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 숙제로 주말 보낼 문대통령..'사과' 없는데 결단할까
국민 여론과 MB·朴 사과 여부 등 변수..문대통령 정치적 결단 가능성도
(서울=뉴스1) 김현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8일 신년기자회견을 개최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특별사면을 두고 고심이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안팎에선 문 대통령의 특사 고심엔 국민들의 여론과 이·박 전 대통령의 사과 등이 변수가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15일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오는 18일 신년 기자회견을 개최할 예정이다.
이번 신년기자회견에선 무엇보다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사면 여부에 대한 문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 시선이 쏠릴 다.
‘국정농단’ 등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았던 박근혜 전 대통령은 전날(14일) 대법원의 선고로 총 22년형이 확정됐다. 앞서 다스(DAS) 자금 횡령, 삼성 뇌물 등 개인 비리 혐의로 기소됐던 이 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징역 18년이 확정된 바 있다.
청와대는 특사 여부와 관련해선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청와대는 전날 박 전 대통령의 형 확정과 관련해 "국민의 촛불혁명, 국회의 탄핵에 이어 법원의 사법적 판단으로 국정농단 사건이 마무리된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라는 헌법정신이 구현된 것이며, 한국 민주주의의 성숙과 발전을 의미한다"라며 "전직 대통령이 복역하게 된 불행한 사건을 역사적 교훈으로 삼아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의미부여만 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특사 여부와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대법원 선고가 나오자마자 사면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가 않다"고 답했다.
이는 특별사면이 대통령의 고유권한인 데다 신년기자회견도 예정돼 있는 만큼 문 대통령이 직접 입장을 표명하는 쪽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기자들과 질답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입장을 밝힐 것으로 점쳐진다.
이에 따라 문 대통령은 주말 동안 신년기자회견을 준비하면서 특사 여부와 관련한 고심을 거듭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 대통령은 특사와 관련한 입장 표명을 앞두고 우선 국민들의 여론에 주목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국민적 여론은 호의적이지 않은 상황이다. 여론조사 전문회사인 한국갤럽이 지난 5~7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두 전직 대통령 사면에 대한 의견을 조사한 결과, '현 정부에서 사면해선 안 된다'는 의견이 54%, '사면해야 한다'는 의견은 37%로 부정적인 답변이 많았다.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8일 18세 이상 남녀 500명에게 ‘사면의 국민통합 기여도’를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4.4% 포인트)에서도 ‘기여 못 할 것’이라는 응답이 56.1%로, ‘기여할 것’이라는 응답은 38.8%보다 높았다.
이로 인해 일각에선 두 전직 대통령의 특사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태인 만큼 문 대통령이 사면을 선택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최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국민 눈높이'를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풀이된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이날 뉴스1과 통화에서 "문 대통령이 사면을 선택하려면 국민 여론도 그렇고, 국민통합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이 들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은 그렇지 못한 게 아니냐"며 "문 대통령이 신년기자회견에서 특사와 관련한 얘기를 하더라도 '지금은 논의할 때가 아니다'라는 수준 정도로 얘기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박 전 대통령의 반성이나 사과 메시지 여부도 문 대통령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새해 초부터 특사론을 쏘아올렸던 이낙연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은 특사 여부와 관련해 이·박 전 대통령측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전날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선고 결과가 전해진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박 전 대통령은 국민의 깊은 상처를 헤아리며 국민께 진솔하게 사과해야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박 전 대통령측은 "사면권자가 판단하면 될 일"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 여론이 호의적이지 않고, 전직 대통령들의 사과나 반성 메시지가 나오지 않더라도 문 대통령이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문 대통령으로선 고령인 전직 대통령들이 오랫동안 수감돼 있는 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결단을 내리더라도 좀 더 시간을 두고 판단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대법원의 판단이 나온지 얼마되지 않은 상황에서 곧바로 사면을 하는 것도 '원칙'을 강조하는 문 대통령의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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