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살균제 무죄판결 "말도 안 돼" 소비자단체 항의
"피해자 몸이 보여주는 증거 왜 외면하나"
法, 동물실험 피해 입증 안 된 점 고려해
항소심서 추가 연구 제시될지 주목돼
[파이낸셜뉴스] 가습기살균제 참사 원인제품 중 하나인 '가습기메이트' 제조업체 SK케미칼과 애경산업 전 대표가 무죄판결을 받으며 시민사회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수많은 피해자가 양산됐음에도 제조업체에게 제대로 된 책임을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회적 참사에 대한 제조업체 책임을 묻는 판결로 주목받은 가습기메이트 공판은 항소심에서 2라운드를 예고했다.
■소비자단체 "피해자 엄연히 존재하는데, 면죄부 준 것"
소비자단체들의 모임인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15일 성명을 내고 사법부의 1심 무죄판단을 강력히 규탄했다.
협의회는 "이번 SK케미칼을 비롯한 애경산업, 이마트, 필러물산 등 임직원 13명, CMIT·MIT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제조·판매 기업에 대한 사법부의 1심 판단에 우리는 분노를 넘어 슬픔을 감출수가 없다"며 "가습기살균제 피해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피해자는 물론, 수십년간 힘겹게 고통 속에서 살아가는 피해자의 몸이 보여주는 증거는 입증되지 않은 증거이며, 단 얼마간의 동물실험 결과가 피해를 입증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인체에 해로운 독성물질을 만들고 판매한 사업자가 무죄라는 판결을 내린 것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협의회는 이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특히 해당 제품으로 인한 피해자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만들고 판매한 기업에 무죄라는 면죄부를 부여한 사법부 판단에 개탄스러움을 감출 수 없다"면서 "그동안 고통스럽게 싸워온 피해자들이 받게 될 허탈감과 끝나지 않는 고통에 슬픔을 감출 수 없다"고 전했다.
가습기살균제는 1994년 처음 제품이 시장에 출시됐고 23년만인 2011년 8월 31일 정부의 역학조사로 문제가 알려지게 됐다. 이후 5년 간 사건이 지지부진하다 2016년에야 검찰이 재조사에 착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3부(재판장 유영근)는 12일 업무상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된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와 안용찬 전 애경산업 대표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가습기메이트 제품 원료인 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MIT)이 폐질환을 일으킨다는 직접적 인과관계가 증명되지 않았다는 게 결정적인 이유다. 특히 CMIT·MIT 성분 가습기 살균제만 단독으로 사용한 피해자가 단 4명에 불과하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檢, "동물 호흡기에 상해 입힐 수 있어"
해당 사건 피해자로 접수된 총 98명 중 94명은 가습기메이트와 함께 옥시싹싹 제품을 함께 쓴 복합 사용자다. 법원은 옥시싹싹의 영향으로 피해가 발생했는지, CMIT·MIT 성분으로도 피해가 나올 수 있는지를 단정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재판부는 CMIT·MIT 성분이 폐질환으로 이어진다는 동물실험 등 관련 연구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든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폐섬유화에 이르지는 않았으나 CMIT·MIT 성분이 동물 호흡기에 상해를 입힐 수 있다는 점을 들어 항변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협의회는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라는 제품을 최초로 만들어낸, 살인제품의 판도라의 상자를 연 회사이고, 애경산업은 SK케미칼로부터 가습기살균제 제품을 넘겨받아 CMIT·MIT 성분의 가습기살균제 최대 판매업체"라며 "이날의 무죄 판단으로 이제 해당 기업들은 면죄부를 얻었다고 생각할 것이며 이를 지켜 본 다른 기업들은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할 때 표시광고를 어겨도 법이 입증하면 유죄고, 법이 입증하지 못하면 무죄가 될 것이란 잘못된 믿음을 갖게 만든 것"이라고 규탄했다.
한편 정부에 신고를 접수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는 지난해 기준 6817명, 이중 사망자 1553명이다. 한국환경보건학회 연구로 확인된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이를 훌쩍 넘는 350만~40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중 10% 가량인 40만명이 가습기살균제 사용 후 건강문제로 병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pen@fnnews.com 김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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