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전부터 대면 예배는 한 달에 한 번.. 모이는게 중요한가요?"

장재선 기자 입력 2021. 1. 15. 10:50 수정 2021. 1. 15.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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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민 목사는 “교회가 돈과 힘에 의지하는 종교 기관이 아니라 사랑과 생명의 본질을 지향하는 공동체가 돼야 한다”고 했다. 조 목사 트위터 사진
조정민 목사가 14일 아침 예배에서 기도를 드리고 있다. 베이직 교회 영상 캡처

- 신앙의 눈으로 본 코로나… 조정민 베이직교회 목사

교회는 생명과 사랑의 공동체

예수님 만나 변하는 것이 초점

팬데믹에도 큰 충격 없던 이유

담임목사·부목사 호칭 없애고

교인은 모두 형제·자매로 불러

SNS 목회활동 팔로어 38만명

“인생에는 버려야 할 성공도 있고, 반대로 취해야 할 실패도 있습니다.”

조정민(70) 베이직교회 목사가 지난 12일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조 목사는 MBC에서 앵커를 지내고 자회사 사장을 지낸 언론인 출신이다. 47세 때까지 비신자였던 그는 53세에 신학 공부를 시작해 4년 후 목사 안수를 받았다. 2010년 1월부터 트위터에 잠언 형식의 글을 올리는 것으로 SNS 목회 활동을 해왔다. 현재 팔로어가 38만여 명에 달한다.

만 10년 동안 트위터를 지속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얼까. 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자 완곡하게 사양했다. 목사가 언론에 등장하기보다 입을 닫고 그리스도의 말씀 한마디라도 더 실천하는 것이 좋다는 것이다. 그 뜻을 알면서도 SNS와 전화로 이것저것 묻자, 그는 특유의 진중한 음성으로 성실하게 답했다.

“트위터를 시작한 것은 사랑과 믿음, 소망이라는 성경 메시지를 크리스천이 아니더라도 공감할 수 있게 전하고 싶어서였습니다. 한 줄이지만 오랫동안 생각해서 올립니다.”

그는 양모 폭행으로 숨진 ‘정인이 사건’에 대해 이렇게 적었다. ‘잎이 시드는 것은 뿌리의 약함 때문이고, 아이들이 시드는 것은 어른들의 악함 때문입니다.’ 그는 정인 양 이야기를 듣자마자 가슴이 미어졌으나,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것 자체가 부끄러웠다고 했다.

“혼자 아파하고 몇 분의 성도들과 함께 기도하는 일밖에 못했으나, 우리 아이들이 시들어가는 이유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뜻을 글에 담았습니다.”

그는 사회 현상에 대한 직설적 표현을 삼간다. 현시대 언어가 너무 거칠고 폭력적이라는 성찰이 있기 때문이다.

“진리와 사랑은 파스텔 톤이어서 강력하지 않아도 오랫동안 스민다고 생각합니다. 나이 70에 이른 사람으로서 다음 세대에게 인생에서 진짜로 소중히 여겨야 할 것들이 무엇인지 전해주고 싶습니다.”

그는 102세인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가 세기를 넘어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는 사례를 들며, 기성세대가 후세대를 품는 절박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디지털 사회 지식에 대해선 기성세대가 오히려 배워야 하지만, 삶의 우선 순위를 정하는 지혜는 경험에서 우러나온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전 세계를 불안에 떨게 한 감염병 사태를 신앙적 관점에서 바라본다고 했다. “하나님이 교회에 본질로 돌아갈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극단에 치우친 행태 등 종교계 문제들이 한꺼번에 드러났습니다. 종교 집단으로서가 아니라 사랑과 생명의 공동체로서의 교회가 돼야 하고, 모이는 것이 능사가 아니라 이웃을 생각하는 교회가 돼야 한다는 경각심을 주고 있습니다.”

그는 목회 좌우명이 ‘제도가 되지 말자’라고 했다. 비신자였던 그를 신앙인으로 이끈 고 하용조 목사의 소신에 따른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종교 기관이 아니라 생명의 공동체를 만드신 것입니다. 제도가 되지 않아도 서로 사랑하는 것으로 충분한데, 교회가 세상의 질서를 닮아가니 사고가 나는 것입니다.”

조 목사는 “신앙생활이 짧아서 한국 교회에 대해 말하는 것은 주제 넘는다”면서도 “우리 사회가 분열하고 대립하는 가장 큰 책임이 교회에 있다”고 탄식했다. “개신교처럼 내부에서 분열과 반목, 대립을 하고 있는 집단이 있습니까?” 교회가 영적 공동체로 하나가 돼야 사회 통합의 기본 축이 될 텐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지난 2013년 온누리교회에서 나와 베이직교회를 시작했다. 특정 교단에 속하지 않은 베이직교회엔 ‘담임 목사’ ‘부목사’란 호칭이 없다. 목회자들은 모두 그냥 ‘목사’다. 교인들도 평신도, 집사, 권사, 장로로 이어지는 층계가 없이 ‘형제’와 ‘자매’로만 부른다. 세속의 위계 없이 영적으로 소통하기 위해서이다.

주일 예배 때 2000여 명의 교인이 모였는데, “흩어지려고 애써왔다”는 것이 조 목사의 전언이다. 6년 전부터 석 달에 한 번 주일 현장 예배를 드리지 않다가 한 달에 한 번 안 모이는 것으로 했고, 3년 전부터는 한 달에 한 번만 현장 예배를 드린다는 것이다. “모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누가 예수님을 진정으로 만나 변했는지가 부흥의 초점이니까요. 어떻게 흩어지는 것이 성경적인가를 고민했기 때문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저희에겐 큰 충격이 아니었습니다.”

그는 한때 가깝게 지냈던 혜민 스님이 재산 문제로 논란에 휩싸인 것과 관련, “안타까웠다”고 했다. “영적인 삶을 추구할 때, 이기기 어려운 유혹이 세 가지예요. 돈과 힘, 그리고 성(性). 혜민 스님이 젊은 나이에 사람들의 관심을 많이 받으니 세상 쪽으로 기울어서 그런 유혹의 공격을 받은 것이라고 생각해요. 다시 좋은 길로 되돌아올 거라고 믿습니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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