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홀한 빛.. 그 이상의 아름다움

최보윤 기자 입력 2021. 1. 15. 09:29 수정 2021. 1. 15. 09:5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뉴욕 5번가 티파니 매장 앞에서 오드리 헵번이 바라본 건 단지 황홀한 보석만이 아니었다. 부유층에 대한 갈망에만 그친 것도 아닐 것이다.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1961)에서 헵번은 이렇게 말한다.

“좋은 일은 내가 좋은 사람일 때만 일어난다.

너 자신에게 충실하라는 식의 정직 말이다. 부정한 마음은 절대 안 된다.” 어쩌면 그녀는 품질부터 제작 과정, 윤리적인 경영까지 최상의 ‘투명성’을 꾀하는 티파니의 오늘을 미리 내다본 게 아닐까.

①다이아몬드를 세팅하는 모습. ②티파니 다이아몬드와 스케치. ③티파니 다이아몬드와 목걸이 스케치.④ 레이디 가가가 착용한 128.54캐럿의 티파니 다이아몬드 목걸이. 1877년 남아프리카공화국 킴벌리 광산에서 287.42캐럿이 원석으로 채굴돼 이듬해 티파니의 창업자 찰스 루이스 티파니가 이를 매입했다. 세공 과정에서 절반 이상을 손실한 끝에 128.54캐럿 82개 패싯(facet·절단한 보석의 편평한 연마면)의 다이아몬드로 재탄생했다. 이 다이아몬드는 지금까지 1957년 당시 사교계의 여왕 메리 화이트하우스, 1961년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의 배우 오드리 헵번 그리고 2019년 가수 레이디 가가가 착용했다. / 티파니 제공

184년 역사의 티파니는 신규 채굴한 개별 등록 다이아몬드(0.18 캐럿 이상)의 제작 전 과정을 공개하는 ‘다이아몬드 추적가능성 및 관리 체계’를 도입한다. 모든 원석에 대해 어디서 제작되고 세팅됐는지 공개하는 건 업계 최초다. 유례없는 이번 정책은 지난해 10월부터 순차적으로 실시됐다.

지난 2019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옐로 다이아몬드목걸이를착용한 레이디가가.

지난 2019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개별 등록 다이아몬드의 원산지(지역 또는 국가) 정보를 제공한다고 발표한 것에 이어, 투명성 기준을 한 단계 더 끌어올렸다. 티파니는 이번 결정으로 제품 제작 전 과정이 인간과 지구에 보탬이 돼야 한다는 기업 신념을 더욱 공고히 했다. 티파니 최고 지속가능성 경영자 아니사 카마돌리 코스타는 “우리 고객들은 티파니 다이아몬드가 품질뿐 아니라 사회적·환경적 책임에 따라 최고의 기준에 맞게 조달됐는지 알 자격이 있다”면서 “다이아몬드 추적가능성을 확보해 투명하고 윤리적인 소싱을 가능케 하는 건 이 두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기 위한 최고의 수단”이라고 말했다. 신규 채굴해 개별 등록한 모든 다이아몬드에 대해 원산지 정보와 함께 커팅·폴리싱, 등급 판정, 품질 관리, 주얼리 세팅이 어디에서 이루어졌는지 고객에게 공개한다. 정보는 판매 직원에게 문의할 수 있고, 티파니 다이아몬드 보증서에도 기재된다.

(좌)1939년 당시 목걸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80캐럿이 넘는 화려한 오벌 다이아몬드로 세팅한 목걸이는 2022년 뉴욕 5번가 플래그십 스토어 새단장에 맞춰 공개될 예정이다. (우) 1939년 세계박람회에서 선보인 거대한 아쿠아마린과 눈부신 다이아몬드 목걸이

티파니는 다이아몬드 공급망의 투명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글로벌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 중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에 다섯 곳에 다이아몬드 폴리싱(연마) 워크숍을 소유하고 운영 중이다. 1500명에 달하는 티파니 장인들이 캐럿의 중량뿐만 아니라 원석의 광채, 빛 분산, 섬광을 극대화할 수 있는 최고의 커팅 방식을 고수하며 작업한다. 또 벨기에, 모리셔스, 보츠와나, 베트남, 캄보디아에 있는 자사 다이아몬드 워크숍, 뉴욕의 티파니 보석 연구소, 북미 지역 5곳의 주얼리 제조 워크숍에서 업계 최고의 자체 기준을 준수한다. 티파니 다이아몬드 및 주얼리 공급 부문 수석 부사장 앤드류 하트는 “수십년간 공급망에 대한 티파니의 지속적인 투자가 오늘날 다이아몬드 제작 과정 공개를 가능케 했다.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채굴한 다이아몬드 원석을 직접 조달해 이를 자체 기준에 맞게 자사 워크숍에서 제작하고 세팅하는 럭셔리 주얼리 브랜드는 오직 티파니뿐”이라고 말했다.

