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인이법' 만능 아냐..보호·수사역량+사회관심 함께 가야

황덕현 기자 입력 2021. 1. 15. 06:05 수정 2021. 1. 15.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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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인양을 입양한 후 수개월간 학대해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양부모에 대한 첫 재판이 열리는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관계자들이 처벌을 촉구하고 있다. 2021.1.13/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황덕현 기자 = 지난해 1월 입양 뒤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이(입양 전 이름)의 학대 가해자인 양부모가 지난 13일 첫재판을 받은 가운데 내복 차림 아동이 집주변을 배회하다 구조되는 사건이 발생,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식지 않고 있다.

정인이 사건을 계기로 김창룡 경찰청장의 사과와 법령 개정에도 일부 진전이 있었다. 그러나 '정인이법' 제정에도 아동학대 문제가 완전히 해소되리라고 믿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자녀에 대한 학대는 돌보지 않는 방치부터, 자신의 소유물로 여기고 행동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심지어 자녀의 사망에 이를 수 있는 폭력행위까지 범위가 넓고, 다양하다. 최근 들어 이런 범행은 곳곳에서 폭발하듯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천안에서 2011년생 9세 아동을 가방에 가둔 뒤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가 있는가 하면, 경남 창녕에선 30대 계부가 달궈진 프라이팬이나 200도 이상 예열된 글루건으로 아동 신체를 지지고, 물고문 하는 끔찍한 사건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이런 학대가 여전히 자녀를 '소유물'로 여기는 태도에서 기인한다고 보고 있다. 이창현 외국어대 로스쿨 교수는 "자녀를 소유물로 생각하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굿네이버스 관계자는 "아동을 독립된 인격체가 아닌 부모 소유물로 여기며 훈육이란 명목에 체벌이 이어지고 있다"고 부연했다.

가벼운 학대에 대한 신고 이후 아동이 가정으로 돌아가면서 '정인이 사건'과 같이 확대될 가능성도 여전하다.

9살짜리 여아를 잔혹하게 학대한 ‘창녕 아동학대’ 사건의 친모가 14일 창원지방법원 밀양지원에서 열린 첫 재판을 마친 뒤 변호인과 대화하고 있다. 2020.8.14./뉴스1 © News1 강대한 기자

한 학대예방경찰관(APO)은 "(정인이) 사건이 불거지기 전부터 (여러 사건 때문에) 좀더 세심하게 아동을 지원하자는 움직임은 있다"면서도 "(여전히) 가족관계 특성상 큰 외상이나 아동의 의사 표현이 없으면 (강제) 분리조치에 어려운 면이 있다"고 호소했다.

이를 뒷받침하듯 최근 손주들과 함께 살던 50대 여성이 아동학대 혐의로 체포됐으나 서울가정법원에서 분리보호 조치 승인절차인 '임시조치 신청'이 기각되면서 가족간 강제분리가 물 건너가기도 했다.

현행 법망의 허점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학대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난 20대 남성은 정해진 접근금지기간이 지나자 3명의 자녀를 보호시설에서 데려온 뒤 식사를 주지 않고 흉기로 구타하는가 하면 자녀를 들어던지기도 했다. 해당 범행으로 이 남성은 인천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고은설)에서 징역 22년을 선고받고 수감됐다. 그러나 이 남성의 자녀들은 이미 심각한 부상을 입은 뒤였다.

‘평택 실종아동 신원영군’ 사건의 계모 김모씨(38)가 지난 2016년 경기 평택시 비전동 평택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호송차에 탑승하고 있다. 2016.3.16/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정인이 사건 이후 김창룡 경찰청장이 사과하고, 국회에선 아동학대를 방지하겠다는 '정인이 법'(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개정 법률에 따라 아동학대 범죄는 앞으로 신고의무자의 신고 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즉시 조사·수사 착수가 의무화됐다. 현장조사 결과를 수사기관과 지자체가 상호 통지하게 해 사각지대가 없도록 했다.

다만 법률이 실제 현장에서 제2, 제3의 '정인이 사건'을 막는 데까지는 수사기관 및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역량 강화와 사회의 관심이 두루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 입장이다.

신수경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아동인권위원회 변호사는 "개정 법을 미리 적용했어도 정인이가 가정에서 분리되고 잘 살았을 거란 확신은 없다"면서 "부모교육이나 기소유예 처분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신 변호사는 이어 "실효적으로 시스템이 동작하기 위한 인력과 예산, 아동과 현장 중심 체계와 인식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실무자들의 민감성과 감수성을 향상하고, 또 아동학대가 다시 발생할 위험이 없어야 원래의 가정으로 돌려보낼 수 있는 건데, 이런 판단을 할 수 있는 전문가 양성이 필요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배우 이영애씨가 지난 5일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지를 찾아 입양 후 양부모에게 장기간 학대를 당해 숨진 16개월 영아 정인(가명)양을 추모하고 있다. 2021.1.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ac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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