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리뷰>먼저 일어나 박수를 쳐라.. 세상은 바뀔수 있다
■ 퍼포스풀│제니퍼 덜스키 지음│박슬라 옮김│RHK
사회 변화 부르는 ‘무브먼트’
비전·동참 끌어낼 스토리 필요
목적의식 전염… 열정으로 확산
무슬림이던 女육상선수 로스툼
경기때도 히잡 벗지않고 뛰어
나이키, 히잡 출시… 모델 기용
시작이 반이라고 했지만, 많은 사람은 시작을 주저한다. 직진 남녀들도 적지 않지만 사랑에 주저하고, 사소한 일이라도 시작할라치면 망설인다. 두려움 때문이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골몰하느라 정작 시작도 못 하는 사람이 태반이다. 오죽하면 ‘결정장애’라는 말이 생겨났을까. 페이스북 그룹 및 커뮤니티 총괄인 제니퍼 덜스키의 ‘퍼포스풀’(원제 Purposeful)은 절반은 이미 해치우고 ‘시작’하는 방법론으로 가득한 책이다. 저자에 따르면 사회 변화는 하나의 ‘무브먼트(movement)’를 창조하는 사람으로부터 비롯된다. 무브먼트는 “하나의 공통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모이고 뭉칠 때 발생”하는데, 이 무브먼트가 강력한 이유는 목적의식이 ‘전염’되기 때문이다. 뜻이 같은 사람들이 모여 공동체를 형성하고 구성원 각자가 변화를 만들기 위해 열정적으로 활동하면 무브먼트는 성장하고 확산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2018년 초반 나이키가 히잡을 착용하는 무슬림 여성들을 위해 ‘나이키 프로 히잡(Nike Pro Hijab)’을 출시한 일이다.
어려서 큰 교통사고를 겪은 마날 로스툼은 종교적 각성 끝에 히잡을 착용하기 시작했고, 2014년에는 페이스북에 히잡을 쓰는 여성들이 서로 돕고 지지하는 커뮤니티 ‘서바이빙 히잡(Surviving Hijab)’을 개설했다. 3년 후 서바이빙 히잡은 전 세계 약 50만 명의 회원으로 성장했다. 제약회사 직원이면서 열정적인 육상선수이기도 했던 로스툼은 경기 때도 히잡을 벗지 않았는데, 경기력이 떨어진다는 비난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결국 이를 눈여겨본 나이키의 광고모델이 됐고, 무슬림 여성 선수들을 위한 히잡이 출시되기에 이르렀다. 로스툼은 “히잡을 착용하는 여성들이 신앙심을 지키는 동시에 저 드넓은 세상으로 나아가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는 어린 소녀들의 롤모델”이 됐다. 로스툼과 커뮤니티에서 함께 그의 뜻을 지지한 사람들은 거대한 무브먼트를 만들어냈다.
저자는 “세상 모든 사람이 세상을 바꿀 무브먼트의 물결을 일으키고 또 이끌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장 먼저 일어나 박수를 치는 일’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는 거창한 일 혹은 인간 승리에만 공감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저자는 작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아이들의 손짓, 발짓 하나에 벌떡 일어나 박수를 치는 것으로 무브먼트를 시작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그 박수가 주변으로 전염되고, 박수를 받은 주인공은 멋진 미래를 상상해볼 수 있다. 가장 먼저 박수를 치기 주저하는 사람들도 있다. “어떤 순간에 목소리를 낼 자격이 없다거나 또는 소속되지 않은 특정 공동체나 일터의 투쟁에 낄 자리가 없다”는 잘못된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왜 나는 안 돼?”라고 질문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과소평가할 이유는 없다. 남들이 제아무리 경험이 많고, 할 말이 많다고 해도 “정말 중요한 것은 일어나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우연하게 시작된 일이라도 그것을 하나의 무브먼트로 만들기 위해서는 ‘세상에 대한 분명한 비전’과 동참을 이끌어낸 ‘설득력 있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대개는 비전만 있고 스토리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호텔 등 상업건물에서 911에 전화를 걸 때는 다른 번호를 추가로 누를 필요가 없도록 한 일명 ‘카리법’은 남편에게 살해당한 카리라는 여성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여기에는 자녀들의 가슴 아픈 스토리가 담겨 있다. 살해 당시 함께 호텔에 있었던 아이들이 911로 4번이나 전화를 걸었지만 통화는 연결되지 않았다. 두 살, 네 살, 아홉 살 어린아이들은 호텔에서 외부로 전화할 때 9번을 눌러야 한다는 걸 몰랐다. 엄마를 잃은 손녀를 위로하던 할아버지가 그 사실을 전해 들었고, 911시스템을 개선하는 청원을 제기해 무려 60만 명의 서명을 이끌어냈다. 아프고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스토리가 사회의 변화를 가져오는 계기가 됐다.
무브먼트가 제 궤도에 올라도 넘어야 할 산은 많다. 기업이면 최종 결정권자를 설득하는 데 에너지를 소모할 수 있고, 함께 일하는 동료들과도 서걱거릴 때도 있다. 잘 나가면 뒤따르게 마련인 ‘비판’도 넘기 어려운 산이다. 하지만 저자는 피드백 자체를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활동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진솔하고 유용한 피드백과 함께 트롤링에 맞닥뜨릴 각오를 해야 한다.” 비판 혹은 비난하는 사람들에 맞서느라 힘 뺄 필요 없이, 오히려 그들의 지식을 이용해 그들이 틀렸음을 당당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궁극적으로는 그들도 함께 무브먼트에 동참해야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실패의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다. 저자 제니퍼 덜스키는 다양한 기업과 사회운동 등을 사례로 들면서 ‘시작’의 중요성과 열린 미래를 보여준다. 책의 제목처럼 목적 혹은 분명한 뜻이 있다면 길은 있게 마련이다. 새해가 시작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당장 시작해야 할 우리의 일은 무엇인가 ‘퍼포스풀’과 함께 궁구해 봐도 좋을 법하다. 324쪽, 1만6000원.
장동석 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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