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화된 野 '단일화 기싸움'에 자중론도.."이러다 깨질라"

유경선 기자 2021. 1. 15.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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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을 이기자'는 공동 목표에 집중해야..유권자 피로도 걱정"
"상호비방보다 혁신경쟁할 때..야권 전체 파이 키워야 극적 단일화"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왼쪽)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회 1차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2020.12.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를 둘러싸고 국민의힘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간 기싸움이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안 대표가 들어와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안 대표는 '입당 불가' 방침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소 날선 언어까지 오가는 상황이 되자 일각에서는 이러다 단일화가 어그러질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단일화 협상판이 초반부터 깨져서 더불어민주당에 '어부지리'를 안겨주는 상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단일화가 살얼음판을 걷는 듯한 분위기는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입에서 비롯되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줄곧 안 대표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안 대표는) 자신으로 단일화를 해달라는 요구를 한다"고 봤다. 또 "자기가 야당 단일후보라는 생각을 하는 것이 정치 상식으로 봐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단일화가 무산된 경우를 전제한 '3자대결' 가능성도 언급했다. 김 위원장은 "단일화를 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못하겠다고 하면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래도 (승리를) 확신한다"고 하기도 했다.

국민의힘 4·7 재보궐선거 공천관리위원장인 정진석 의원은 13일 당내 초선의원 모임 강연에서 발언 수위를 높였다.

정 의원은 "안 대표는 흡사 자신이 중도층의 표를 독점하고 있는 것처럼 얘기하는데 천만의 말씀, 만만의 말씀"이라며 "안 대표도 눈이 있으면 보라"고 말했다. 또 "'기호 4번 단일화'가 승률을 높이겠느냐"며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하면 좋을지 얘기를 하지 않고 계속 간만 본다. 유감스럽다"고도 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아동학대 예방 및 대응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1.13/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에서는 이 같은 분위기가 자칫 모처럼의 야권 승리 가능성을 흐리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의 한 3선 의원은 통화에서 "최종적으로 힘을 합칠 여지가 있는 정당인 만큼 상대 후보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는 게 현명하다"며 "민주당 후보를 이겨야 한다는 데 대해서는 서로 공감대가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이 의원은 "아직 선거까지 시간이 남아 있어서 감정적 개입은 해소할 기회가 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단일화로 인한 신경전이 유권자에게 정치 피로도를 가져다 줄 가능성을 경계했다. 이 의원은 "안그래도 국민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사이 다툼 등 정치권에서의 갈등으로 지쳐 있는 상황"이라며 "자중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김근식 경남대 교수(국민의힘 서울 송파병 당협위원장)는 14일 페이스북에 "이제는 단일화 논쟁을 잠시 접고 서로 감정을 상하게 하거나 상처를 주는 언행은 자제했으면 한다"며 "각자 파이를 키우며 후일 야권단일화 역량을 늘려가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안 대표가 4·15 총선 이전 '합당 대신에 혁신경쟁을 통해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우는 게 낫다'고 한 말이 정확히 맞는다"며 "각자 선의의 경쟁으로 파이를 키워야 단일화의 효과도 커지고, 그래야 승리할 수 있다"고 했다.

국민의당 사무총장인 이태규 의원은 1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국민의힘 많은 의원들이 안 대표가 후보가 되는 것이 가장 경쟁력이 높다고 직간접적으로 의사표명을 한다"고 강조하면서 안 대표 흠집내기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이 의원은 ""여기서 멈춰야 한다"며 "(이것이 계속되면) 다시 야당을 지지하려고 하다가도 그분들이 다시 등을 돌릴까봐 굉장히 걱정된다"고 밝혔다.

그는 같은 날 기자회견에서도 "21대 총선 참패를 포함해 연패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야권에 모처럼 승리의 분위기가 찾아왔는데 제1야당의 행태를 보면 실망스럽다"며 "야권 내 근거 없는 비방과 네거티브 정치는 결과적으로 여당을 이롭게 하는 '엑스맨'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경쟁이 뜨거워지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다는 의견도 있다. 각자의 정당을 최우선에 둔 통상적 정치활동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보고 있고, 각자 자기 의견을 개진하면서 자기 주장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각자 주장을 하면서 접점을 찾아가는 것이고, 권력의지를 내보이지 않는다면 정치라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만 서로 과도하게 인신공격을 하거나 무차별 네거티브를 하는 것은 삼가고, 국민이 눈살 찌푸리는 용어를 쓰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서울시 부동산 정책을 발표하고 있다. 안 대표는 향후 5년간 주택 총 74만6000호 공급, 부동산 세금 인하, 규제 완화 등을 골자로 하는 부동산 정책을 발표했다. 2021.1.14/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kays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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