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안에 1400장 좌우명 선물한 포항 교사..아이를 바꾸는 '편지의 힘'

포항CBS 김선영 PD 2021. 1. 15. 1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포은중학교 진로상담 김승호 교사, 전남 무안교육청에 1400장 좌우명 붓글씨 보내
'부적응' 학생들에게 평소 손편지..아이들 마음 열게 해
퇴직 후 산골에 자연치유학교 만들 것

■ 방송 : 포항CBS <김유정의 톡톡동해안> FM 91.5 (17:05~17:30)
■ 진행 : 김유정 아나운서
■ 제작 : 김선영 PD
■ 대담 : 포항 포은중학교 김승호 교사

포항의 한 중학교 교사가 붓글씨로 쓴 좌우명 1,400장을 전남 무안의 학생들에게 선물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주인공인 포은중학교 김승호 선생님 직접 만나보죠. 선생님 안녕하세요?

◆ 김승호> 네, 안녕하십니까.

◇ 김유정> 네, 반갑습니다. 선생님 본인 소개를 좀 부탁드립니다.

◆ 김승호> 현재 포항포은중학교에서 진로진학상담 교사로 있는 김승호라고 합니다.

◇ 김유정> 선생님 교직에 계신 지는 얼마나 되셨어요?

◆ 김승호> 30년 됐죠.

◇ 김유정> 30년. 네, 지금 담당 과목이 진로진학상담이라고 하셨는데 어떤 일들을 하는 거죠?

◆ 김승호> 아이들의 미래에 대한, 학교나 꿈, 이런 거에 대해 이제 고민을 상담해 주고 그런 것을 하죠. 부수적으로 아이들이 부적응하거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어렵고 답답한 아이들하고 그냥 소통차원에서 이야기하는 그런 일을 하고 있죠.

◇ 김유정> 그렇군요. 그런데 어떻게 붓글씨 좌우명을 쓰게 되신 거죠?

◆ 김승호> 제가 취미활동으로 서각이라는 것을 하다가 저희 반 친구가 학교에 적응을 잘 못하고 속된 표현으로 '문제가 좀 많은 친구', 적응이 어렵고, 그런 친구였는데 그 친구한테 우연치 않게 제가 편지를 한 통을 썼어요. 모 방송국에서 어떤 할아버지가 60년 전에 선생님이 써주신 편지를 아직도 간직하고 있다라고 말씀을 하셔 가지고 정말 놀랐죠. 진짜 머리를 뭘로 맞은 거 같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그 친구한테 언어적으로나 조금 심했던 거 같아요. 그래서 저도 저 아이한테 60년, 70년 뒤에 어떤 선생님으로 남을까 고민하다가 그러면은 "사랑을 나름대로 베풀어 가지고 좋은 선생님으로 기억나게 해보자" 해가지고 쓰게 됐고, 그 친구가 그 이후로 편지를 받고 며칠 있다가 저한테 울면서 와 가지고 선생님이 그렇게 저를 생각해 주시는 줄 몰랐다라고 얘기를 하더라고요. 그런데 사실 편지에는 나쁜 말 못 쓰잖아요. 오로지 좋고 긍정적이고 이런 말만 쓰다 보니까 그 친구가 감동 아닌 감동을 받았나 봐요. 그래서 정말 어떻게 보면 기적과 같이 변해줘 가지고 "아! 이 편지가 어마어마한 처방전이 될 수 있겠구나", "명약이 될 수 있겠구나"해서 그때부터 반 아이들한테 보통 1년에 한 100통씩 편지를 썼는데 담임 12년 하는 동안 1200통 쓰고 그 뒤에 이제 좌우명도 써 주고. 하여튼 계기는, 그 친구가 제 스승이고 그 친구한테 항상 고맙게 생각합니다.
김승호 교사가 직접 써 무안교육청에 선물한 1400장의 좌우명 붓글씨. '용기를 잃으면 인생을 잃는다','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꿈을 품는 순간 기적은 이루어간다', '생각은 힘이 없다 행동하라'. 본인 제공

◇ 김유정> 이번에 무안에 선물하신 붓글씨 좌우명이 무려 1400장이더라고요. 정말 많은 양인데 이게 꼬박 한 달이 걸렸죠? 어떻게 쓰신 건가요?

◆ 김승호> 교육장님하고는 제가 이동중학교에 있을 때 좋은 학교 박람회라는 것을 참가를 했는데, 그 때 제가 '좌우명 써주기' 부스를 해가지고 그 때 그 분이 글을 하나 써 달라고 하셔 가지고 제가 글을 써 드렸습니다. 그때는 교장선생님이셨는데 얼마 전에 무안 교육장님이 되신 거죠. 그래서 교육장님하고 이런저런 통화를 하다가 지금도 계속 주기적으로 상황될 때마다 좌우명을 써 가지고 이곳저곳 보내고 있는데, 그러면 여기도 좀 써 주면 좋겠다 싶어 가지고 무안군에 있는 유치원 초중고, 그 다음에 교육청 전 직원한테도 일일이 다 써 가지고 보내게 됐습니다.

