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기' 맞은 김종규-이종현.. '슬램덩크' 조언이 필요한 때

이준목 2021. 1. 15.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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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장] 팀이 다시 반등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준목 기자]

 지난 7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의 경기. DB 김종규가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KBL에서 강력한 토종빅맨은 흔히 우승의 보증수표로 꼽힌다. 서장훈, 김주성, 하승진(이상 은퇴), 오세근(안양 KGC), 함지훈(울산 현대모비스), 이승현(고양 오리온) 등의 공통점은 모두 신인 시절부터 일찌감치 두각을 나타냈고, 나란히 자신의 첫 소속팀을 정상에 올려놓으며 리그의 판도 자체를 바꿔놓은 선수들이라는 것이다. 아예 팀의 원클럽맨으로 남은 선수들도 많다. 이들의 역사가 곧 한국프로농구의 역대 간판 빅맨 계보로 이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종규(원주 DB)와 이종현(고양 오리온)은 2010년대 이후 한국농구를 대표하는 빅맨 계보를 이을 선수들로 꼽혔다. 이들은 나란히 아마추어 시절부터 성인 국가대표팀으로 뽑힐만큼 잠재력을 인정받았고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는 12년 만에 금메달을 따는 데 큰 공을 세운 핵심 멤버들이기도 했다. 대학 시절(경희대-고려대)까지는 국내에서 적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을만큼 독보적인 포스를 자랑했고, 신인드래프트에서도 나란히 1순위로 지명되었다는 것도 공통점이다.

하지만 2020-21시즌 두 선수는 나란히 시련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김종규의 소속팀 원주 DB는 8승 22패로 최하위(10위)에 그치며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사태로 조기종료된 2019-20시즌 서울 SK와 공동 1위를 기록했던 DB가 불과 한 시즌만에 이렇게까지 추락하리라고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DB는 시즌 초반 개막 3연승으로 순조롭게 출발하는 듯했으나 이후 외국인 선수들의 부진과 국내 선수들의 줄부상 악재가 겹치며 한때 11연패의 수모를 겪는 등 급격하게 추락했다. 10개 구단 중 아직까지 두 자릿수 승리를 거두지 못한 팀은 DB가 유일하다.

간판 선수인 김종규도 부상에 허덕이며 20경기에 나서 9.5점, 5.7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더블-더블(득점-리바운드)은 올시즌 아직 단 한 번에 불과했다. 허훈(부산 KT)과 MVP 경쟁을 펼치며 전 경기(43경기)에 출전하여 13.3점 6.1리바운드 2어시스트를 기록했던 지난 시즌에 비하여 위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김종규는 시즌 초반 족저근막염 증세로 이탈해야했고 복귀한 이후에도 팀사정상 완전한 컨디션이 아닌 상태로 경기에서 나서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김주성 시대부터 'DB산성'으로 불릴만큼 강력한 수비와 높이의 고공농구를 트레이드 마크로 하던 DB였지만 김종규의 부진속에 팀리바운드는 6위(38.7개)-블록슛(2.6개)은 8위에 불과했다. 실점은 83점으로 오히려 세 번째로 높다.

'제2의 김주성'으로 불리는 김종규는 창원 LG에서 프로 경력을 데뷔한 이래 정규리그 우승만 한 차례 차지해봤지 파이널 우승과는 아직 인연이 없다. 지난 2019-20시즌에는 FA자격을 얻어 KBL 역대 최고연봉 기록(12억7900만 원)을 경신하여 DB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에는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리그가 조기종료되는 악재 속에 MVP 타이틀이 허훈에게 돌아가는 걸 바라봐야만 했다. 올해는 팀이 총체적 난국에 휩쓸리며 본인도 고전하고 있다. 서장훈-김주성-오세근 이후 KBL 최고의 토종빅맨으로 자리잡은 김종규의 위상을 감안할 때 선배들과 달리 아직까지 '무관'이라는 꼬리표는 김종규에게 넘어야할 숙제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의 그렉 오든'으로 불리는 이종현의 농구인생은 더 파란만장하다. 2016년 신인드래프트 1순위로 울산 현대모비스의 지명을 받으며 화려하게 입성했지만 매년 반복된 잦은 부상으로 프로에서는 잠재력을 꽃피우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프로농구의 판도를 깨는 3각 트레이드로 현대모비스를 떠나 오리온 유니폼을 입고 새 출발에 나섰다. 고려대 시절 막강한 트윈타워를 이뤘던 선배이자 절친 이승현과의 재회로 화제를 모았다.

