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과 '게임체인저' 엮기.. 전문가들은 코웃음친다

전종보 헬스조선 기자 2021. 1. 1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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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치료제 임상2상 끝냈을 뿐.. 성공한들 백신인가?"
셀트리온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셀트리온 제공

셀트리온의 코로나19 치료제 ‘렉키로나주’에 대해 게임체인저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이 이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치료제 특성상 판도를 뒤집을 만한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게임체인저 역할보다는 치료제 효과 자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치료제 개발로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기대했던 이들 입장에서는 다소 힘이 빠지는 발언이다. 무엇이 이들을 기대하게 했을까.

◇전문가들 “게임체인저는 백신… 치료 가능해지는 것에 주목해야”

셀트리온은 지난 13일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주(성분명 레그단비맙, 개발명 CT-P59)’의 글로벌 임상 2상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임상 대상인 경증·중등증 코로나19 환자에게 렉키로나주를 투여한 결과, 중증 진행률이 위약군 대비 54% 감소했다. 50세 이상 중등증 환자군의 중증 진행률 감소는 68%에 달했다. 렉키로나주 투약군의 임상적 회복 시간은 5.4일로, 위약 투약군(8.8일) 대비 3일 이상 단축됐으며, 특히 중등증(50세 이상 포함)환자군에게 렉키로나주를 투약했을 때 임상적 회복 시간은 위약군 대비 5~6일 이상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임상 결과 발표를 맡은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엄중식 교수는 “임상을 통해 렉키로나주가 코로나19 경증·중등증 환자의 중증 환자 발전 비율을 현저히 낮추고,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중증 환자 발생률 감소와 회복기간 단축 등 주목할 만한 성과를 냈음에도 임상 결과를 두고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다. 음전 기간(바이러스 검사를 통해 양성에서 음성으로 전환되는 기간)이나 구체적인 연구 방법이 공개되지 않았고, 특히 기대했던 것과 달리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전문가 의견이 잇달아 제기됐기 때문이다.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김우주 교수는 “일각에서 이야기하는 ‘게임체인저’라는 평가는 과도하다”며 “치료제 또한 사망률을 낮춘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지만, 결국 유행을 끝내는 백신이 게임체인저”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특히 “(렉키로나주의)중증 발전률 감소 효과는 발표됐지만 사망률 감소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다”며 “연구방법이나 대상, 특성 등이 더욱 자세히 발표된 후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임상 결과 발표자였던 엄중식 교수 또한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게임체인저’ 역할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엄 교수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를 통해 “‘게임체인저’는 완전히 판세를 뒤집는다는 의미인데, 항체치료제나 항바이러스제는 발생한 환자 치료에 의미가 있는 만큼 그런 단어에는 부합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유행의 판세를 바꾸는 것은 예방이고, 예방은 결국 백신으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백신을 접종받지 못하거나 백신을 접종해도 효과가 없는 사람들이 감염됐을 때 치료할 수 있는 치료제를 갖고 있다는 것이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정치권·미디어의 ‘치료제 띄우기’… 지나친 기대감 키워

두 교수 외에도 이날 관련 질문을 받은 전문가들 대부분 게임체인저로서 렉키로나주에 대한 기대를 경계하는 의견을 내놨다. 전문가들의 말처럼 치료제는 환자를 줄이고 추가 확산을 막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백신처럼 감염 자체를 예방하진 못한다. 렉키로나주뿐 아니라 모든 코로나19 치료제가 마찬가지다. 같은 의미에서 게임체인저가 되긴 어렵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렉키로나주가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한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 종식과 치료제 개발에 대한 강한 열망이 만들어낸 결과로만 보긴 어렵다. 정치권과 미디어의 지나친 ‘분위기 조성’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셀트리온을 비롯한 국내 제약사들의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관련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치료제가 등장하면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처럼 ‘게임체인저’라는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정치권에서는 정부와 여당 중심으로 코로나19 치료제가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드러내기도 했다. 사실상 단기간 내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이 어려운 만큼, 개발이 가까워진 치료제에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었다. 결과적으로 이 같은 움직임은 치료제의 본래 기능인 치료 효과에 관심을 갖기보다, 치료제가 코로나19를 종식시킬 수 있다는 지나친 기대만 늘어나게 했다.

셀트리온의 이번 임상 결과는 렉키로나주가 경증·중등증 환자의 중증 진행률을 낮추는 것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치료제 접종으로 입원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 발생이 줄어들 경우, 병상·의료진 부족 등 현재 겪고 있는 의료 시스템 마비를 일정 부분 해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폐렴을 동반한 중등증 또는 50대 이상 중등증 환자 등 증상 악화가 우려되는 환자에게서 더 높은 회복 기간 단축, 중증 진행 발생 감소 효과를 보였다는 점도 추후 치료제로서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요소다. 렉키로나주가 게임체인저가 되지 못해도 셀트리온이 박수 받을 자격이 충분한 이유다. 이들의 성과가 더욱 높이 평가되기 위해서는 ‘게임체인저’와 같이 지나친 의미나 역할을 부여하기보다,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밝히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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