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와 반부패
불평등 심해지고 부패 가능성 커져
반부패는 신뢰와 투명성을 바탕으로 기능
정치인·공직자·경영자는 고민하고 고민해야
이른바 전혀 새로운 ‘뉴노멀’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것이다. 현재 진행 중인 이 상황과 코로나 이후의 삶은 과연 ‘인간다움’의 정의를 완전히 바꿀 것인가. 어쩌면 우리는 100여 년 전 전 세계를 지금과 비슷하게 공포에 몰아넣었던 ‘스페인 독감’의 발생과 소멸 그리고 그 이후 인간의 무(無)변화로부터 경험적, 지적 영감을 얻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어떻게 바뀔 것인지 바뀐다면 얼마나 광범위하게 깊게 바뀔 것인지는 아직 판단하기는 힘들지만, 분명한 것은 현재 진행 중인 코로나 19의 상황이 우리의 삶에 커다란 생채기를 여기저기에 만들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코로나 19의 영향이 남녀노소, 인종, 지역, 국가, 부자와 빈자 등 인간을 차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오히려 경제협력기구(OECD) 등 여러 국제기구들이 입을 모아 지적하고 있듯이 코로나 19가 차별적으로 영향을 끼쳐 다양한 형태의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다. 이러한 불평등은 인권침해, 부패 등의 원인과 결과가 되어 세상을 더 암울하게 만들 위험이 존재한다. 특히 엄청난 자원이 풀리면서 공공구매, 부당한 가격설정, 불공정거래 등 공정성을 심하게 훼손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위기’라는 명분으로 지금까지 공정성을 담보해 온 각종 규정이나 절차가 느슨하게 적용될 위험도 존재한다.
코로나 19가 초래할 부패는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까. 일반적으로 부패는 권력과 정보의 불균형을 이용하여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는 행동이다. 우리가 흔히 목격하고 비난하고 없애려고 노력해 온 그런 종류의 부패가 발생할 것이다. 그런데 권력이나 정보의 독점을 오랫동안 향유하게 되면 다른 형태의 부패가 나타나게 된다. 자신의 사적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부패를 넘어서서 정신이 썩는 상태에 빠지게 된다. 즉 위기를 빌미로 올바른 판단과 행동을 할 수 있는 능력이 훼손되는 마음 혹은 도덕적 쇠퇴가 일어나게 된다.
부패를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인간의 마음속에 윤리의식을 함양하기 위한 의식개선 노력이나 법과 제도의 보완을 통한 반부패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노력은 그 밑바탕에 신뢰와 투명성이 자리 잡을 때 기대한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신뢰는 어떻게 형성될까? 여러 전문가들은 신뢰의 결정요인으로서 일관성(말과 말, 말과 행동, 행동과 행동의 일관성), 능력, 배려, 개방성, 공정성을 들고 있다. 사회의 구성원과 조직들이 공정하고 일관성이 있으며 개방적으로 되는데 필요한 덕목을 찾으려 할 때 칸트가 강조하고 있는 절대정언이 유용하다. 절대정언에 따르면 자신의 행위에 의해 영향을 받을 사람이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는 것, 또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다른 사람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한다. 신뢰를 만들기 위해서는 일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타인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합리성을 지닌 존재로 존중하여야 하며, 또한 자신과 생각이나 행동이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투명성은 무엇일까. 그냥 모든 것을 알리면 투명성이 확보되는 것일까. 첫째 투명성은 의사소통이다. 이해관계자가 알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의사소통하면서 알려 주는 것이다. 둘째, 투명성은 개방이다. 비밀의 베일을 거두고 절차와 과정 그리고 결과에 관련된 모든 정보를 알리는 것이다. 셋째, 투명경영은 책임(accountability)이다. 개인과 조직의 활동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공개함으로써 외부의 감시(public scrutiny)를 받는 것이다. 넷째, 투명성은 책임의 완수를 의미한다. 조직이 사회의 여러 이해관계자들과 맺고 있는 사회적 계약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4일까지 국제투명성기구와 국민권익위원회가 주관한 국제반부패회의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500여명의 연사와 토론자가 7개의 전체 세션과 100여개의 워크숍에 참여한 이 회의는 150만 명이 누리집에 접속하여 코로나 19로 인해 정치적 경제적으로 혼란스러운 현재 상황 속에서 부패를 줄이기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함께 고민하고 성찰한 귀중한 기회였다.
권력이나 정보가 적은 사람이 부패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권력을 오랫동안 누려온 사람이 부패할 가능성이 높다. 정치인·공직자·경영자들은 항상 자신을 반성하고 내가 왜 이런 일을 하는지 매일매일 스스로에게 질문해야 한다. 특히 코로나19라는 위기상황 속에서 자기 확신이나 집단사고에 빠져 있지 않은지 통렬한 자기반성이 요구된다. 러시아 작가 자마틴의 말처럼 살아있고-살아 있는 인간은 끊임없이 고민하고 반성하는 인간이다. 위기의 상황 속에서 권위주의와 포퓰리즘의 대두, 불평등의 심화 등의 위험을 지적하고, 민주주의 규범의 회복을 위해 국제적 연대와 시민사회 기업 정부의 협력을 강조한 이번 반부패 국제회의의 서울선언이 우리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문형구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 학사 △연세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석사 △미네소타대학교 대학원 경영학 박사 △1993년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2009년 고려대 노동대학원 원장 겸 노동문제연구소 소장 △2011년 4월 제31대 한국인사조직학회 회장 △2011년 5월 한국사회복지사협회 명예사회복지사 △한국투명성기구 이사 △한국사회투자 3대 이사장 △2020년 5월 반부패협력대사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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