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세포분열로 만든 소고기.. 식량의 미래 엿보기

박동미 기자 입력 2021. 1. 15. 11:00 수정 2021. 1. 15.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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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식량의 운명'(The fate of food)이다.

'식량'과 '음식'.

우리가 생태파괴와 기후변화를 가장 적극적이고 비극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식량, 즉 '먹는 문제'와 관련될 것이라는 그것이다.

식량을 구걸하던 상황에서 식량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고 있는데, 서양 연구자들의 시선으로 본 '지속가능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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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를 식량 위기에서 구할 음식의 모험가들│아만다 리틀 지음│고호관 옮김│세종

원제는 ‘식량의 운명’(The fate of food)이다. 길게 바뀐 한국어 제목엔 어딘지 조합이 어려워 보이는 두 단어가 있다. ‘식량’과 ‘음식’. 하나는 생존의 이미지, 또 하나는 즐김의 이미지가 강하다. 책의 복잡성을 읽을 수 있는 부분. 그러나 탐사 저널리즘 및 과학 글쓰기를 가르치는 교수답게, 저자는 이 ‘어려운’ 이야기를 아주 매끄럽게 이어간다. 사례들도 흥미롭다. 유전자변형농산물(GMO) 씨앗을 예찬하는 케냐 농민들, 실험실에서 ‘자라는’ 소고기, 잡초만 골라 뽑는 로봇 제초기, 3D 프린터 음식까지…. 책은 기술 혁신을 통해 바뀌게 될 음식의 미래를 제시한다. 특히, 그 혁신을 이끄는 사람들, 즉 ‘음식 모험가’들을 만나 묻는다. 인류는 어떻게 ‘식량 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가. 여기엔, 환경 저술가인 저자가 오랫동안 천착해온 ‘더 다급한 문제’가 전제한다. 우리가 생태파괴와 기후변화를 가장 적극적이고 비극적으로 체감하는 것은, 식량, 즉 ‘먹는 문제’와 관련될 것이라는 그것이다.

저자는 생산과 이동에 탄소를 유발하는 특정 음식을 먹지 말자거나 하는 뻔한 말들은 꺼내지 않는다. 대신, “식품을 재발명할 때가 왔다”고 한 빌 게이츠의 말이 현실이 되고 있는 현장을 찾아 나선다. 식물 유전학, 수중 재배, 인공지능(AI) 등의 분야를 주축으로 한 세계다. 이미 거대한 투자의 물결이 밀려든 이곳에선 더 대응력 좋은 식량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그중 가장 솔깃한 장소는 배양육 실험실이다. 저자는 세포 분열로 만든 고기를 직접 먹어보기도 한다. 그는 세계 온실가스의 약 15%가 가축 사육으로 생기는 것에 대해 알고 있으면서도 고기를 끊지 못하겠다고 고백하는데, 머지않아 고기 중독자들이 환경에 죄책감 없이 고기를 즐길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저자는 식량과 음식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논쟁들, 즉 전통 방식이냐 기술 만능주의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어느 한쪽에 빠지지 않는다. 이런 태도 덕에 책은 지식과 감동을 동시에 준다. 그는 “아프리카인에게 농업에 쓰이는 생명공학 기술을 조심하라고 충고하는 것은 크나큰 잘못일 수도 있다”면서 케냐 농장에서 GMO 씨앗을 예찬하는 이유를 상세하게 기술한다. 그들에게는 GMO로 얻는 이익이 위험을 훨씬 능가한다. 식량을 구걸하던 상황에서 식량을 수출하는 나라가 되고 있는데, 서양 연구자들의 시선으로 본 ‘지속가능성’을 강요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심각한 위기 앞에서도 “인류의 미래를 믿는다”며 기대하는 저자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특별한 메시지를 전한다. 수입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먹는 문제’를 지적한 것. 저자는 한국이 지금 가장 혁신적인 국가 중 하나이긴 하지만, 공중보건과 인구문제뿐만 아니라 환경의 위협에도 견딜 수 있는 식량 공급 수단 개발에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한다. 436쪽, 2만 원.

박동미 기자 pd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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