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인표', 신선하거나 지루하거나[게기자의 방구석1열]

이게은 2021. 1. 1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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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가 자신을 셀프디스하고 희화화해 스스로를 '웃프게' 양념하고 이를 본인 이름을 건 작품으로 탄생시키기란, 꽤 그 벽이 높아 보인다.

영화 속 차인표는 자신이 쌓아온 반듯한 이미지를 중요시하고 아직도 이를 제고하려 눈물겹게 애쓴다.

영화 속 차인표는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벗어나지 못했지만, 실제 차인표는 '차인표'를 계기로 틀에서 벗어나 진일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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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서울 이게은기자] 배우가 자신을 셀프디스하고 희화화해 스스로를 '웃프게' 양념하고 이를 본인 이름을 건 작품으로 탄생시키기란, 꽤 그 벽이 높아 보인다. 이미지를 내려놓기 힘든 스타의 특성상 이런 영화는 존재하기 힘들 듯하지만, 배우 차인표는 이 실험적인 발상에 기꺼이 이름을 올렸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차인표' 이야기다.

지난 1일 공개된 '차인표'는 한물간 스타 차인표(차인표 분)가 주인공이고, 모든 서사도 그를 중심으로 이뤄지는 차인표 원맨쇼다. 영화 속 차인표는 자신이 쌓아온 반듯한 이미지를 중요시하고 아직도 이를 제고하려 눈물겹게 애쓴다. 현실은 1994년 출연한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 안에' 속 청춘스타에 멈춰있는데 여전히 최민식, 이병헌, 설경구와 4대 천왕이라며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고 믿는다.

허세 가득하고 자기 객관화가 전혀 안되니 현실을 자각하라고 뼈 있는 충고를 한 매니저 김아람(조달환 분)을 오히려 꾸짖는다. 결국 차인표는 목욕 중 건물이 붕괴되는 사고로 잔해에 갇힌 긴박한 상황에서도 김아람에게 전화해 "네가 날 꺼내주면 된다"며 119 구급대원도 부르지 못하게 한다. 목숨을 잃는 것보다 두려운 건 자신의 알몸과 우스꽝스러운 상황이 만천하에 알려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영화 속 차인표는 자기 객관화가 안 된 캐릭터이지만, 실제 차인표는 전혀 그렇지 않다. 이 작품은 그가 자신을 냉철하게 바라봤기 때문에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 차인표는 이미 5년 전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자신의 캐릭터가 정체된 것이 마음에 걸린다는 이유로 고사한 바 있다. 다시 출연을 결심한 건 실제 정체기를 겪으면서였다고.

스타는 자신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한편, 또 이를 깨부수며 전진해야 하는 숙명을 지닌다. 차인표 역시 여기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이를 벗어나면 언제든 스러질 수 있다는 걸 깨닫게 된 건데, '차인표'에서도 주인공 차인표를 통해 이 점이 투영된다. 실제 차인표와 허구를 묘하게 오가며 나아가 개개인의 굴레까지 생각하게 하는 '차인표'다.

물론 이는 차인표의 과감한 연기 변신이 있었기에 실감나는 표현이 가능했다. 자신을 내려놓고 전에 없던 찰진 욕설 대사와 망가짐을 불사, 찌질한 캐릭터로 완벽 탈바꿈해 신선한 여운을 준 것. 28년 연기 인생에 방점이 될 만한 발자취를 남긴 셈이다. 영화 속 차인표는 자신의 이미지에 집착하고 벗어나지 못했지만, 실제 차인표는 '차인표'를 계기로 틀에서 벗어나 진일보했다.

다만 아쉬운 건 큰 반전이나 장치 없이, 조금 단조로운 전개로 106분을 달린다는 점이다. 특히 잔해에 갇힌 차인표 이야기가 주요 얼개가 되며 그가 사고를 당하고 구조되는 장면까지가 약 60분을 차지하는데, 차인표가 돋보이지 않을 뿐더러 산만하고 정신없는 서사가 오간다.

아무도 모르게 구조되어야 하는 차인표의 고집, 칠전팔기 정신으로 이를 실행에 옮겨야 하는 김아람의 눈물겨운 사투가 밋밋하게 반복되어 흥미도 반감된다. 기시감까지 주니 당황스럽기도 하다. 웃음이나 감동도 훅 다가오기보다 잔잔히 스미는 편이라 드라마적 정서도 공허하게 다가온다. 구성과 연출력은 차인표의 도전 정신과 표현력에 미치지 못해 더욱 어설프다.

eun5468@sportsseoul.com

사진ㅣ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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