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K] 광대에서 조커로, 이제는 리더가 된 '표식'

강한결 2021. 1. 15.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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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DRX 정글러 '표식' 홍창현. DRX 트위터 화면캡처
[쿠키뉴스] 강한결 기자 = 지난해 리그오브레전드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이후 DRX는 대규모 리빌딩을 피할 수 없었다. 미드라이너 '쵸비' 정지훈을 비롯한 네 명의 선수가 둥지를 옮겼고, 결국 정글러 '표식' 홍창현이 홀로 남게됐다.

롤드컵 8강이라는 뛰어난 성적을 거뒀지만, 2020년 DRX의 끝은 애석하게도 '북산엔딩'이었다. DRX의 미래도 불투명해졌다. '씨맥' 김대호 감독은 오는 5월까지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고, 새로운 선수들의 실력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홍창현이 결국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예상도 많았다. 1년만에 일취월장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팀의 전력의 핵심인 정지훈이 빠지면서, 홍창현의 캐리력도 줄어들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실제로 2020 LoL KeSPA컵에서 홍창현은 과도한 캐리 부담감으로 무리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6일 진행된 2020 LoL 챔피언스 코리아 스프링 스플릿 미디어데이에서도 홍창현의 발언은 팬들을 짠하게 만들었다. 그는 "팀에 많은 일이 있었지만, 다들 정신 꽉 잡고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면서도 "스프링 시즌 기대할 부분은... 잘 모르겠다"고 멋적은 웃음을 지었다. 

15일 아프리카 프릭스와의 경기에서도 DRX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관록이 넘치는 베테랑으로 구성된 아프리카는 1세트 초반부터 DRX를 강하게 압박했다. '클라우드 템플러' 이현우 해설위원 역시 "표현은 이상할 수 있지만, DRX가 아주 편안하게 지고 있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트리플 킬을 기록하는 '표식' 홍창현의 '그레이브즈'.
어려운 상황을 타개한 것은 홍창현이었다. '그레이브즈'를 선택한 홍창현은 꾸준히 성장하며 체급을 키웠고, '불멸의 철갑궁'이 나온 뒤로 적극적으로 교전을 열었다. 예상외의 교전 능력에 아프리카의 운영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고, 홍창현은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결국 DRX는 초반의 불리함을 극복하고 역전승을 거뒀다. '그레이브즈'의 KDA는 7/0/2. 성장형 정글러의 캐리력을 과시했다.

승패가 걸린 3세트, 홍창현은 자신의 시그니처 챔피언인 '킨드레드'를 선택했다. 초반 '드레드' 이진혁의 '그레이브즈'를 잡아내며 정글 성장차이를 벌렸고, 이어진 교전 때마다 데미지를 뿜어냈다. 또한 타워 다이브를 통해 탑 라인을 정리하던 '플라이' 송용준의 '조이'를 끊어내기도 했다. '킨드레드'의 지속적인 교전 유도로 딜러도 성장하게 됐고, 결국 DRX는 아프리카의 넥서스를 파괴했다. 

경기가 끝난 뒤 방송 인터뷰에서 홍창현은 "아무래도 나는 2020 DRX를 기준으로 삼는다"며 "그 정도를 100 퍼센트라고 생각한다면 지금 우리 팀은 아직 많이 부족한 것 같다"라며 냉정하게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유쾌한 모습도 함께 보여줬다. 지난해부터 경기 승리 후 '리신', '트런들' 등의 챔피언의 모습을 묘사하며 유쾌한 세레머니를 보여준 홍창현은 이날 '그레이브즈'의 궁극기 '무고한 희생자(R)' 포즈를 취하며 웃음을 전했다.

홍창현은 높은 텐션과 재치넘치는 입담으로 팬들에게 웃음을 전했지만, 이로 인해 한편에선 그를 '광대'라 부르며 실력을 평가절하 했다. 하지만 그는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신에 대한 부정적 평가를 긍정으로 바꿨다. 

▲사진=2020 롤드컵 홍창현의 정글지표. LCK 트위치 중계화면 캡처

롤드컵 그룹스테이지가 시작하기 하루 전날 '빛돌' 하광석 분석위원은 유튜브 댓글을 통해 홍창현을 응원했다. 그는 "누군가는 그를 광대라고도 표현 합니다. 하지만 광대를 영어로는 Joker로도 표현합니다. 이런 저런 저평가 속에서, DRX가 세계를 놀라게 만드는 일을 해낸다면 분명 그 중심에는 표식이 있을 것입니다. 모두의 예상을 깬, 조커의 역할을 해내면서요"라고 말했다. 실제로 홍창현은 롤드컵 기간 만개한 기량으로 전세계에 자신의 이름을 알렸다.

올해는 리더로서도 성장한 홍창현이다. 지난해 12월 케스파컵 조별 예선 1일차 아프리카와의 5경기를 승리한 후 진행된 쿠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홍창현은 “신인 선수들이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오히려 내가 2경기에 못했다. 나도 잘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2경기에 우리가 조합이 좋으니 침착하게 경기를 풀어가잔 얘기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나도 아직은 모르는 게 투성이지만, 동생들에게 아는 건 최대한 알려주고 노력하려고 한다"며 "우리 팀원들의 포텐셜이 충분히 있다고 생각하기에 끝까지 믿고 응원해주셨으면 좋겠다"며 격려의 메시지를 보냈다.

광대에서 조커로, 이제는 DRX의 리더로 거듭난 홍창현이다.

sh04kh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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