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2개에 4인 가족이 5년간.." 신혼부부에 외면받는 신혼희망타운
그는 “지금도 세 식구가 전세로 24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데 아이 둘을 키우려면 방 2개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다”며 “올해 신혼희망타운 청약이 많다길래 기대가 컸는데 전부 소형 평수더라. 돈 없는 국민은 작은 평수에 사는 게 당연하다는 건가 싶어 씁쓸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신혼부부의 내 집 마련을 위해 지난해 말부터 신혼희망타운 공급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출산 계획획이 있는 신혼부부들은 신혼희망타운 선택을 꺼리는 분위기다. 24평 이하 작은 평수에 최대 5년 실거주 의무 및 10년 전매 제한까지 걸려있어 2명 이상의 다자녀를 키우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수도권 신혼희망타운 줄줄이 ‘미달’… 방 2개짜리 ‘소형 평수’ 걸림돌
지난해 말 청약을 마감한 시흥 장현, 양주 회천, 화성 봉담 신혼희망타운의 경쟁률은 수도권임에도 0.64대 1, 0.38대 1, 0.69대 1로 모두 ‘미달’이었다. 지난 13일 접수를 마감한 고양 장항 희망타운의 경쟁률은 2.5대 1로, 미달은 면했지만 해당 지역의 서울 접근성 등을 고려했을 때 수십대 1을 기록하는 신혼특공 경쟁률에 비해선 무척 낮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이런 저조한 경쟁률은 높은 분양가, 장기간 전매 제한, 매매 시 수익 공유 요건 등에 더해 ‘좁은 평수’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따르면 신혼희망타운은 전용면적 60㎡ 이하로 공급된다. 평면 구조는 대체로 비슷하다. 장항 신혼희망타운은 큰방(11㎡), 작은방(4.6㎡) 등 방 2개에 ‘아기방’이 있긴 하지만 면적은 1.5㎡에 불과하다. 아이가 성장했을 때도 같은 방을 쓰기엔 비좁을 수 있다.
LH는 신혼희망타운에 대해 ‘육아와 보육을 비롯한 신혼부부 수요를 반영해 건설한 공공주택’이라 밝히고 있다. 공급 대상은 신혼부부(혼인 기간 7년 이내 또는 6세 이하 자녀를 둔 경우), 예비 신혼부부, 한부모가정이 대상이며 전량을 신혼부부에게 공급하는 특화형 주택인 만큼 단지 내에 어린이집, 공동육아방, 방과 후 교실, 실내놀이터 등 보육시설을 강화한 점을 특장점으로 삼고 있다.
거기다 청약 시 자녀 수(3명 이상 시 최대 3점)에 따라 가점을 주고, 모기지론 수익 공유율도 자녀 2명과 0명의 경우 최대 20% 차이가 난다. 아파트를 매매할 때 자녀 수 따라 수익 공유율에 차등을 두는 것은 사실상 신혼부부의 출산 장려를 위한 경제적 유인이라는 해석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다자녀 출산을 장려하면서도 신혼희망타운에 24평 이하 소형 평수만 공급하는 것은 ‘공급 물량’만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된다. 한편으론 ‘소득이 낮으면 자녀가 많아도 좁은 집에 살아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있다는 쓴소리도 나왔다.
다만 소형 평수에서 자녀를 많이 낳을수록 청약 가점과 모기지론 혜택을 주는 부분, 실거주 의무 및 전매제한 기간이 긴 점 등은 여러 이해 관계자가 있어 정책상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고 인정했다. 모기지론 대출은 LH가 아닌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서 담당하며 실거주 의무 및 전매제한은 국토부 등과 엮여 있다.
이 때문에 신혼희망타운이 실수요자 위주 공급 정책이라고 하지만 사실상 단기 주거를 권장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주자 입장에선 아이가 초등학교가 들어갈 때쯤 집을 넓히거나 이사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라 교육적인 측면 등의 배려 없이 정책을 간단히 설계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LH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의 평형이 너무 작다고 느낀다면 일반 공공분양 주택에서도 특별공급물량으로 신혼부부에 대해 배정을 하고 있다. 만약 경제적 여건이 있고 더 큰 평형을 원한다면 이 부분도 선택지로 고려해볼 수 있다”며 “현재는 신혼희망타운에 더 큰 평형을 공급할 계획은 없는 상태“라고 설명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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