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이면에 존재하는 현실적 공포감 일깨우다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보이는 '그것'
어둠·정적 효과적으로 활용한 연출
마음 놓을수 없는 불안감 더 조성
'불통' 적절히 활용 긴장감 배가시켜
소통부재 시대가 가져온 부작용 고발
호러 장르의 영화 입문용으로 적당
“저는 무서워서 공포영화 못 봐요” “공포영화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위한 ‘입문용’으로 적당하다. 우물에 빠져 죽은 이도 없고 연쇄살인마도 나오지 않는다. 전기톱을 휘둘러 사지를 절단한다거나 피칠갑을 한 캐릭터도 없다. 단 한 명도 죽지 않는다. ‘공포’로 시작한 영화는 오히려 ‘사랑’으로 끝난다. 흐뭇한 표정으로 극장문을 나서는 사람도 있다.
모두가 잠든 밤, 아홉 살쯤 돼보이는 올리버의 스마트폰에 동화 ‘외로운 몬스터’(전자 책)가 뜬다. 자신도 모르게 또 다른 세계의 통로를 열어버린 올리버는 그곳에서 숨 쉬는 미스터리 존재 ‘그것’의 타깃이 되고,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기 시작한다. 사실 대부분의 공포영화가 그렇듯 줄거리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스마트폰, 태블릿 PC, TV 등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디지털기기를 소재로, 평소 느끼지 못한 디지털의 이면에 존재하는 현실적인 공포감을 일깨운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오직 디바이스를 통해서만 보이는 ‘그것’은 현실과 디지털의 경계를 오가며 실체 없는 극강의 서스펜스를 전한다. 어둠과 정적을 효과적으로 활용한 연출은 ‘그것’의 존재감을 한층 부각시켜 마음 놓을 수 없는 불안감을 조성한다.
자폐아인 올리버는 아직 말문을 트지 못했지만 그림을 통해 끊임없이 구조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어느 정도 영화의 윤곽이 드러날 때까지 주변 인물들이 이를 감지하지 못하고 다소 어리석은 모습을 보이는 것은 공포영화가 지닌 운명이다.
공포의 기본 요소 중 하나는 ‘단절’이다. 영화는 ‘불통’을 적절히 활용해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영리함을 보인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답게 스마트폰을 통해서도 타인과 소통하고 공감하길 기대한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인간을 더욱 외롭게 만들 뿐이다. 스마트폰으로는 감정을 온전히 전할 수 없다. 타인에게 공감하지 못하는 인간을 낳기 때문이다. 공감은 걸음마나 말하기처럼 사람들로부터 배우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사람들 틈에서 직접 부딪쳐 경험하고 반복하고 실천함으로써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를 깨닫게 된다.
스마트폰은 지구상의 인구보다 더 많이 생산됐고, 벌써 40억명이 사용한다. 인류의 상당수는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1을 세상에 나온 지 10여 년밖에 안 된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며 보낸다. 이는 디지털 치매와 지능 지수의 하락, 공감과 배려의 상실, 우울증 등으로 이어진다. 정보의 단순 검색에 익숙해져 지적 탐구에 어려움을 느끼고, 가짜뉴스를 무비판 수용함으로써 여론의 극단화와 민주주의의 위기를 초래하고 있다. 편리함과 신속함을 장착한 스마트폰이 얼마나 교묘하게 인간을 바보로 만드는지 알 수 있다.
아이들이 문제를 일으키면 부모들은 스트레스를 풀고자 스마트폰을 찾는다. 부모에게 관심받지 못한 아이들 또한 스마트폰에 더욱 예속되면서 부모 자녀 사이에 악순환이 반복된다. 아이들은 어른이나 친구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성장한다. 대화를 나누고 놀이를 하면서 언어, 비언어적 소통을 익히고, 공감과 사회적 행동을 내면화한다. 하지만 어른들의 디지털 미디어 평균 사용 시간은 9시간 22분, 아이들은 5시간 30분. 어른이 아이들의 본보기가 될 수 없는 현실이다. 어른이 통제하지 못하는 걸 아이들이 할 수 있을까.
“질문을 잊고 인터넷을 헤매고 다닌다면, 유튜브에서 개나 고양이 동영상만 보게 될 것이다”는 유발 하라리의 경고를 결코 가벼이 여겨선 안 되는 이유다.
영화는 스마트폰만 들여다보는 세상, 서로를 잊은 세상, 그 세상의 외로움이 ‘그것’을 만들었다고 외친다. 소통부재의 시대가 가져온 부작용을 드러낸다. 문명을 누리지 못하고 문명에 종속되어버린 인간을 고발한다.
영화 속 ‘그것’은 시종일관 숨막히는 추격전을 펼치며 공포심을 키우지만, ‘그것’은 어쩌면 휴대전화에 중독된 일상을 경고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김신성 선임기자 sskim65@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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