이종현은 오리온에서의 이적 초반,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 수비와 높이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이며 재기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오리온은 트레이드 이후 고공농구를 바탕으로 상승세를 타며 어느덧 리그 2위까지 치고올라오며 '이종현 효과'를 실감케했다.

하지만 이종현은 최근 다시 하락세다. 트레이드 초반인 경기당 15~20분 정도를 소화했던 이종현은 3라운드 이후로는 평균 출전시간이 10분 이하로 뚝 떨어졌다. 시즌 기록은 22경기에 출전하여 2.9점, 2.4리바운드, 오리온 이적 후로는 17경기 평균 13분 동안 3.6득점 2.8리바운드 0.4블록이다. 이적 초반 4~5경기까지는 평균 6점, 3리바운드 정도를 따냈다면 출전시간이 점점 줄어들면서 세부 기록도 덩달아 하락했다. 단순히 수치가 떨어진 게 문제가 아니라 이적 초반에 보여주던 의욕적인 플레이가 사라진 것이 더 문제다. 

이종현의 부진은 역시 과거의 부상 트라우마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종현은 무릎과 아킬레스건, 발목 등에 번갈아가며 부상을 당하며 수술대에만 세 번이나 올랐다. 원래부터 터프한 플레이스타일도 아니다보니 골밑에서 과감하게 몸싸움을 해야하는 상황에서 주저하는 경향을 보인다. 현재로서 이종현의 팀내 위상은 이승현의 체력을 안배해주거나, 골밑수비 강화를 위하여 짧게 투입되는 백업 멤버 정도라고 할 수 있다. 대학 시절까지의 무시무시한 존재감을 감안하면 성장세가 아쉬운 게 사실이다.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끌었던 일본의 농구만화 <슬램덩크>에서는 능남고의 센터였던 변덕규가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던 채치수에게 "도미가 아닌 가자미가 돼라"라고 조언하는 장면이 나온다. 도미처럼 화려하고 비싸진 않지만 실속 있는 가자미처럼, 자신이 빛나는데 연연하지 말고 조연으로서 팀원들을 살려주는 플레이에 집중하라는 의미다. 극중 변덕규는 자신보다 기량에서 늘 한 수 위의 평가를 받던 채치수에게 경쟁심과 열등감을 느껴왔지만, 자신이 꼭 주역이 되지않더라도 얼마든지 팀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는 사실에 눈을 뜨면서 각성하는 캐릭터로 묘사된다.

채치수가 전국 대회에서는 입장이 바뀌어 자신보다 더 뛰어난 신현철이라는 센터를 만나 농락당하는 상황이 되자, 이를 지켜보던 변덕규는 본인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채치수에게 팀을 위하여 지금 어떤 역할을 해야하는지를 일깨워준다. 지금의 이종현이나 김종규에게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조언이다.

팀스포츠에서 진정으로 좋은 선수의 가치는 얼마나 뛰어난 개인 기록을 남기느냐보다 얼마나 팀을 더 많은 승리로 이끌 수 있느냐에 달렸다. 올시즌 부상과 부진으로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는 김종규와 이종현으로서는 본인이 더 이상 팀의 주역은 되지않더라도 꾸준하고 희생적인 플레이로 팀이 다시 반등할 수 있도록 기여하는 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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