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011, 016, 019 완전히 사라진다

신은진 기자 2021. 1. 15.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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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G 서비스에 주로 사용됐던 폴더형 휴대전화기.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 중 유일하게 2G(2세대 이동통신)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LG유플러스가 2G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LG유플러스는 오는 6월 말까지 2G 서비스를 종료하기 위한 절차에 도입했다고 15일 밝혔다. 2G 서비스가 종료되면 011·016·017·018·019 등 ’01X’ 번호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세부적인 2G 종료일정은 정부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LG유플러스의 2G 이용자는 37만4000여명이다. 보안·관제 등 분야에서 IoT(사물인터넷)용 외선을 이용하는 기업 고객이 60% 이상이며, 통신서비스 용도로 2G를 이용 중인 개인 고객은 꾸준히 줄고 있다.

LG유플러스는 기존 2G 가입자가 불편함 없이 LTE나 5G로 통신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전환 지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구체적으로 LTE나 5G로 전환하는 고객은 ▲휴대폰 구매 시 최대 30만원 및 2년간 월 이용요금 1만원 할인 ▲2년간 월 이용요금 70% 할인 ▲무약정 단말기 12종 무료제공 및 2년간 이용요금 월 1만원 할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다만 무료로 제공되는 무약정 단말기 12종이 LTE 전용 제품인 만큼, LTE로 전환 시에만 선택이 가능하다.

◇LG텔레콤은 왜 019를 선택했나?

휴대폰 식별번호는 당시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1984년 카폰으로 시작됐다. 번호는 011이다. 이후 1995년에 이동전화를 시작한 신세기통신이 017을 식별번호로 부여받았다. PCS사업자는 1997년 1월에 KTF(현 KT에 합병)가 016을, 한솔PCS(한솔엠닷컴으로 변경)가 018을, LG텔레콤(현 LG유플러스)이 019를 각각 부여받았다.

KTF는 018을 원했지만, 그 당시 한솔PCS의 정용문 사장이 KTF의 이상철 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018에 대한 양보를 권유했다고 한다. 이상철 사장은 흔쾌히 이를 받아들였고 이로 인해 한솔PCS는 식별번호 018을 확정했다. LG텔레콤은 일찌감치 019를 선택했다. 019를 선택하는 사업자가 없어 별 무리없이 식별번호 019를 선택할 수 있었다. LG텔레콤이 019를 선택한 것은 9라는 숫자가 통신수단을 상징하는 비둘기의 울음소리인 ‘구구구’를 연상시키며, 동양에서는 9가 최고수나 최고로 높은 숫자를 의미하기 때문이었다.

식별번호가 확정되자 이동전화 5사는 식별번호를 활용한 마케팅에 집중했다. 초기에 사업자들은 선호번호를 우선 배정하겠다는 마케팅을 전개하기도 했다. SK텔레콤은 스피드011, 신세기통신은 디지털017, KTF는 016 PCS, 한솔PCS는 원샷018, LG텔레콤은 LG 019 PCS로 각각 식별번호를 이용한 브랜드 마케팅에 집중했다.

◇번호이동과 010 통합번호의 등장

그러던 중 2000년에 이동통신 시장이 재편된다. 신세기통신이 SK텔레콤에, 한솔PCS는 KTF에 합병되는 운명을 맞게 된다. 지금과 같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로 3개사 체제로 재편됐다. 이러한 시장 재편으로 시장에 늦게 뛰어든 후발사업자 KT와 LG유플러스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 특히 식별번호는 브랜드화돼 선후발사업자와의 식별번호 인지도 격차는 점점 더 벌어졌다. 해외에는 식별번호를 이동전화 사업자별로 부여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대부분 식별번호는 유선과 무선을 구분하기 위해서만 사용했다. 우리나라처럼 사업자를 식별번호로 구분하는 경우는 없었다. 이에 선발사업자가 시장에 맨 처음 진입했다는 이유로 011이라는 골드 식별번호를 부여받고 이를 브랜드화시키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정통부는 해외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이러한 문제점이 있다는 걸 받아들였다.

2004년 1월 도입된 것이 바로 번호이동제도와 ’010′ 통합번호의 등장이다. 번호이동제도는 011이라는 식별번호가 더 이상 SK텔레콤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해 줬다. 번호이동은 사업자의 마케팅에 힘입어 급속도로 진행됐다. 번호이동 제도는 SK텔레콤에서 LG유플러스로, KT에서 SK텔레콤으로 쓰고 있는 번호 그대로 사업자를 옮길 수 있는 제도다.

2006년말 기준 LG유플러스의 식별번호 가입자와 비율을 보면 010 번호 사용자가 50%를 넘었다. 기존 019 번호 사용자는 21% 수준으로 떨어졌다. 011번호의 경우 번호이동제도가 도입됐는데도 가장 많이 유지하는 번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에 10번씩 번호를 바꾼 사람, 그 이유는?

고객이 가장 선호하는 번호는 7777번이다. 그 다음은 포커번호(1111, 2222 등), 천단위번호(1000, 2000 등), 한자리번호(0001, 0002 등)이다. 이 번호는 30대 이상이 선호하는 번호이다.

집전화나 생년월일과 같은 번호는 선호번호가 공개되기 이전까지 고객이 대체로 인기를 끌었던 번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젊은층, 즉 20대의 선호번호가 달라지고 있다. 20대의 선호번호는 1004, 2580과 같은 번호이지만, 부여받기 어렵기 때문에 누르기 쉬운번호나 부르기 쉬운번호를 원하는 것이 추세이다. 남녀 커플의 경우에는 사귀기 시작한 날이나 의미있는 기념일을 선택하기도 한다.

통신사에는 번호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스도들이 있다. 사주팔자에 관심이 많은 40대 K씨는 하루에도 10번씩 번호를 바꾸며 궁합에 맞는 번호를 찾았다. 그는 번호 때문에 몸이 안좋아진다고 호소했다. 아내의 휴대폰 번호로 통화내역을 조회하려는 고객도 많다고 한다. 아내의 통화내역을 확인해 아내의 외도를 파악하고자 하는 것이다. 통신사는 “가입자 명의가 아내로 되어 있을 경우에는 통화내역을 조회하는 것은 불법이기 때문에 할 수 없다”고 밝혔다. 통신사는 또 “2424, 8282 등의 국번을 얻기 위해 새로운 국번이 언제 풀리는지 체크하기 위해 몇주를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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