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야쿠르트 판매원인데 일본에선 정규직, 한국에선 특고?

윤희훈 기자 2021. 1. 1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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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규직 전환에 야쿠르트 판매원 '술렁'
노동전문가 "배송업 추가로 회사가 지휘…이젠 특고 아냐"
한국야쿠르트는 "예나 지금이나 특고…직고용 계획 없다"

똑같은 야쿠르트 판매원인데 일본에선 정규직, 한국에선 특수고용노동자(특고)라면 판매원들의 기분은 어떨까. 일본 혼샤야쿠르트가 야쿠르트 판매원을 정규직으로 직접 고용하겠다고 밝히면서, 한국 야쿠르트 판매원들이 술렁이고 있다. 1만1000여명(2020년말 기준)에 달하는 한국 야쿠르트 판매원은 특고로 분류돼 국민연금·고용보험 등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 등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어서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본 야쿠르트는 지난해 10월 야쿠르트 판매원 3만2000명 중 10%에 해당하는 3000명을 앞으로 3년간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차별화한 배송 서비스가 미래 경쟁력이 될 것이라 보고, 물류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일본 야쿠르트 판매원은 4대 보험은 물론 퇴직금 등 복지 혜택도 받는다.

한국야쿠르트 지배구조./그래픽=이민경 디자이너

일본 혼샤야쿠르트는 한국야쿠르트 지분 38.3%를 보유하고 있다. 한국야쿠르트는 벌어들인 수익 중 47억여원을 매년 배당금으로 일본 본사에 보낸다. 나머지는 40.83% 지분을 보유한 팔도(특수 관계자 포함)가 가져간다. 팔도는 윤호중 한국야쿠르트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최근 한국야쿠르트는 야쿠르트 판매원에게 야쿠르트뿐만 아니라 밀키트(조리 간편키트)와 시리얼 등을 배송하고 반품처리까지 한다. 근무 성격이 바뀌면서 본사의 배송 지시 등 지휘·감독 체계도 명확해지고 있다. 일본 본사도 야쿠르트 판매원 직고용을 추진하는 만큼 한국야쿠르트도 이들 판매원의 업무상 지위를 다시 판단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야쿠르트 판매원을 실질적으로 관리하는 전국 야쿠르트 대리점은 한국야쿠르트 퇴직 임원이 관리·감독하는 게 관례다.

최종연 법률사무소 일과사람 변호사는 "야쿠르트 판매원이 본사의 배송 지시를 거부할 수 있는 근거나 재량이 없다"며 "회사에서 신사업을 추진하면서 경영상 필요에 따라 새로운 업무를 하달하는 것인데 여전히 위탁판매원 신분을 유지하도록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오종필 노무사무소 늘푸른 노무사도 "사용자가 매뉴얼을 정하고 구체적인 기준에 따라 근로를 제공하는 형태라면, (야쿠르트 판매원도) 근로자로서 지휘·감독을 받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16년 8월 한국야쿠르트 아줌마로 13년간 일한 A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퇴직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근로자 지위 여부는 취업규칙 또는 복무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면서 사용자가 지휘·감독을 하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데 A씨가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동법 전문가들은 대법원 판결이 있던 5년 전과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지적한다. 한국야쿠르트가 농심 등 다른 회사 제품을 무료로 배송하는 등 사업 영역을 확장하면서, 근로 형태가 바뀌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전자상거래 기업 쿠팡이 최근 배송기사를 쿠팡친구라는 이름으로 직고용한 것처럼, 야쿠르트 판매원도 배송기사로 직고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변호사는 "당시 대법원 판결로 야쿠르트 판매원이 영원히 근로자로 인정받을 수 없게 된 건 아니다"며 "고용의 종속성에 관한 새로운 증거를 모으면 법원은 그에 따라 다르게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김민규 고용노동부 고용차별개선과 사무관은 "근로자성을 변경할 만큼의 변화가 있는지 세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야쿠르트는 판매원 지위가 "예나 지금이나 특고"라는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야쿠르트 판매원이 배송하는 상품도 기존 유제품처럼 판매한 상품 가격의 20% 정도를 마진으로 받아가고 있다"며 "판매원 대부분은 가정주부로, 근로시간을 통제하는 정규직 노동자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자영업자 성격이 있는 특고로 보는 게 맞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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