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 분쟁 혼란 키운 美ITC, 배터리 소송은 명쾌한 답 내줄까?

한경우 2021. 1. 15.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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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이 벌이는 보툴리눔톡신제제(일명 보톡스) 균주 출처 분쟁의 시비를 가려줄 것으로 기대됐던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최종 판결에도 혼란이 지속되고 있다. 확실하게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지 못한 탓이다.

보툴리눔톡신 제제 시장보다 규모가 더 크고, 정치권의 이해관계까지 얽힌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미 ITC는 다음달 10일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을 내놓을 예정이다.

15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 ITC는 지난 13일(현지시간)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 보툴리눔톡신제제 영업비밀 침해 소송의 최종 판결문을 공개했다. 대웅제약의 보툴리눔톡신제제 나보타가 메디톡스의 영업비밀인 공정기술을 도용해 개발됐다며 미국 수입을 21개월동안 금지한다는 최종 판결이 나오게 된 배경이 담겨 있다.

그러나 최종 판결이 나왔을 때도, 판결문 전문이 공개된 뒤에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논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이번 분쟁의 핵심 쟁점인 균주 도용 여부에 대해 모호한 판단이 나왔기 때문이다.

미 ITC는 최종판결에서 메디톡스가 보유한 보툴리눔균주가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판단하며 나보타의 미국 수입 금지 기간을 예비판결의 10년에서 21개월로 줄였다. 메디톡스가 보유한 균주가 과거에는 제약 없이 주고받을 수 있었고, 메디톡스 역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기증받은 데다, 새롭게 균주를 개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웅제약은 "균주 논쟁 종결"을 외쳤다.

그러나 대웅제약이 메디톡스의 균주를 도용했다는 예비판결의 판단은 그대로 유지됐다. 유전자 분석을 통한 증거 능력을 인정해서다. 특히 ITC 위원회는 "피신청인(대웅 측)은 기록을 곡해하고 있다"며 "피신청인(대웅제약 측)들의 문제는 그들의 가정에 대해 기록상 아무런 뒷받침이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미 ITC 판결에 대해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모두 반발하며 미 연방법원에 항소했다.

미 ITC가 다음달 10일 내놓을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의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소송의 최종판결도 명확한 답을 내지 못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SK이노베이션은 ITC 소송 절차인 증거개시(Discovery)프로그램에 따른 명령을 어긴 혐의가 인정돼 조기패소 판결을 받았지만, 이의를 제기해 재심사를 이끌어냈다.

명확한 최종판결이 나더라도 패소한 쪽이 항소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 못지않게 갈등의 골이 깊다.

소송 과정에서 새로운 상황이 생길 때마다 논쟁을 벌이는 점부터 그렇다.

전날 LG화학은 미국 특허청 특허심판원(PTAB)이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8건의 특허무효심판에 대해 작년 11월 30일부터 지난 12일에 걸쳐 모두 조사 거부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SK이노베이션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미 ITC 소송의 결과가 먼저 나온다고 판단되면 중복 청구를 이유로 특허무효소송을 각하하는 정책에 따른 것이라며 "LG에너지솔루션이 (PTAB) 결정의 본질적 내용을 왜곡하면서 아전인수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자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 초부터 중복 청구를 이유로 무효 신청을 각하하는 결정이 시작됐다면 (SK이노베이션은) 왜 비용까지 들여가며 8건을 신청한 것인지에 대한 해명은 없이 본인들의 실수를 유리하게 왜곡하는 모습이 매우 안타깝다"고 맞받았다. SK이노베이션은 작년 5~7월 8건의 특허무효심판을 제기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다음달 10일 최종판결이 나오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 외에도 ITC에서 특허 침해 소송도 벌이고 있다.

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주변 환경도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의 소송보다 더 복잡하다. 우선 이제 막 개화하기 시작한 전기차 산업의 핵심 가치사슬인 이차전지 시장은 보툴리눔톡신 시장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글로벌 보툴리눔톡신제제 시장의 규모는 약 5조원으로 추산되는 데 반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20%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LG에너지솔루션의 수주 잔고만 150조원 이상이다. 이에 더해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모두 미국에 배터리 공장을 보유하고 있어 소송 결과가 미국 현지의 고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SK이노베이션의 패소가 확정돼 10년동안 미국에 배터리 부품을 수출할 수 없게 되면 SK이노베이션이 조지아주에 짓고 있는 배터리 공장의 운영도 불투명해진다. 이 공장에서 생산된 배터리를 공급받기로 한 테네시주의 폭스바겐 전기차 공장도 영향을 받는다.

이에 미국 정치권까지 나섰다. SK이노베이션의 미국 배터리 공장이 있는 조지아주와 폭스바겐의 전기차 공장이 있는 테네시주를 각각 지역구로 하는 하원의원 3명은 작년 12월 10일(현지시간) 양측에 합의를 촉구하는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에 증권가에서도 섣불리 소송 결과를 예측하지 못하고 있다. 강동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에 대해 "미국에서 진행 중인 행정소송 및 민사 소송의 결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향후 소송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지만, 현재 밸류에이션에는 모든 것이 안정적으로 마무리된다는 시나리오가 반영돼 있다"며 목표주가를 상항하면서도 투자의견은 '마켓퍼폼'을 유지했다.

[한경우 매경닷컴 기자 case@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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