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혜진이 보여준 에이스의 품격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2021. 1. 15.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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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우리은행 박혜진이 지난 14일 벌어진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의 경기에서 손가락을 펴보이며 동료들에게 작전을 지시하고 있다. WKBL제공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의 위성우 감독에게 물었다.

“김정은이 부상으로 빠졌는데 만약 박혜진마저 복귀하지 못했더라면 어땠을까요.” “우리가 꼴찌하는 거죠.” “설마….” “아녜요, 꼴찌 안 한다고 보장 못합니다.”

지난 14일 열린 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신한은행전. 1쿼터에만 3점슛 7개를 허용하고 전반 한때 15점 차까지 밀린 우리은행이 끈질긴 추격전 끝에 경기를 뒤집은 데는 포기를 모르는 끈끈한 팀 분위기가 작용했다. 그 한가운데는 코트 안에서 경기 운영을 조율하고 동료들을 한데 묶는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박혜진(31)이다. 위성우 감독은 박혜진을 “우리 팀의 키 플레이어”라고 했다.

박혜진이 에이스로서 면모를 서서히 되찾고 있다. 더구나 공·수의 주축인 김정은이 부상으로 빠진 가운데 박혜진의 역할이 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개막전 부상으로 한동안 나오지 못하다가 3라운드 경기인 지난해 12월 10일 하나원큐전부터 모습을 드러낸 박혜진은 14일 신한은행전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40분 풀타임을 소화했다. 그는 경기 후 “어느 순간 부상을 당하면서 많이 뛰고 싶어도 못뛸 때 있었다”며 “힘들면서도 행복하다”고 말했다. 뛰면서 아프지 않아 좋다고도 했다.

박혜진의 진가는 승부처에서 드러난다. 신한은행전 4쿼터. 조금씩 승기를 잡아나가기 시작한 우리은행은 김소니아와 최은실의 잇단 페인트존 득점으로 달아나기 시작했고, 뒤를 이어 박혜진이 사실상 승부를 결정지은 3점포를 터뜨려 61-50, 11점 차로 스코어를 벌렸다. 오랜만에 보는 박혜진의 클러치 능력이었다.

박혜진은 15일 현재 올시즌 10경기에 나와 경기당 평균 11.9점을 넣고 있다. 부상에서 돌아온 직후 잠시 주춤했지만 서서히 출전시간을 늘려가면서 컨디션을 되찾았다. 비록 표본이 많지는 않지만 야투적중률 49.4%, 3점슛성공률 47.4%, 자유투성공률 85.2%을 기록하고 있다.

선·후배를 하나로 묶어주는 가교 역할도 그의 몫이다. 주장으로서 책임감도 크다. 신한은행전이 끝난 후 4분 동안 무득점에 묶인 채 64-61까지 쫓긴 상황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내가 조율을 잘 못했다. 움직임을 많이 가져갔어야 했는데 세워 놓고 공격을 하다 보니 잘 안됐다”며 자기 탓으로 돌린 장면은 ‘주장 박혜진’의 면모가 어떤지 잘 설명해주고 있다. 코트 안팎에서 동료들의 신뢰를 받는 것도 바로 이런 자세 때문이 아닐까.

위성우 감독은 “(김)정은이와 (박)혜진이 둘이서 우리 팀을 이끌고 있다”며 “(김정은이 없는 상황에서) 포지션은 다르지만 무게감을 가지고 역할을 할 수 있는 게 박혜진”이라고 말했다.

조홍민 선임기자 dury12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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