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女3쿠션 세계1위' 클롬펜하우어 "남자 톱랭커 넘어서는 것, 내 마지막 목표"[단독인터뷰]

김용일 입력 2021. 1. 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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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3쿠션 세계최강인 테레사 클롬펜하우어가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를 위해 포즈를 취하고있다. 김도훈기자 dica@sportsseoul.com

[일산=스포츠서울 김용일기자] “남자 톱랭커를 이기는 것, 내 마지막 목표가 될 것.”

모처럼 방한한 세계캐롬연맹(UMB) 여자 3쿠션 랭킹 1위 테레사 클롬펜하우어(38·네덜란드)는 다부진 목소리로 말했다. 클롬펜하우어는 지난 13일 일산 MBC드림센터에서 열린 코리아당구그랑프리 3쿠션 여자 개인전 첫날 경기 직후 스포츠서울과 단독인터뷰에서 자신의 당구 철학과 비전을 또렷하게 밝혔다.

클롬펜하우어는 당구 최고 권위인 UMB 세계선수권대회에서만 통산 4회 우승(2014 2016 2018 2019)을 차지했다. 이밖에 유러피언 챔피언십 통산 10회 우승, 버호벤 오픈 3회 우승 등 당구계 메이저대회를 모두 싹쓸이하며 세계 최강 지위를 여전히 누리고 있다. 특히 남자 선수에 버금가는 샷 스피드와 임팩트는 그의 상징과 같다. 자연스럽게 난구를 해결하는 수준 자체가 기존 여자 선수들과 다르다. 남자 못지않은 에버리지를 뽐내는 그는 주요 월드컵에서 실제 남자 선수과 당당하게 맞서며 화제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또 큐를 내려놓았을 땐 한없이 인간적인 면모도 뽐내 동료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 마디로 ‘경기력과 인성’이 동반한 슈퍼스타. 클롬펜하우어는 당구계 ‘리빙 레전드’의 길을 걷고 있다. 클롬펜하우어는 “당구장에서나, 일상에서나 가식 없이 늘 내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 여러 선수가 내 장점을 좋게 봐줘서 감사할 뿐”이라고 웃었다.


이번 대회에 초청 선수로 참가한 그는 이신영과 첫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2 진땀승했다. 코로나19 여파로 3개월가량 실전 경기를 치르지 못한 그는 관중 없이 스튜디오에서 진행하는 경기 분위기에도 적응해야 했다. 그래도 5세트 4-4에서 절묘한 넣어치기를 비롯해 승부처에서 특유의 집중력을 뽐냈다. 결국 바깥 돌리기로 마지막 7점을 따내면서 승리를 거머쥐었다. 그는 “2주의 자가 격리가 생각보다 힘들더라. 일단 훈련 자체를 할 수 없는 환경이어서 더 그랬다”며 “그래도 지난해 10월 이후 공식 대회를 뛰지 못했는데 한국에서 모처럼 하게 돼 기쁜 마음”이라고 했다.

클롬펜하우어는 세계 최고로 불리지만, 늘 공개적으로 한국 선수 칭찬을 많이 한다. 그는 “한국 선수는 분명히 다른 나라 선수보다 수준이 높다. 그 요인은 두 가지”라며 “첫째는 서울에서 100m만 걸어도 5개 정도의 당구장이 늘 보인다. 인프라가 풍부하다보니 실력 있는 선수가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둘째로 네덜란드에서 유망주들은 쿠션 없이 목적구를 맞히는 프리게임으로 먼저 배운다. 그러나 한국은 어릴 때부터 3쿠션을 지망하면 아예 처음부터 그 종목을 수학한다. 경기에 대한 리듬이나 전문성이 다르다”고 치켜세웠다. 그는 ‘세계 1위의 훈련법’을 묻자 “우선 경기 경험이 많아야 하고 경기 지식을 쌓아야 한다. 난 그 지식을 토대로 경기에서 기술적으로 정교하게 만들기 위한 반복 훈련을 많이 한다”고 했다. 다만 이밖에 비법은 ‘빅 시크릿(big Secret)!’이라며 웃었다.


네덜란드의 작은도시 네이케르크 출신인 클롬펜하우어는 8세 때 처음 큐를 잡았다. 그의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 두 살 터울 오빠까지 모두 당구를 쳤다. 클롬펜하우어는 “아버지께서 헤이그 쪽에 빌리어드 클럽을 운영했는데 난 1시간 거리인 그곳으로 늘 훈련하러 다녔고 좋은 지도자를 만나게 됐다”고 말했다. 프리게임으로 당구를 배우다가 3쿠션의 길을 모색한 건 만 20세가 된 2003년이다. 워낙 어릴 때부터 탄탄한 기본기를 자랑한 그는 3쿠션을 배운지 2년 만인 2005년에 유러피언 챔피언십에 출전해 첫 메이저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가장 기억에 남는 우승을 묻자 “어려운 질문”이라고 웃더니 “아무래도 가장 바라던 세계 타이틀을 처음 따낸 2014년 대회(세계선수권)”라고 말했다. 자신의 롤모델에 대해서도 ‘당구계 펠레’로 불리는 레이몽 클루망(벨기에)을 언급했다. 그는 “너무나 많은 타이틀을 지닌 레전드다. 당구장 밖에서도 아주 훌륭한 분으로 83세 나이에도 여전히 당구를 사랑한다. 나도 그 나이에 클루망처럼 당구를 즐겼으면 한다”고 말했다.

당구를 안 할 땐 반려견과 해변에서 산책하는 것을 즐긴다는 그는 커리어 마지막 목표도 명확히 했다. 클롬펜하우어는 “남자 선수들과 더 많은 대결을 하고 싶다. 상대가 강하면 나도 더 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향후 몇 년 안에 남자 톱랭커를 넘어서는 게 내 마지막 목표”라고 강조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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