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獨 '포스트 메르켈'은 누구? 집권당 전당대회에 쏠린 눈

이슬기 기자 2021. 1. 15.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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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16년 무터 리더십' 대체할 인물 고심
집권 기민당 대표 후보들 3인 모두 남성
16일 전당대회서 차기 총리 윤곽 나올 듯
"女·이민자·젊은층 잡아야 대표성 확보"

독일 집권당인 기독민주당(CDU)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총리(왼쪽부터). /연합뉴스

'포스트 메르켈' 체제의 핵심은 대표성이다. 여성 정치인으로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금융 위기와 코로나19 사태를 관리하며 최장수 총리 반열에 오른 '무터(Mutter·엄마) 리더십'을 대체할 인물이 마땅치 않아서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만큼 차기 총리의 윤곽은 오는 16일(현지 시각) 치러질 기독민주당(CDU) 전당대회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독일 공영 도이체벨레(DW) 등에 따르면 집권 기민당은 이날 1001명의 대의원을 대상으로 화상 전당대회를 열어 새 지도부를 선출한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 연기된 끝에 결국 원격회의로 확정된 것이다. 신임 대표는 오는 9월 총선을 이끌고 메르켈의 뒤를 이어 새 총리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통상 기민당과 기독사회당(CSU) 연합정당 내에서는 다수파인 기민당 대표를 총리 후보로 추대해왔다.

이번 선거는 한때 메르켈 총리와 경쟁했던 프리드리히 메르츠 전 원내대표와 아르민 라셰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州) 총리, 노르베르트 뢰트겐 연방하원 외교위원장 간 3파전으로 치러진다. 세 명 모두 남성으로 '포스트 메르켈' 후보군이다. 이들과 별개로, 출마 선언은 하지 않았으나 코로나19 대유행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민당 소속 옌스 슈판 보건장관 역시 잠룡으로 주목받고 있다.

당초 메르켈 총리는 여성 국방장관 출신인 아네그레트 크람프 카렌바우어 전 기민당 대표를 후계자로 낙점했었다고 한다. 실용주의자이면서 중도 성향의 여성 정치인이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았던 것이다. 그러나 작년 2월 튀링겐주(州) 총리 선출 당시 기민당이 극우 성향 정당인 '독일을 위한 대안'(AfD)과 손을 잡았다는 논란에 휩싸였고, 결국 카렌바우어 대표가 책임을 지고 차기 총리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후 당내에선 라셰트 총리가 메르켈의 물밑 지원을 받으며 부상했다. 그러나 그는 지난 연말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정부의 사모임 제한 규정에 대해 "국가가 개인의 삶을 제한할 권한이 없다"며 AfD와 궤를 같이 하는 주장을 했다가 관할 지역 내 감염세가 극심해져 결국 봉쇄 조치를 따랐다. 최근에는 주 정부가 특정 기업의 제품을 홍보하는 대가로 총리의 자녀에 뒷돈을 챙겨준 사실이 드러나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메르츠 전 원내대표도 "메르켈 총리는 국민들이 크리스마스 연휴에 가족을 만나는 것까지 간섭한다"며 '메르켈=독재정권'이라는 식의 주장을 폈다. 이에 DW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 등 현지 언론으로부터 "전염병이 창궐하고 실제로 사람들이 죽어나가는데도 정치인들이 여론의 환심을 얻으려고 무책임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관련한 봉쇄 정책을 발표하기 위해 베를린 연방의회로 들어서고 있다. /AP 연합뉴스

◇정계 '라셰트' vs 재계 '메르츠'...대표성 확보가 관건

정치권은 물론 재계 역시 기민당 전당대회를 주목하고 있다. 특히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메르켈의 '좌클릭'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기업인 출신이자 보수 성향의 메르츠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고 DW는 전했다. 그는 2009년 정계은퇴 후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독일 자회사 이사회 대표를 맡았으나 2018년 정치권으로 돌아왔다.

독일 여론조사기관 알렌스바흐(Allensbach)가 지난주 FAZ의 의뢰를 받아 517명의 정·재계 고위 관계자를 대상으로 기민당 대표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재계 응답자의 41%는 메르츠를 선호한다고 답했다. 라셰트를 선호한다는 응답은 11%에 그쳤다. 반대로 정계 고위직에선 라셰트(35%)가 메르츠(11%)를 압도했다.

DW는 이들 세 후보 모두 스스로를 '독일 정치의 중간지대에 뿌리를 둔 중도 정치인'으로 소개하고 있다면서 "여전히 남성 중심인 기성 정치권에서 대표성을 확보하기 위해 젊은층·여성·이민자의 지지를 얻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한 당 차원에서도 극우 정당인 AfD는 물론 좌파 정당과도 선을 긋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라셰트와 뢰트겐은 최근 대의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우리당이 사회 전체의 대표자라 할 수 있는가"라며 "우리가 진정한 '빅 텐트' 정당으로 남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이민자들과 소수자, 여성 등 사회의 전체적인 지지를 얻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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