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0.7% 오를때 주가 30%↑..박탈감 커진 '일개미'

김보름 기자 2021. 1. 15.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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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차 직장인 박미선(29) 씨는 "지난해 7월 부동산 가격급등을 보고 화도 나고 박탈감이 심해져 주식을 시작했다"며 "처음엔 500만 원으로 굴리다가 지금은 전 재산을 굴리고 있다"고 말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를 계속 만들고, 주식에도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면서 불안 심리를 더 자극했다"며 "'1년 안에는 무조건 주식을 해야돼'라는 절박감이 투기로 이어졌고, 뒤쫓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울감이나 사회적 고립감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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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들어 증시대기자금 130조

집값급등에 투자 엄두못내고

수익률 높은 주식으로 돈몰려

전문가 “노동가치 경시 우려”

5년차 직장인 박미선(29) 씨는 “지난해 7월 부동산 가격급등을 보고 화도 나고 박탈감이 심해져 주식을 시작했다”며 “처음엔 500만 원으로 굴리다가 지금은 전 재산을 굴리고 있다”고 말했다. 박 씨는 “월급은 별로 오르지 않고 예적금 금리는 터무니없어 주식에 계속 돈을 붓게됐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로 높은 수익을 얻는 ‘동학개미’가 늘자 노동의 대가만으로 자산을 모아오던 ‘일개미’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예전에는 주택 보유 유무가 경제적 계층을 갈랐다면 이제는 주식에 투자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로 나뉘게 됐다는 하소연이 나온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코스피는 2873.47로 2019년 12월 말(2197.67)보다 30.7% 상승했다. 1년 새 서울 지역 주택가격도 10.7%나 뛰었다. 부동산에 이어 주식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양대 산맥이 됐다. 반면 명목임금 상승률은 2018년 5.3%에서 지난해 0.7% 로 3년 연속 내림세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부동산이 빠른 속도로 뛰면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렸는데 근로소득만으로는 살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한탕주의’를 잡지 않으면 노동 경시 사상은 더 만연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부동산 대기자금이 주식시장으로 몰리면서 증시 대기자금은 약 130조 원으로 사상 최대다. 최석원 SK증권 센터장은 “세후 투자 기대 수익률이 25~30%가 돼야 의미있는 투자인데 취득세, 보유세, 양도세 등이 모두 오르면서 부동산 투자 수익률이 확 낮아졌다”며 “투자 대상으로서의 자산을 주식으로 바꾸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부동산은 엄두도 못내는 2030세대는 아르바이트, 월급으로 모은 종잣돈을 쏟아붓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정부에서 부동산 규제를 계속 만들고, 주식에도 세금을 물리겠다고 하면서 불안 심리를 더 자극했다”며 “‘1년 안에는 무조건 주식을 해야돼’라는 절박감이 투기로 이어졌고, 뒤쫓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울감이나 사회적 고립감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젊은층의 빚투(빚내서 투자)는 급격히 늘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기준 30대 이하 청년층 가계대출은 전년동기대비 8.5%(32조2000억 원) 늘어난 409조3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1년 전인 2019년 3분기(6.1%)는 물론, 여타 연령층(6.5%)에 비해서도 빠른 증가세를 기록했다.

송재룡 경희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의지나 의식이 아니라 상대적 박탈감이 강하게 작동한 ‘집단적 무의식’이 만든 문화”라며 “한국사회 기저에 노동을 경시하는 문화가 깔려있던 것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와 정부의 주식 투자 권장 등으로 속도가 가팔라졌다”고 짚었다.

김보름 기자 fullm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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