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BOUTIQUE 편집장 레터]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간

최보윤 기자 2021. 1. 15.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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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보윤 편집국 문화부 차장

“다시 생각해 볼(Re-think) 기회의 시간이었다.”

얼마 전 세계적인 산업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에게 ‘코로나 위기가 삶에 어떤 영향을 주었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답하더군요. 코로나 사태는 ‘그동안 제대로 살아온 걸까’ 하는 느낌표와 물음표를 던진 사건이라면서요. 자신이 소홀했던 주변의 모든 것들이 얼마나 필요했던 것인지 되돌아보게 됐다고 하더군요.

‘철학하는 디자이너’ 루이비통의 버질 아블로 역시 최근 인터뷰에서 비슷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팬데믹은 전 세계가 생각의 재정립(reset)을 통해 이전 시대와는 다른 세계관으로 바라볼 기회를 만들어 줬다고 합니다.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직접 보고 느꼈을 우리들이지만, 그 속에서도 자기 반성과 극복을 통해 인간성을 회복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조선일보 글로벌 경제전문섹션인 Mint에서 올 초 커버 스토리로 다룬 주제도 ‘Re’ 였습니다. 세계적 컨설팅 기업 수장과 경제·경영 분야 석학, 글로벌 투자기관의 대표 이코노미스트 등 글로벌 전문가 21명에게 2021년 한 해에 대한 전망을 물은 건데요. 한마디로 올해는 ‘RE-’(‘다시’를 뜻하는 접두사)의 해였다는 군요. 회복(recovery), 개조(reshape), 재구성(reconstructed)…. 코로나 팬데믹의 상처를 딛고, 코로나 이전의 활기를 되찾길 바라는 희망을 갈구하는 한마음 한뜻이 ‘다시’라는 단어에 오롯이 응집된 듯합니다.

‘다시’라는 글자를 회사 책상 위에서 보게 되었습니다. 황유선 작가의 신간 ‘다시, 대화가 필요한 시간’입니다. 비대면 시대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는 제목이었지요. 사람들이 점점 더 그립고, 마냥 이야기하고 싶을 때 이 책을 들게 됐습니다. 언론사 기자로, 아나운서로, 언론재단 연구위원으로, 또 교수로 변신한 저자는 차곡차곡 쌓아온 이력만큼이나 말 혹은 대화법에 대해선 누구보다도 전문가임에 틀림없을 것입니다. 대화를 하다 보면 누군가는 대화를 능수능란하게 이끌어가는 ‘고수’가 있고, 누군가는 말의 흐름을 끊어버리는 이가 있지요. 저자는 대화를 잘하기 위해선 수많은 대화를 경험해 스스로 체득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시행착오를 겪어야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인다고 조언하지요. 저자는 대화의 출발을 질문이라 말합니다. 수많은 인터뷰를 다뤘던 저자는 상대를 압도하지 않고 80% 정도의 느낌으로 상대와 공감하며 이야기를 끌어가라고 합니다. 대화를 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털어놓을 ‘타이밍’에 관한 이야기도 꼭 새겨들어야 할 지점. 일상적인 이야기를 한다면 대화가 한창 무르익었을 때 핵심을 파고드는 게 좋다고 하네요. 예전 한 선배가 해줬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너무나 입이 무거운 취재원과 인터뷰하는 데 약속한 시간 내내 겉도는 얘기만 하고 절대 속을 내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선배는 “인터뷰는 됐고, 차 한 잔 합시다”라고 했답니다. 긴장이 풀려서였을까요. 취재원이 그제서야 입을 열었다더군요. 이 책은 대화의 ‘기술’을 알려주기도 하지만, 읽다 보면 어느덧 자신을 되돌아보게 합니다. 힘들었던 지난 한해, 훌훌 털어버리고, 우리 이제, 다시! 시작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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