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리뷰]사랑에 눈먼 이들에 관한 동화 '블라인드'
결핍과 트라우마를 보듬는 것 중 하나는 사랑이다. 영화 '블라인드'는 이러한 사랑을 감각적으로 표현한다. 동시에 동화 속 이야기와 현실을 중첩하며 '사랑에 눈이 멀다'는 말에 대해 직접적으로 묻는다.
'블라인드'(감독 타마르 반 덴 도프)는 모든 것을 보고 싶은 루벤(요런 셀데슬라흐츠)과 모든 것을 감추고 싶은 마리(핼리너 레인), 두 인물의 눈을 감으면 보이는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그린 감성 멜로다. 우리에게도 친숙한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을 모티브로 한 작품이다.
루벤은 후천적으로 시력을 잃은 인물이다. 앞을 보지 못하게 된 후 루벤은 난폭하게 굴며 타인의 접근을 차단한다. 그런 루벤을 위해 루벤의 어머니는 책을 읽어주는 사람을 고용하지만, 루벤의 난폭함 때문에 금방 그만둔다.
그러던 와중에 새롭게 찾아온 마리는 물건을 집어 던지며 소리 지르는 루벤에 아랑곳하지 않고 오히려 루벤을 제압한다. 그렇게 마리와 루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서로에게 점점 빠져들게 된다.
'블라인드'는 '눈의 여왕' 이야기와 여러 면에서 중첩되는 모습을 보인다. 앞을 볼 수 없게 되며 차갑게 변한 소년 카이, 둘 사이를 갈라놓는 눈의 여왕, 카이를 찾아 헤매는 소녀 게르다, 순수한 사랑 등 카이와 게르다의 이야기는 루벤과 마리를 여러 모습으로 뒤쫓는다. 영화 속 배경이 되는 계절도 하얀 눈으로 뒤덮인 겨울이다.
이 영화는 마치 동화처럼, 환상처럼 '눈의 여왕' 그리고 루벤과 마리가 존재하는 현실 사이를 오가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엇보다 앞이 보이지 않는 루벤, 사람들이 흉측하다고 말하는 마리의 진실한 사랑에 대한 동화다.
루벤은 감각을 통해 사물과 사람을 본다. 만져야 비로소 세상을 볼 수 있고, 들음으로써 세상을 읽는다. 루벤은 마리 역시 냄새를 맡고 만지면서 알아가는 과정을 겪는다. 보이지 않기에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온전히 마리를 마주할 수 있다.
그렇지만 둘이 가까워지는 걸 경계하는 루벤의 엄마로 인해 루벤과 마리는 이별할 수밖에 없게 된다. 감각으로, 마음으로 마리를 바라보는 루벤과 달리 사람들은 마리를 세상 밖으로 밀어낸다. 그런 이들로 인해 '본다는 것'은 결국 보이지 않는 것을 외면한다는 의미가 된다.
이러한 감각에 대한 이야기와 이미지를 통해 진실한 사랑이란 과연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들어지는 것인지, 보는 것으로 정의될 수 있는 것인지 묻는다.
'블라인드'는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결핍과 트라우마, 콤플렉스를 말하는 영화이기도 하다.
루벤은 후천적으로 잃은 시력으로 마음마저 상처 입은 인물이다. 마리는 선천적 백색증으로 어릴 때부터 흉측하다는 소리를 듣고 늘 후드로 얼굴을 가리고 다닌다. 트라우마와 콤플렉스로 마음 한 부분이 결핍된 이들을 치유하는 것은 서로의 존재다.
보이는 것으로 판단하지 않고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서로의 결핍을 보듬는다. 이는 영화가 내내 이야기하는, 사랑에 눈이 먼 자들이 말하는 진실한 사랑의 한 부분이다.
현실과 동화를 오가는 구조와 극단적인 클로즈업의 반복, 하나의 소리에 집중하는 화면 등이 어우러지며 영화는 환상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든다.
작품이 나온 지 15년이나 됐지만, 지금 봐도 서정적이고 애틋하게 다가온다. 오히려 그러한 점 때문에 영화는 동화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무엇보다 '감각'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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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최영주 기자] zoo719@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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