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코로나19 백신의 승인 이후 남은 과제와 질문들
전 세계가 간절히 기다려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COVID-19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일부 국가에서 시작된 가운데 한국에서도 2~3개월 안에 접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초고속으로 진행된 코로나19 백신 개발은 인류 역사상 전례가 없는 과학적 쾌거로 평가된다. 이번 백신 개발로 매우 희망적인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코로나19 사태의 완전한 종식을 위한 과정의 시작일 뿐이다. 아직 백신 공급과 접종을 둘러싼 난제들이 남아 있고 일련의 문제들은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다.
향후 도전 과제들은 한 가지의 목표를 지향하고 있다. 코로나19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의 막대한 부담을 경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100억~160억회 접종분의 고품질 백신의 생산이 필요하고 백신의 보호 효과가 2개월 이상(현재 2개월까지만 확인됨) 이상 지속된다는 것을 증명해야 한다. 또 전 세계 50억~80억명이 백신을 공평하게 맞도록 분배해야 한다. 전염병대비혁신연합(CEPI)은 2023~2024년이나 되어야 충분한 물량의 코로나19 백신이 생산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전성과 효능이 검증된 백신을 충분히 확보하기 전까지 코로나19에 감염돼 입원하고 목숨을 잃는 사람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이다.
현재까지 선진국들이 미리 사들인 백신 물량은 필요한 양을 훨씬 더 상회하는 80억 회분에 이른다. 백신 분배 상황을 수학적으로 모델링한 결과 백신이 공평하게 분배되지 못할 경우 전 세계 코로나19 사망자는 2배로 늘어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까지 우리가 아는 것은 백신이 2~3개월의 임상시험 기간 동안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대한 예방 효과를 보여줬고 안전한 것으로 보인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것은 많다. 당장 우리는 최적의 백신 투여 용량과 접종 간격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한다. 영국은 실제 백신 접종에서 임상시험에 적용된 3~4주가 아닌 3개월의 간격을 두고 접종을 실시할 계획인데, 이를 뒷받침할 데이터는 전무하다. 미국은 모더나 백신의 용량을 줄여 접종할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백신 투여 용량이나 일정의 변경은 경험론이 아니라 임상시험 데이터에 근거해야 한다.
백신의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추가 접종에 1차 접종과 다른 백신을 쓰는 교차 접종이 괜찮을지도 의문이다. 과학자들은 현재 승인된 백신이 어떻게 사람들을 코로나 바이러스로부터 보호해주는지 구체적인 메커니즘을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임상 3상 참여자들로부터 수집한 검체를 실험실에서 분석해 백신에 대한 '방어면역 평가 지표'를 밝히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지표는 최적의 백신 투여 용량과 접종 간격을 찾고, 차세대 백신 개발을 가속화하며, 언제 추가 접종이 필요한지 파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지역사회 감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아직 알지 못한다. 현재 세계 곳곳에서 시행되고 있는 대규모 임상3상 시험들은 백신이 개인을 코로나19로부터 보호하는가라는 질문에 답변을 찾도록 설계돼 있다. 하지만 백신이 감염을 예방하는가, 전파 차단 효과가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는 답을 주지 못한다. 전체 인구의 몇 퍼센트가 백신을 맞아야 할지 묻는다면 필자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60%라고 답하겠지만 이는 추정치에 불과하다.
분명한 점은 이런 질문이 실질적으로 함의하는 바는 백신 접종이 이뤄지더라도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과 주변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우리는 당분간 마스크를 계속해서 착용하고 살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또 다수의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백신 유용성 연구를 통해 백신 접종이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집단면역에 대한 이해를 통해 백신이 코로나 팬데믹의 부담을 경감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이런 유용성 연구는 백신접종이 개시되고 있는 지금 시작해야 한다.
백신은 무기이며, 게임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강력한 무기다. 그렇지만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려면 감염 예방을 위한 전략, 필수적인 백신 유통 계획, 감염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백신을 투여할 의료진이라는 군대가 필요하다. 독감 백신은 한 번 접종하지만 코로나 백신은 두 번 맞아야 하기 때문에 더욱 큰 규모로 진행될 것이다. 초기에는 공급물량이 충분하지 않기에 고령층과 의료계 종사자에게 우선적으로 접종하고, 필수업종 종사자들이 그 다음 순서가 된다. 이는 백신의 공급 일정에 달려 있다. 최근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MHRA)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승인하면서 다른 나라 규제 당국에서도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수 있는 물꼬가 트였다. 한국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긴급사용 승인에 대한 서류검토 작업에 들어갔다. 앞으로 2~3개월 안에 노바백스와 존슨앤존슨을 비롯해 더 많은 백신에 대한 소식도 들려올 것이다.
한국은 초기 수급이 지연됐지만 올해 상반기 수개월 내에는 안전하고 효과적인 백신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여러 백신접종 프로그램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올 가을쯤 한국의 백신 접종률은 6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백신이 감염을 예방하는지 전파를 막는지는 여전히 모르기 때문에 접종이 이뤄지더라도 우리는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 밀집 장소 피하기는 계속되어야 한다. 우리는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며, 과학계는 코로나 팬데믹을 실질적이고 확실하게 종식시키기 위한 해답을 구하는 데 노력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 동아사이언스는 코로나19 사태 1년을 맞아 현재 상황과 앞으로 전망, 백신 개발과 보급에 관한 전문가들의 연속 기고를 싣습니다. 첫 순서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백신 접종의 현황과 과제에 대한 제롬 김 국제 백신연구소 사무총장의 글을 소개합니다. 일부 내용은 15일자 동아일보 과학면에 소개했습니다.
[제롬 김 국제백신연구소(IVI) 사무총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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