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의 컬러-'희망'과 '안정감'의 조화

2021. 1. 1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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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해 컬러 트렌드를 제시하는 팬톤은 올해의 컬러로 옐로와 그레이를 선정했다. 팬톤이 제시한 컬러 칩은 한 해 동안 각 산업 분야 디자인에 영향을 끼칠 만큼 파워풀하다. 그렇다면 왜 2021년의 메인 컬러가 옐로와 그레이일까.

1. 팬톤이 제시한 올해의 컬러, ‘얼티미트 그레이’와 ‘일루미네이팅’(사진 팬톤) 2. 공간 속에 들어온 올해의 컬러. 각각의 컬러는 함께 조화를 이루면 그 어느 때보다 희망적이고 평화롭다.(사진 언스플래시)
팬톤이 선정하는 ‘올해의 컬러’는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건 단순히 디자인에 한정된 이슈가 아니라, 향후 발전적 사회를 제시하기 위한 행위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동시대 사회에 ‘심리적 영향’을 끼치기 위한 프로젝트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매해 바뀌는 팬톤의 올해의 컬러 칩을 한자리에 놓고 살펴보면 당대 우리 사회가 추구하는 바를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이는 팬톤의 컬러 선정 연구 과정을 통해 증명된다. 팬톤은 매년 새로운 컬러를 제시하기 위해 전 세계를 돌며 수많은 조사를 하는데, 그 분야는 디자인, 사회, 문화, 정치, 경제, 스포츠, 예술 전반을 망라한다. 현상을 조사하고 그 현상에 영향을 미치는 원인까지 연구한다. 이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대중에게 가장 필요한 컬러 웨이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매해 우리 앞에 펼쳐 놓는 그들의 컬러 칩은 사회 현상을 통해 미래를 밝히려는 바람을 담은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선정된 올해의 컬러는 ‘얼티미트 그레이(PANTONE 17-5104)’와 ‘일루미네이팅(PANTONE 13-0647)’. 팬톤이 두 가지 컬러를 동시에 지정하는 일은 흔치 않은데 이번엔 밝은 노란색인 일루미네이팅과 안정적인 얼티미트 그레이를 선정해 서로 간의 상생과 밸런스에 초점을 맞췄다. 하나의 색만으로는 올 한 해를 아우를 수 없었기 때문일 거라 짐작한다. 일루미네이팅은 스펙트럼이 넓은 노란색 중에서도 톤이 밝은 편에 속한다. 밝은 태양이 내리쬐는 듯한 색으로 만물에 생기를 전한다. 이 색상은 팬데믹으로 긴 우울의 터널에 갇힌 지구인들에게 희망을 전하는 메시지다. 여기에 더해진 무채색 얼티밋 그레이에는 이 노란색의 밝음을 안정적으로 지탱시키는 힘이 있다. 사실 팬톤에서 무채색을 올해의 컬러로 선정한 건 처음이다. 그만큼 의미심장한 일이다. 무채색이란 보통 변화 없는 안정감, 지속성을 의미한다. 특히 ‘자갈의 색상’이라 불리는 얼티미트 그레이는 자연 속에 존재하는 묵묵함이다. 2021년 우리가 그리는 세상은 희망과 생기에 더해 안정과 인내가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바람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그레이를 더한 것이다. 한마디로 ‘밝음과 견고함’이야말로 2021년의 상징이라 여긴 것이다. 철학적인 선택이다.

팬톤이 제시하는 올해의 컬러는 산업 디자인계에 알게 모르게 큰 영향을 미친다. “우리 사회가 색상을 의사소통의 중요한 형태이자 아이디어를 상징하는 방법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한 팬톤의 로리 프레스먼 부사장 말대로, 산업계는 늘 색상 트렌드에 촉수를 바짝 세우고 있다. 실제 펜톤 자체가 수많은 산업계와 협업을 하기도 하고, 각 분야 크리에이터들이 올해의 컬러를 염두에 두고 디자인 작업을 하기도 한다. 올해는 또 얼마나 많은 협업 제품과 새로운 크리에이터들의 상업 디자인 작품이 탄생할까. 보다 참신한 방식으로 우리 일상을 디자인할 두 컬러의 조화로운 플레이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특히 인테리어, 데코 영역에서 활약이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집안에서의 생활이 심리에 미치는 영향이 그 어느 때보다 큰 요즘, 희망과 안정을 화두로 한 두 컬러가 심신 안정제처럼 작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자칫 옐로는 너무 튀고 그레이는 우울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둘이 서로 단점을 보완해 조화를 이룰 때, 최상의 아름다움으로 변모한다. 팬데믹과 불온의 시대. 수많은 디자이너들이 인간의 심리를 좌지우지하는 색상 언어를 사용해 이 시대의 우울감을 감소시키려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다. 그 신성한 임무에 올해의 컬러가 주요 키워드가 될 것이 확실하다.

[글 한희(문화평론가) 사진 팬톤,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763호 (21.01.19)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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