이를 정리하면 ①책임감 있는 채굴- 호주, 보츠와나, 캐나다, 나미비아, 러시아, 남아프리카 등에서 채굴돼 신뢰할 수 있는 공급업체를 통해 책임감 있는 방식으로 원석을 조달. 짐바브웨나 앙골라 등의 우려 지역은 배제. ②준비-벨기에 앤트워프에서 다이아몬드 원산지를 기록하고, 크기, 컬러, 투명도, 형광성 등에 따라 분류해 디자인 매핑.

③커팅 & 폴리싱-모리셔스, 보츠와나, 베트남, 캄보디아, 벨기에의 워크숍에서 최고의 정확성과 예술성을 발휘해 자르고 다듬기. 많은 국가에서 현지법보다 더욱 철저하게 보건과 안전 기준을 준수하고, 현지인을 고용해 지역사회에 투자. 개발도상국 직원의 최저 임금 보장. 티파니의 이력 관리, 품질, 사회적·환경적 기준을 따르는 신뢰할 수 있는 공급 업체들로부터 일부 폴리싱 된 다이아몬드를 조달받기도 함. ④등급 판정 및 품질 관리-뉴욕 본사에서 수립, 관리하는 최고의 등급 판정 요건과 기준을 만족하도록 미국, 캄보디아, 베트남에 있는 티파니 보석 연구소에서 티파니 다이아몬드를 철저하게 감정하고 평가. ⑤세팅과 티파니 블루박스- 다이아몬드는 대부분 티파니의 미국 내 워크숍에서 세팅. 티파니 고유의 블루 박스에 이어, FSC(삼림인증제도) 인증을 거쳐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조달된 종이와 재활용품으로 만든 쇼핑백에 담긴다.

빅토리아 레이놀즈 수석보석학자,

글로벌 하이주얼리 머천다이징 부사장 인터뷰

빅토리아 레이놀즈 부사장<사진>은 1987년 티파니에 합류한 이후 커스텀 디자인, 다이아몬드 그레이딩 그리고 하이주얼리 등 다양한 핵심 부서에서 역량을 쌓았다. 지난해 3월 티파니 최초의 여성 수석 보석학자로 임명됐다.

빅토리아 레이놀즈 수석보석학자 / 티파니 제공

―고객에게 다이아몬드의 전 제작 과정을 공개한다는 것이 왜 중요한가?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는 훌륭하지만, 책임감 있게 소싱(조달)된 아름다운 다이아몬드를 갖고, 그 원석이 어디에서 왔는지, 커팅해 세팅되기까지 전 과정을 아는 것은 그 이상의 차이를 만들어 준다. 고객이 소유한 다이아몬드가 가능한 가장 책임감 있는 방법으로 소싱되고 세공됐는지, 우리가 구체적인 자료를 제공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 이를 통해 업계에 새로운 기준이 확립될 수 있기를 기원한다.”

―다이아몬드의 추적성과 산지를 밝히는 것은 사회적 환경적 책임을 우선시하는 노력의 일환일 것이다. 브랜드의 더 크고 장기적인 비전과 관련 있는 것일까?

“티파니는 25년 넘는 기간 동안 수직적으로 통합된 비즈니스 모델에 투자해왔고, 지속 가능한 자연환경과 지역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해왔다. 2019년 1월, 우리는 고객에게 새롭게 소싱한 개별 등록된 다이아몬드에 대한 보증서를 제공함으로써 다이아몬드 전 제작과정을 공개하는 여정을 시작했다. 2020년은 티파니 재단 창립 20주년이 된다. 재단 설립 이래 8500만 달러 이상의 보조금을 지급해온 티파니는 자연생태계를 보호하고 지역사회에 힘을 실어주는 단체를 후원하는 활동에 대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티파니는 자체적으로 다이아몬드를 감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것은 GIA 같은 공인된 외부 업체가 감정한 것만큼 등급이 정확하고 엄격하다고 말할 수 있는가?

“티파니의 다이아몬드 기준은 업계에서 인정하는 기준보다 훨씬 엄격하다. 광채를 극대화하기 위한 커팅 뿐 아니라 전 세계 보석으로 감정되는 스톤의 오직 0.04퍼센트만이 티파니의 기준에 부합한다. 이 최고 품질의 다이아몬드들은 커팅의 정확도, 대칭, 광채 등과 같은 정확한 측정기준을 바탕으로 커팅된다. GIA와 같은 기관이 제공하지 않는 구체적인 보증과 책임관련 고지사항을 제공한다.”

―최근 브랜드 역사상 여성 최초로 수석 보석학자에 임명됐다. 비전과 계획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스톤들을 세상에 소개하고 예상치 못한 커팅과 색상을 접목시키는 등의 시도를 통해 우리의 고객들이 독창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동시에, 모거나이트, 쿤자이트, 탄자나이트 등 브랜드 역사를 통해 세상에 소개된 티파니 레거시 젬스톤(legacy gemstones)의 위상을 드높이는 작업을 추진하고자 한다. 이 중요한 레거시 젬스톤들은 우리의 브랜드 DNA의 필수요소로, 지속적으로 새로운 방식을 통해 이들을 조명코자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