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너무 빠르다"..이주열 빚투 경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자산시장에 대해 '거품'이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도, 차입을 통해 투자하는 '빚투(빚내서 하는 투자)'에 대해서는 엄중히 경고했다.
이 총재는 15일 서울 세종대로 한은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후 간담회에서 "과도한 레버리지에 기반한 투자는 예상치 못한 충격으로 가격조정이 있을 경우 감내하기 어려운 손실을 유발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산시장의 버블 여부를) 사전적으로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최근 증시 상승 속도는 과거에 비해 대단히 빠르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주요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이 상당히 오래갈 것이라는 낙관적 기대가 바뀌거나, 예측할 수 없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생한다거나, 코로나19 확산세가 더 가팔라지고 백신공급에 차질이 생기거나 하는 충격이 발생하면 얼마든지 주가가 조정 받을 수 있다"며 "투자자들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빚투', '영끌' 등으로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는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지만, 이전에도 이미 높은 수준이었고 지난해 주택가격 상승과 함께 가계부채 증가속도가 가팔라졌기 때문에 부실 위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한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은행 가계대출은 전년대비 100조5000억원 급증했다. 2004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많은 증가폭을 기록했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11월 전망했던 3% 내외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3차 재유행으로 소비 충격이 커졌지만, IT를 중심으로 한 수출과 투자가 개선되면서 이를 상쇄하고 있다는 평가다. 성장률 수준 자체는 높지만, 지난해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 등을 감안하면 코로나19 이전 수준이나 잠재 수준의 성장세로 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 총재는 "소상공인 등 취약계층의 어려움이 상당히 크고, 앞으로 경기흐름도 불확실성이 크다"며 "금리정책 기조 변경을 고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14일(현지시각)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금리를 올릴 때가 오면 틀림없이 그렇게 하겠지만, 그 시기가 아주 가까운 것은 아니다"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파월 의장도 고용 등 경기상황을 감안할 때 긴축이 필요한 때는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위기 이후 시행한 금융중개지원대출 한도 확대, 회사채 매입기구 설치 등 시장안정화 조치 중단 여부에 대해서도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이 총재는 "일련의 조치는 유동성 부족에 처한 기업들의 자금조달 어려움을 완화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여러 안정화 조치를) 너무 섣불리 회수하는 것은 또 다른 부작용이 있을 수 있고, 연장했을 때의 효과와 부작용 등을 면밀히 봐가면서 종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한은이 자산시장 과열에 '견제구'를 날리며 금융안정에도 무게중심을 싣는 모습을 보였다"며 "통화기조 변화를 유발할 정도는 아니지만 부작용을 언급하기 시작했다는 분위기 변화를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상훈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 3차 확산 충격과 취약계층 피해를 거듭 강조한 점을 고려하면 연내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더욱 낮아졌다"며 "기준금리 동결은 올해 내내 이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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