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0단] 어차피 할 단일화라면 포장이라도 잘해야 팔린다
# 기시감이 든다. 10년 전인 2011년 가을,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 소속 오세훈 서울시장의 사퇴로 보궐선거가 열렸다. 야당인 민주당 후보엔 박영선 의원이 뽑혔다. 동시에 박원순 변호사가 무소속으로 나섰다. 그는 민주당에 입당하라는 요구가 있었지만 안철수 교수의 양보를 받아내며 힘을 키웠고 무소속을 유지했다. 결국 민주당 밖 경선을 거쳐 박 변호사가 야권 단일 후보가 되고 승리한다. 해를 넘겨 박원순 시장은 민주통합당(민주당 등이 합당)에 입당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4월에 또 있다. 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귀책 사유가 있다. 이번에도 야권 단일 후보 얘기가 빠지지 않는다. 야당은 국민의힘으로, 그 야당 밖의 인물은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로 바꾸면 된다. 또 국민의힘은 안 대표에게 입당하라고 하지만 사실상 불발됐다. 지금은 여기까지만 전개됐다.
10년 벌어진 일에 비춰보면 앞으로 국민의힘은 자체 후보를 뽑을 거고, 당 밖에서 안 대표와 경선을 벌일 거다. 만약 안 대표가 시장이 된다면 언젠가 국민의힘에 들어갈 수도 있다. 10년 전처럼 말이다.
보선에서 단일화가 안 되면 야권은 이기기 어렵다. 지금까지 일곱 번의 지방선거 가운데 2006년 4회 선거를 빼곤 민주당 계열 정당은 줄곧 득표율이 40% 이상이었다. 졌을 때를 포함해서다.
# 그러니 4월 보선에서도 민주당은 누가 후보가 되든 40% 정도는 얻는다고 생각하는 게 상식적이다. 이는 국민의힘 후보 따로, 안 대표 따로 출마할 경우 승산이 없다는 뜻이다. 그래서 안 대표의 단일화 주장이 나오자 국민의힘 내에서 호응이 있었다. 합당이라도 해서 안 대표와 단일화를 해야 한다는 의견까지 있었다. 이상한 출마 선언이라는 소리까지 들었던, 오 전 서울시장의 조건부 출마 선언(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입당 안 하면 출마한다)도 나왔다.
야권에선 후보가 분열해서는 필패라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그간 안 대표를 혹평해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최근엔 "단일화는 3월 초"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후보와 안 대표의 1대1 경선으로 들린다.
# 그런데 '밀당'이 좀 거칠다. 안 대표를 겨냥해 "이 정권에 도움을 준 사람" "계속 간만 본다" 등 비난이 나왔다. 안 대표의 소통을 문제 삼으며 '저격'한 경우도 있었다. 국민의당에서도 반발이 거칠다. 주도권을 쥐기 위한 차원으로 보이지만 만약 3월 단일화까지 비난과 저격의 수위가 더 높아진다면 감정싸움으로 갈 수도 있다. 잡음 속에 판이 깨질 수도 있다.
아무리 좋게 설명하고 명분을 대도 후보 단일화는 유권자의 눈엔 '야합'이다. 그 자체만으로 호평받기는 어렵다. 그나마 포장이라도 잘해야 팔린다. 10년 전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도 밀당은 있었지만 선을 넘지는 않았다. 만약 포장이 조잡하고 거칠다면 유권자들은 내용물을 보려고도 하지 않을 거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상훈 정치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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