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울' 김재형 애니메이터 "의사에서 전향, 즐겁게 오래 일하고 싶었죠"[SS인터뷰]

김선우 2021. 1. 15.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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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김선우기자]영화 ‘소울’(피트 닥터 감독)에 참여한 디즈니 픽사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특별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한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2008년 픽사에 입사하기 전까지 의사로 활동하다 돌연 애니메이터로 전향한 것. 이후 ‘인사이드 아웃’, ‘코코’ 등에 참여했고 20일 개봉하는 ‘소울’ 작업도 함께했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영화에서 나오는 배우들처럼 나오는 캐릭터들의 연기를 하게 만들고 움직이고 여러가지 화면 안에 움직이는 것들을 만들어낸다”고 자신의 일을 소개했다. 의사에서 애니메이터가 되기까지, 어떤 이유가 그를 움직였을까.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중고등학생 땐 무엇을 하고 싶은지 구체적인 꿈이 없었던거 같다”며 “열심히 공부를 하다가 의과대학을 가게 됐는데 점점 열의가 줄어들게 되고 결과도 만족스럽지 않았다. 왜 그런가 생각하니 즐거워서 하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거 같더라. 오랫동안 즐겁게, 결과도 좋게 나오는 일을 하고 싶어서 병원을 그만두고 계속 생각했다. 이전에 좋아했던게 애니메이션 분야여서 다시 해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의사와 애니메이터, 전혀 연관성이 없어보이지만 예기치 못한 순간에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영화에서 병원 장면이 있는데 처음에 보니 실제 병원과 맞지 않는 부분이 있더라”며 “그 리스트를 적어서 감독님에게 건의를 했었다. 함께 논의 하면서 결과물이 나왔다”고 이야기했다.

나아가 이번 작품을 만들면서 주안점을 둔 건 캐릭터의 특성이다. 이어서 그는 “주인공이 피아노를 치는 장면이 있다. 재즈 피아니스트의 움직임을 계속 연구했다”며 “또 흑인 캐릭터의 경우, 특유의 문화적인 것에서 나오는 제스처나 표정을 살리려고 했다. 공동연출하신 감독님도 흑인이셔서 조언을 들으며 조심스럽게 작업을 했던 기억이 있다”고 돌아봤다.

‘소울’은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작품이다. 김재형 애니메이터 역시 극중 ‘조’의 이야기에 상당 부분 공감했다. 본인의 목표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삶은 어떨까. 그는 “생각보다 쉽진 않다. 직장을 못 구해서 힘든 시절도 있고 생각한대로 결과물이 나오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면서도 “그래도 평균적으로 즐거운 일인거 같다. 내가 좋아서 결정했다고 하지만 후회가 되거나 그런건 없다. 매일 좋고 기쁘진 않다고 하더라도 항상 생각해보면 즐거운 일을 하고 있는거 같다”고 만족했다.

‘소울’을 통해 김재형 애니메이터 역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적인 의미로는 피트 닥터 감독님 영화들 좋아하는데 다시 작업하게 돼서 굉장히 기쁜 마음으로 작업했다. 스토리를 처음에 받아봤을때 너무 어렵지 않을까, 완성된것보다도 어둡고 어려운 부분들이 있었다. 작업을 하면서 스토리가 수정되면서 지금의 형태로 완성됐다”며 “이걸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줄때 더 단순하게 명료하게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이 영화 마지막에 나왔을때 보람있게 생각된다. 나도 그 포인트들에 대해서 완성된거 보니까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또 “개인적으로도 비슷한 과정을 살면서 겪었는데 지금 있는 단계보다 앞으로 어떤식으로 살아야 될까 하는 부분에 대해서 좀 더 생각을 해볼 보여줘서 의미가 남달랐던거 같다”고 덧붙였다.

본인이 근무 중인 디즈니 픽사에 대해서는 “수평적 구조다. 모두 의견을 내다보니니 효율적이지는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조차도 픽사에 뽑힌 사람들이면 책임감 있게 의견을 낼 수 있을만큼의 수준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하나라도 허투루 듣지 않고 취합한다”고 귀띔했다.

어느덧 디즈니 픽사의 주요 일원으로서 극을 이끄는 김재형 애니메이터를 바라보며 롤모델로 삼는 후배들도 많다. 그는 “실력 있는 한국 친구들이 많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일을 하는게 실력 이상으로 제도적으로 법적인 제약이 많다”며 “정말 실력 있는 친구들도 어쩔 수 없이 돌아가기도 한다. 그래도 다양한 나라에서 활약하고 있는거 같고 한국 애니메이션도 점점 수준이 높아지고 잘하는 분들이 많은거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제 ‘소울’로 한국 관객들과 만날 채비를 마쳤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소울’은 어떤 위로를 줄 수 있을까. 김재형 애니메이터는 “미국에서는 극장이 아예 열지를 않아서 개봉을 디즈니 플러스 스트리밍 통해서만 이뤄졌다. 물론 극장에서 개봉하면 가장 보람되고 좋지만 오히려 스트리밍이 되면서 온가족이 같이 보시더라. 예전보다도 더 연령대가 늘어난 거 같다”며 “감상평을 보면 힘든 시기에 힐링이 됐다고 이야기 하시는거 보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한국도 힘든 상황이지만, 안전하고 조심하게 관람 하시고 이 어려운 시기에 힐링이 되는 시간이 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sunwoo617@sportsseoul.com

사진 |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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