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부족 심화로 車·가전·스마트폰 가격 인상 불가피"

황민규 기자 2021. 1. 15.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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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PC 등 글로벌 반도체 공급부족, 올해도 이어진다
시장조사업체 "당장 비약적으로 공급 늘릴 방법 없어"
NXP "칩 부족 문제 심각, 모든 제품 가격 인상 불가피"

지난해부터 시작된 전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부족이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자동차를 비롯한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의 전자기기의 소비자 가격도 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칩 수요를 공급이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반도체 '품귀현상'에 따른 칩 가격 상승이 곧 소비자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14일(현지 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코로나19 사태로 서버, 모바일, PC, 자동차 등 주요 기업들이 필요한만큼의 반도체를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며 "수요가 공급을 크게 압도하는 상황이 계속 이어질 경우 올해 소비자들은 새차, 새 전자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해야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반도체 공급부족 상황은 지난해 4분기부터 자동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작됐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반도체를 위탁생산하는 파운드리 업체들이 코로나19에 대비해 주요 생산라인을 게임, PC, 가전, 서버 등에 집중시킨 것이 공급부족 사태의 발단이 됐다.

삼성전자의 중국 시안 낸드플래시 반도체 공장 내부./ 삼성전자

우선순위에서 밀린 자동차업체들은 반도체 부족으로 생산을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도요타는 최근 중국의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했으며 피아트크라이슬러(FCA)는 캐나다 온타리오와 멕시코 공장의 가동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포드도 켄터키주(州) 공장 가동을 1주일간 중단했고, 혼다는 영국에서 인기 모델 시빅을 조립하는 공장 가동을 최소 나흘간 멈추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부족은 자동차 업계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다. 미국의 시장조사업체 VLSI리서치의 리스토 푸하카 사장은 "반도체 산업 전반에 걸쳐 생산능력의 여유가 없는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대대적인 설비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세계 최대의 그래픽처리장치(GPU) 기업인 엔비디아 역시 수요에 맞는 공급량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PC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그래픽카드의 가격 상승을 유발할 가능성이 높다. 데스크탑, 노트북PC 등의 소비자 가격이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앞서 세계 최대 자동차용 반도체 기업 중 하나인 NXP 역시 지난해 11월 고객사들에 "심각한 칩 부족으로 인해 모든 제품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코로나19로 인해 게임, 스트리밍 서비스, 온라인 상거래 등 전반적인 데이터센터 수요를 늘리면서 TSMC, 삼성전자 등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들도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세계 1위의 파운드리 기업인 TSMC는 올해 대규모 투자를 통해 생산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반도체 공장 설립에 드는 기간이 최소 1년 이상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즉각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렵다.

더 큰 문제는 반도체 공급을 비약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은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WSJ는 업계 전문가를 인용해 당장 반도체 기업들이 5G,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칩을 생산하기 위해 설비투자에 나선다고 해도 수요를 맞추기는 어려울 것이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기술을 갖춘 반도체 공장마저도 기존 주문량을 맞추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VLSI리서치 등의 시장조사업체들은 반도체 공급부족이 올해 내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른 전자산업보다 긴 생산주기를 가진 반도체 산업의 특성 때문이다. 통상 파운드리 공장의 경우 1개 라인을 짓는데 최소 10조원 이상 수준의 비용이 투입될뿐 아니라 공장 부지 설정부터 장비 투입, 시험 가동 등 일련의 과정에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된다.

게다가 자동차용 반도체나 5G, AI 등 최첨단 기술에 필요한 칩의 경우 메모리 반도체와 달리 대량 생산 체계를 갖추기 어렵기 때문에 단기간 내에 공급량을 비약적으로 늘리는 것이 어렵다. 반도체 기업들과 고객사들이 짧게는 6개월에서 수년간 단위로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관행도 이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반도체업계 전문가는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18년에 메모리 반도체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의 수익이 크게 늘었고 2020년 상반기부터는 메모리가 약세로 돌아선 반면 5G, 클라우드 등의 수요로 시스템 반도체 매출이 늘었다"며 "올해는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를 가리지 않고 전체적인 가격 상승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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