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세로 그림받으면..미술 거래 숨통 트일것"

전지현 2021. 1. 15. 08: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화랑협회장 단독 출마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
상속세 물납제 도입하고
기업 손비 처리 확대하면
꽉막힌 미술품 유통 확 늘것
협회 주최 미술장터 '키아프'
아시아 최대 아트페어로 육성
코로나 시국에 한국화랑협회 회장에 도전한 사람은 황달성 금산갤러리 대표(68) 뿐이다. 임기 2년 무보수 명예직인데다 골치 아픈 일이 산적해 선뜻 나서지 않는 자리다. 지난해 9월 코로나19 확산으로 협회 주최 한국국제아트페어(키아프) 오프라인 행사가 무산된데다 위기에 각자 화랑 경영 챙기기 바쁘기 때문이다. 1976년 설립된 협회 회원사는 159개 갤러리로 주요 화랑 대표들이 이미 회장직을 거쳐갔다. 이변이 없다면 다음달 18일 황 대표가 새로운 수장에 오르게 된다.

각자도생도 힘든 시기에 화랑업계 수장에 단독 출마한 이유는 뭘까. 서울 회현동 금산갤러리에서 만난 황 대표는 "구원투수 역할을 하라는 주변의 요청이 있었다"며 "2008년부터 서울과 홍콩, 부산에서 호텔아트페어를 열고 일본과 중국에서 화랑을 운영한 경험이 있어 그냥 이대로 가만히 앉아선 안되겠다는 생각에 결심을 굳혔다"고 답했다.

'아트페어 전문가'로서 키아프를 아시아 최대 미술품 장터로 끌어올리는데 전력투구할 계획이다. 마침 협회는 2022년 세계적 아트페어인 영국 프리즈와 공동으로 서울에서 대규모 미술품 장터를 개최하기로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도약을 앞두고 있다.

그는 "2002년 출발한 키아프는 한 때 아시아 1위였지만 지금은 7위로 밀려났다"며 "서구 화랑 뿐만 아니라 인근 중국과 일본 톱 갤러리들을 유치하는데 내 인맥을 총동원하겠다"고 강조했다.

1992년부터 금산갤러리를 운영해온 황 대표는 현재 화랑가 유통을 '낙엽으로 꽉 막힌 수챗구멍'에 비유했다. 화랑 유통을 막는 '낙엽'으로는 '고객과 작가의 직거래장터'와 '2차 미술시장인 경매(옥션)'를 지목했다.

"작가와 화상(畵商)이 작품값을 결정해야 하는데, 지금 옥션이 그 역할을 하고 있어요. 한 유명 작가 작품은 시가 7분의 1가격에 온라인 경매에 나오기도 했죠. 예술경영지원센터(문화체육관광부 산하기관)는 작가를 위한답시고 컬렉터와 직거래시켜 화랑 유통이 설 자리를 뺏아갔고요. 서로 공존하려면 타협점을 찾아야 합니다."

화랑가 유통을 뚫기 위해 그가 낸 공약은 상속세 미술품 물납제, 법인의 미술품 구입 손비 처리 상한액 10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상향, 미술품 담보 대출 등이다.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5000억원도 안되요. 민관이 힘을 끌어모아야 미술 시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정부가 미술업계 고충을 이해하도록 적극 설득해야죠. 영국 정부는 지난해 960억원 규모 미술품을 상속세 대신 받아 전국 미술관에 나눠줘 국민의 미술 향유권을 확대했어요. 세금 대신 그림을 납부하고, 법인의 미술품 구입비 손비 처리 한도를 3000만원으로 올리면 작품이 많이 팔릴 겁니다."

협회를 통한 미술품 담보대출도 추진할 계획이다. 기존 미술품 진위감정 사업에 시가감정을 강화하고 금융기관과 협의를 통해 미술품 담보 대출 사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는 "물납제와 담보대출을 제대로 하려면 감정 시장을 키워야 한다. 국내에서 유통되는 외국 그림 감정도 협회에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류를 타고 외국에서 키아프를 여는 것도 목표로 세웠다. 그는 "베트남과 홍콩, 싱가포르 등에서 키아프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초 회장 출마를 결심한 그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 아들이자 미디어 아트 작가 문준용 전시를 열어 한바탕 '홍역'을 치뤘다. 부산 남항초등학교 동창인 문 대통령과 인연도 있지만 전도유망한 미디어 아트 작가에 대한 화랑의 투자였다. 그러나 이 전시와 관련해 서울문화재단 코로나19 피해 예술인 긴급지원금 1400만원을 받은게 드러나 대통령 아들 특혜 논란이 일었다.

"20년간 미디어 아트 전시를 해왔는데 문준용은 코딩(coding)이 정말 뛰어난 작가에요. 미디어 아트 제작비는 회화나 조각에 비해 많이 드는데도 대통령 아들이라서 수억원대 대형 프로젝트 지원금 신청을 못했어요.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문준용을 비난하는 작가는 별로 없어요. 아버지 특혜는 커녕 오히려 작가로서 운신의 폭만 좁아졌죠."

대통령과 친분이 협회장 활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벌써부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눈들이 많다. 그는 "금산갤러리에서 그림을 사면 문 정부 이후 세무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소문이 퍼져 힘들었다"며 "내 정치 성향은 오히려 보수에 가깝다"고 선을 그었다.

[전지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