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의 도시순례]미래지향적 신도시의 조건

이종길 2021. 1. 15.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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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공급확대에 역점을 두고 주택을 공급하겠다고 언급하면서 여러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순수하게 주택공급을 늘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기존 주거 지역이 아닌 다른 지역에 대규모로 조성되는 신도시 건설일 것이다.

기존 주택을 철거하고 새롭게 건설하는 재건축 및 재개발은 주거여건 개선에 큰 효과가 있지만 주택 수 자체의 증가는 제한적이다. 물론 재건축 및 재개발을 통해 공급되는 주택들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주택이기에 실질적으로 주택공급을 늘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도시를 새롭게 만든다는 것은 우리에게 당연하게 들리지만 사실 세계적으로 흔한 사례가 아니다. 그것도 30년에 걸쳐서, 10년 단위로 계속 신도시를 조성하는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는 '신도시'를 당연하게 생각하지만 막상 이것을 영어로 옮기기에 적당한 표현이 없다. 일반적으로 '뉴타운(new town)'으로 번역하곤 하지만 타운은 도시보다 작은 읍을 의미하기 때문에 신도시와 차이가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신도시는 어쩌면 대한민국의 특산물일지도 모른다.

경제가 성장하고 인구가 증가하면 주거 수요도 는다. 이에 따라 주택 가격이 상승하는 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동일한 현상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과 유럽의 주요 국가들 역시 주택 수요의 급증에 맞서 대규모 신규 주거지역을 조성했다.

은평뉴타운 전경

하지만 이런 시도는 1970년대 중반을 기점으로 약화했다. 이유 가운데 하나는 아파트로 대표되는 공동주택 및 이렇게 형성된 주거지역에 대한 선호가 낮아졌다는 점이다. 스웨덴의 경우도 1960년대 중반 이후 10년 동안 100만채의 주거 공급 계획을 실행에 옮겼지만 낮은 품질과 단조로운 형태 등으로 선호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은 1990년대 이후 두 차례의 대규모 신도시 조성사업을 진행했다. 최근 다시 3기 신도시 건설사업을 진행 중이다. 신도시 사업이 계속 진행될 수 있는 것은 신도시가 사회경제적 변화를 적극 반영함으로써 선호 수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19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자동차 보급 확대는 넓은 도로, 편리한 주차공간에 대한 필요성을 높였다. 아파트 위주의 신도시는 격자형으로 조성된 넓은 도로망, 그리고 당시로서는 충분해 보이는 주차공간 제공으로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게다가 과거에 체험하지 못했던 미래지향적인 모습도 크게 기여했다. 공원이라는 개념이 낯설던 시절 크고 작은 공원을 체계적으로 배치하고 핵심지역에 대규모 공원도 조성했다. 이에 더해 안전한 통학이라는 개념까지 도입해 초등학교의 경우 큰길을 건너지 않고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게 해줬다.

지금으로서는 당연한 모습이지만 30년 전에는 상상하기 힘든 미래지향적인 모습을 구현한 곳이 신도시였다. 이런 경험은 3기 신도시에도 적용돼야 한다. 현재의 문제를 현재의 관점과 눈높이에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수십 년 이후를 내다보는 미래지향적인 접근이 필요한 것이다.

20일 서울 서초구 호반건설 사옥에 개관한 위례신도시 '호반써밋 송파' 홍보관이 방문객들로 붐비고 있다./김현민 기자 kimhyun81@

향후 진행될 트렌드 가운데 가장 핵심적이며 중요한 것은 전기의 사용과 중요성이 획기적으로 높아지는 전기화(electrification)라고 할 수 있다. 과거 조명 수준에 머물렀던 전기는 점차 냉·난방, 취사의 범주로 확대되고 있다. 전기자동차로 대표되는 이동까지 전기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전기 수요 확대는 과거와 다른 기반시설 구축을 필요로 한다. 미래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기반시설 확보로 향후 전력수요 증가에 대비함으로써 미래에도 계속 선호되는 공간으로 역할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저탄소 및 에너지 절감에서도 과감한 접근이 필요하다. 도시와 건축물은 발전·산업 부문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탄소 배출원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이들 분야에서 탄소 저감은 매우 제한적으로 이뤄져 왔다.

탄소배출 저감은 에너지 사용 감소 및 효율화를 통해 이뤄진다. 새롭게 건축되는 아파트에 기존 단열·에너지 기준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하고, 궁극적으로 외부로부터 에너지가 유입되지 않아도 냉·난방이 가능한 제로하우스 형태로 건축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신도시는 화석에너지 기반에서 벗어난 새로운 형태의 에너지 활용을 위한 장소가 돼야 한다. 태양광 같은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장치(ESS)로 대표되는 전력저장시설의 보급뿐 아니라 좀더 적극적으로 전기와 열을 함께 생산할 수 있는 수소연료전지의 보급으로도 외부 에너지에 대한 의존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복잡한 변환과정 없이 생산된 재생에너지를 바로 이용할 수 있는 직류(DC) 배전망 구축도 시도해볼만한 과제다.

이런 과제들을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30년이라는 시간은 금방 흘러간다. 30년이 돼가는 1기 신도시만 돌아봐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미래에 대비했음을 알 수 있다. 대규모 주택공급이라는 시급한 과제, 그리고 국민소득 5000달러에 불과한 빈약한 경제력이었지만 미래의 변화를 예상하고 그에 대응할 수 있도록 도시를 짧은 시간에 계획하고 조성하였기에 현재까지 역할을 다하고 있다.

새로 조성되는 3기 신도시 역시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두려움을 떨치고, 현재의 주택가격 급등이라는 문제를 넘어선 좀더 먼 미래를 염두에 두고 계획·조성해야 할 것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전문위원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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