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조사팀 中 우한 도착..코로나19 사태 1년만에 과학적 기원 찾기 나서

박근태 기자 2021. 1. 15.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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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이 1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원지로 지목된 중국 후베이성 우한 공항에 도착해서 모여 있다. 조사팀은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규정에 따라 일정 기간 격리하게 된다. 다국적 전문가로 구성된 WHO 조사팀은 현지에서 수집한 바이러스 샘플과 감염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코로나19의 기원을 추적할 예정이다. AP/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 확산의 기원을 찾는 과학적 분석을 위한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조사팀이 14일(현지시간) 중국에 도착했다. WHO 국제조사팀은 중국에 머무는 동안 코로나19 사태가 어디서 시작했는지 기원을 조사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14일 영국 BBC와 중국 신화망 등에 따르면 코로나19 기원 규명을 위한 WHO 조사팀이 이날 후베이성 우한에 도착했다. 미국과 러시아, 영국 등 10개국에서 온 전문가 13명으로 구성된 조사팀은 도착 직후 중국의 코로나19 출입국 규정에 따라 2주간 격리에 들어갔다. 조사팀 전문가들은 이 기간에 중국의 전문가들과 화상 회의를 통해 조사 방법을 논의하고 코로나19 바이러스의 기원과 관련된 혈청과 항체 연구를 추진할 예정이다. 

WHO는 이번 조사에서 우한에서 발견된 최초의 코로나19 감염 사례와 경로를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바이러스 확산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되는 다양한 동물을 조사한다는 계획이다.  우한은 2019년 11월 가장 먼저 코로나19 대규모 감염 사태가 발생한 곳으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은 우한을 코로나19 기원지로 지목하며 '중국 책임론'을 제기해왔다. 

하지만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9월 8일 인민대회당에서 전국 코로나19 방역 표창대회를 열고 "중국이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 성과를 거뒀다"며 사실상 종식 선언을 했다. 중국 정부는 관영매체를 필두로 지금도 이 대유행이 애당초 이곳에서 발생했는지 의문을 제기하기 위한 노력이 한창이다.

이와 별도로 과학자들은 중국 우한이 첫 번째 집단 발병지인 건 사실이지만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한 곳은 아닐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발견되기 전 스페인, 이탈리아, 미국에서 있었다는 보도가 수 개월간 잇따라 나왔다. 일각에선 이를 WHO가 우한을 조사하려는 것을 훼방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WHO의 국제 발병 및 대응 부서의 의장인 데일 피셔 싱가포르 국립대 교수는 BBC와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과학자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자연적 사건에서 시작했다고 믿는다”며 “WHO 조사팀의 방문이 정치나 비난에 관한 것이 아니라 과학적 질문의 밑바닥에 도달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조사팀은 초기 발병과 관련된 연구 기관, 병원, 해산물 시장을 잇따라 방문해 관련자들을 인터뷰하기로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팀의 우한행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처와 사람에게 유입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임무로 중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WHO 조사에 충분히 협조하겠다고 밝히고는 있다. 쩡이신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 부주임은 "중국이 코로나19 바이러스 기원 조사를 계속 중요시해왔으며 큰 책임감을 느끼고 과학적인 정신에 근거해 연구하고 있다"며 WHO 조사팀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의향을 내비쳤다.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코로나19 사태 이래 중국은 개방적이고 투명하며 책임지는 태도로 WHO와 함께 이 바이러스의 기원 규명과 관련해 긴밀한 소통과 협력을 해오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후베이성 성도 우한에서 보호복을 착용한 한 작업자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폐렴 발병의 진원지로 지목돼 폐쇄된 수산시장에서 방역활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하지만 WHO 조사팀이 이번 조사에서 코로나19 기원을 밝혀내긴 쉽지 않아 보인다는 의견도 있다. 무엇보다 조사팀이 정보에 얼마나 접근할 수 있을지도 조사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중국은 최근까지도 WHO 조사에 대해 대외적으로 성실하게 응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아 왔다. 실제로 다국적 전문가로 구성된 WHO 조사팀이 이달 5일 중국에 도착해 현지에서 수집한 바이러스 샘플과 감염자 인터뷰 등을 토대로 코로나19의 기원을 추적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비자 문제 등을 이유로 머뭇거리자 그동안 중국에 우호적이던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마저 입국 지연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WHO는 애초 이번 조사팀은 WHO 내 식품안전 전문가인 피터 엠버렉 단장을 포함한 15명으로 꾸려졌지만 나머지 2명은 싱가포르에 남아있다고 밝혔다. 조사팀 전원은 각국에서 출발 전 PCR(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를 받고 음성 판정을 받았으며 경유지인 싱가포르에서 다시 검사를 받았을 때도 음성 판정을 받았다.

싱가포르에 남은 2명은 코로나19 항체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나 면역글로불린M(IgM)과 IgG 항체 검사를 다시 받고 있다. IgM과 IgG는 바이러스에 먼저 결합해 인체 세포 감염을 차단하고 다른 면역세포를 불러와 바이러스를 공격하도록 하는 항체로 IgM은 항체 IgG 다섯 개가 별 모양으로 연결된 형태다. 이와 관련해 자오리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이 과학자 2명의 입국을 막았다는 보도에 대한 즉답을 하지 않고 “엄격한 방역 조치를 시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WHO는 앞서 코로나19 확산 사태 직후인 지난해 2월과 7월에도 조사팀을 중국에 파견했으나 중국 측이 협조하지 않아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번 조사도 WHO와 중국 정부 간의 수개월 간의 협상 끝에 이뤄졌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번 조사팀의 우한행에 대해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출처와 사람에게 유입된 경로를 확인하기 위한 중요한 임무로 중국 측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영국 BBC는 “중국이 보고서를 통해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를 선언했지만 바이러스가 어디서 왔고 어떻게 전달됐는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판단이 없다”며 “세계적인 압박에 직면한 중국 정부로서는 이번 조사단이 반갑지 않은 도착일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마거릿 해리스 WHO 대변인은 "조사팀이 코로나19 기원 문제에 대해 확실한 답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는 하지 말아야 한다"며 "중대한 감염병에 관한 연구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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