◇ 김유정> 그렇군요. 저도 사진을 조금 봤는데요. 글씨도 아름답지만 정말 말씀하신대로 내용이 정말 좋더라고요. 좌우명 몇 개만 소개를 해주세요.

◆ 김승호> 사람마다 조금 다른데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도 교정에 쓰여진 그 "앉아서 기다리지 말고 일어서서 찾자"라는 글귀가 있었어요. 그것 때문에 바뀌었다고 저는 확신을 하거든요. 저도 나이가 들어가려고 하니까 "녹슬어 사라지지 않고 닳아 빠져 사라지리라", 이 말이 참 와 닿았고요. 우리가 이제 아이들한테는 "믿는다", 믿는다라는 말을 참 아이들한테는 잘 못 했던 거 같아요, 저희 아이들한테도. 행복은 그냥 오는 게 아니잖아요. "나를 설레게 느낄 수 있는 게 행복이다" 등등, 또 좋은 것은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평범한 말들이잖아요, 다. 그런데 그 것을 이제 내 것으로 만드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포은중학교 진학진로상담 김승호 교사. 본인 제공

◇ 김유정> 선생님께서는 그동안 학생들의 진로상담교사로 활동에 오셨는데 소위 '문제학생'이라고 하는 이런 특별한 학생들을 지도하고 계신 거잖아요? 이런 학생들은 어떻게 지도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 김승호> '문제아'라기보다는, 저도 옛날에는 문제아라고 젊었을 땐 썼는데, 20여 년 전부터는 단지 부적응 할뿐이고, 어떻게 보면은 철학자, 하나님 같은 이야기지만 어른들이 그렇게 영향을 어찌 보면은 줬을 수도 있잖아요. 그렇게 보면 가까이 다가가는 게 참 어려운 면이 많아요. 첫째, 이제 무시당하고 그 다음에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반대 방향으로 나가다 보니까 아이들이 부적응하고 이런 거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일 좋은 게 편지를 통해서 소통을 하죠. 첫째, 아무리 폭력이 심하고 이런 애도 그냥 모르는 척 우연을 가장해서 그냥 스윽 한 번 스쳐가고, 그 다음에 그냥 편지를 아이한테 어떻게 써 보냈는가. 주로 저는 우편으로 편지를 보내거든요. 직접 주지 않고. 그러면 집에서 이제 보지 않습니까. 그리고 또 편지는 방에서 혼자 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또 생각을 잠시 하는 거 같아요. 그리고 이제 괜찮다 싶으면 부모님한테 보여 드리고. 일단 소통의 매개체로 제가 활용을 하고 그러다 보니까 애들도 제가 이야기를 하면은 조금씩 흡수가 되는 거 같고, 저한테 밝게 대하고, 저한테 찾아오고. 이러다 보니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고 그럼 방법으로 아이들한테 제가 그 편지를 활용해서, 좌우명을 활용해서 접근하고. 그렇게 하면 좋아지는 거 같아요. 인정을 하게 되잖아요. 제가 잘해 주니까 자기도 항상 밝게 대하지. 자기도 기분 좋고. 일종의 '기브앤테이크'랄까요.

◇ 김유정> 선생님께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바람이 있으시다면 어떤 게 있는지 마지막으로 말씀 부탁드립니다.

◆ 김승호> 뭐 특별한 바람은 없고 제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을, 초심을 잃지는 않을 것이고요. 제가 교직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서, 그냥 할 수 있는 거니까. 시간 짬짬이 내서 조금씩만 할애하면, 그리고 이 글을 받고 좋아하는 아이들 얼굴의 미소를 상상하면은 너무 좋거든요. 그리고 또 편지를 받은 아이들은 그 다음날 일찍 나와 가지고 "선생님 편지 잘 받았어요" 이렇게 와서 남학생이든 여학생이든 인사하면 기분이 너무 좋아요. 그러다 보니까 그렇게 하고. 그래서 앞으로도 제가 상황이 된다면, 제가 조그만 산골에 공간을 마련하고 있는데 퇴직을 하더라도 그런 친구들 하고 이렇게 같이, 일종의 '자연치유'라 할까요? 자연과 같이 어우러지면서 제가 가지고 있는 캘리그라피, 붓글씨나 서각, 그리고 야생화, 나무 이렇게 키우는거. 이런 것을 같이하면서 그런 공간을 만들어 가지고 같이 한 아이한테라도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삶을 살고 싶습니다.

◇ 김유정> 오늘은 손글씨 좌우명을 전남 무안 학생들에게 선물로 보내 화제가 된 포은중학교 김승호 선생님 만나 봤습니다. 선생님 말씀 고맙습니다.

◆ 김승호> 감사합니다. 건강하십시오.

※원고정리: 인턴 남궁재원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

[포항CBS 김선영 PD] sy0426@hanmail.net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