙 하고 뛰어든다. 그때서야 다른 펭귄들도 일제히 먹이 사냥에 나선다. 제일 먼저 뛰어든 펭귄은 어떤 펭귄일까. 제일 용감한 놈, 정말 배고픈 놈, 좀 모자란 놈, 체력이 받쳐주는 놈 중 누구일까. 현재로는 ‘등 떠밀린 펭귄이 처음 뛰어든다’는 학설이 유력하다. 그러면 처음 뛰어든 펭귄의 운명은 어떻게 됐을까. 카메라맨들이 물속을 촬영해본 결과 의외로 물개의 사냥감이 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중요한 사실은 그 퍼스트 펭귄이 없으면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이다. 왜. 다들 망설이다가 굶어 죽을 테니까. 퍼스트 펭귄이 돼라. 기왕이면 사전 준비를 철두철미하게 하는 퍼스트 펭귄이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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