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고분양가 심사기준' 공개한다..투명성 논란 차단

노해철 기자 2021. 1. 15.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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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G "분양가 심사기준 공개로 가닥..공개 범위 검토"
'깜깜이' 분양가 반복.."정보공개로 투명성 높여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내려다본 강동구 옛 둔촌주공아파트단지에서 재건축 공사가 한창이다. 2020.8.1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서울=뉴스1) 노해철 기자 =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공개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동안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HUG의 분양가 책정이 불투명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주택업계에선 분양가를 둘러싼 HUG와 조합 간 갈등 해소를 위해선 정보 공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다. 공개된 기준을 토대로 조합 분양가에 대한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유도해야 한다는 얘기다.

15일 HUG와 주택업계에 따르면 HUG는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공개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공개 범위를 검토하고 있다. 한국주택협회는 최근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간담회에서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개선해달라는 요청과 함께 이 기준을 공개해달라고 건의했다.

HUG 관계자는 "고분양가 심사기준을 공개하는 게 맞다고 보고 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얼마나 더 자세한 내용까지 공개하느냐를 두고 내부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분양보증은 아파트 선분양 체제에서 건설사 부도 등에 대비해 계약자의 분양대금을 보호하는 제도다. 30가구 이상 주택을 신규 선분양할 경우엔 현행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따라 HUG의 분양보증을 받아야 한다.

HUG가 정한 고분양가 관리지역의 분양 단지는 고분양가 심사를 거쳐야 분양보증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HUG는 해당 단지의 분양가가 인근 비교 단지와 비교해 높으면 보증을 거절하는 방식으로 고분양가를 통제한다.

문제는 HUG의 고분양가 심사기준이 불투명한 탓에 '깜깜이' 심사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HUG는 분양 단지 인근 단지 중 입지와 규모, 브랜드가 유사한 곳을 '비교사업장'으로 정해 분양가를 책정한다는 큰 틀만 제시하고 있다. 비교사업장 분양가의 100~105% 범위에서 분양가를 정하는 방식이다.

비교사업장은 분양가 책정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구체적인 산정 기준이나 근거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특히 비교사업장 선정 과정에서 HUG의 자의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있어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아왔다. 실제 감사원 감사 결과, HUG는 요건을 충족하지 않은 단지를 비교사업장으로 부당 선정해 분양가가 오르는 등 입주민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HUG가 책정한 분양가에 불만을 느낀 주요 단지에서 분양보증을 거부하면서 분양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이 대표적인 예다. HUG는 조합에 3.3㎡당 2900만원의 분양가를 제시했다. 조합이 주장한 3500만원 대비 약 600만원의 낮은 금액이다. 이 같은 분양가 책정에도 제대로 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조합원들의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에 고분양가 심사와 관련해 비교사업장 기준을 공개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조합은 공개된 정보를 토대로 비교사업장을 선정하고 분양가를 예측하는 등 사업 투명성을 높일 수 있다. 그만큼 조합과 HUG 사이에 갈등을 줄일 수 있어 사업에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주택업계 관계자는 "비교사업장을 선정하는 입지, 단지 규모, 브랜드 등 각 항목별 세부기준을 공개한다면 조합과 HUG가 갈등을 빚을 일은 없을 것"이라며 "조합이 분양가를 미리 책정하는 등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조합원 설득도 수월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정보 공개에 더해 HUG의 분양가 책정에 땅값이나 시세를 반영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단순 비교사업장의 분양가를 바탕으로 신규 분양 단지의 분양가를 정하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은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의 분양가는 HUG 기준에 따른 분양가보다 높은 가격에 책정됐다. 단지의 분양가는 3.3㎡당 약 5669만원으로 HUG 분양가보다 700만원 넘게 올랐다. 공시지가 상승 등이 분양가에 반영됐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 사이에 지가와 시세가 크게 올랐지만, HUG 분양가는 인근 비교사업장 분양가의 최대 105% 범위에서만 정하면서 현실과 동떨어진다"며 "현실적인 분양가 책정이 이뤄져야 주택공급도 활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HUG는 이 같은 요구에 대해선 신중한 모습이다. HUG 관계자는 "분양가 산정과 관련해선 아직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HUG의 분양가 기준 정비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HUG 분양보증은 분양이 차질 없이 이뤄질 수 있도록 리스크를 관리하는 게 본래 목적인데, 분양가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며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해선 분양가 심사 기준을 명확하게 정비하고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sun90@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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