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 치이고, 샤오미는 쫓아오고.. '불안한 1위' 삼성이 내놓은 카드는

장우정 기자 2021. 1.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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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분기 스마트폰 6000만대 팔고, 영업익도 2조4000억 그친 듯
삼성, 10년 만에 시장 점유율 20%대 붕괴 위기
3년 만에 99만원대 가성비 내세운 갤럭시S21, 中서도 통할까

삼성전자(005930)가 15일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S21’ 3종을 예년보다 한 달 빠르게 선보이고 가격 역시 99만9900원(갤럭시S21 출고가 기준)으로 승부수를 던졌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이 100만원이 채 안 되는 가격에 나온 것은 3년 만이다.

매년 스마트폰 스펙을 업그레이드하며 가격을 올려온 삼성전자가 이례적으로 스펙을 일부 낮추는 모험까지 해가면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전략으로 우회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1등인 삼성전자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15일 선보인 ‘갤럭시S21’ 시리즈. /삼성전자

그 징후는 최근 삼성전자가 공개한 4분기(2020년 10~23월)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 측은 4분기에 매출액 61조원, 영업이익 9조원을 올렸다고 밝혔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 영업이익은 26% 가까이 증가한 것이다.

사업부별 실적을 공개한 것은 아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런 실적 호조 상당 부분이 애플 아이폰12 판매 호조에 따른 디스플레이 사업에 기인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아이폰 출시가 4분기로 밀리면서 통상적으로 3~4분기 분산 공급되던 디스플레이(OLED·유기발광다이오드)가 이 기간 집중 판매된 것이 실적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LCD(액정표시장치) 호황이 이어진 것도 작용했다고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IM)는 4분기 영업이익 2조4000억원가량을 올리는 데 그쳤을 것이란 게 업계 추정이다. 이 기간 스마트폰 판매량도 6000만대 정도로 전망된다. 화웨이 제재가 시작된 3분기 8000만대 가까이 팔아치우며 선전했던 삼성 스마트폰 판매량이 4분기 애플이 아이폰 신작을 내놓자마자 곤두박질 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시장조사기관들은 삼성전자가 10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점유율 20%대를 사수하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최근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는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19.5%의 점유율을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체 점유율 1위를 지키기는 했지만, 2012년 이후 20% 이상 점유율을 유지해 온 삼성으로선 뒤로 후퇴한 셈이다.

삼성전자의 뒤는 애플(15.5%)과 샤오미(11.8%)가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미국 제재 받는 화웨이 제외).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으로만 보면, 삼성전자는 점유율 15.1%로 애플(19.2%)에 이미 밀린 상황이다.

김영우 SK증권 이사는 "애플 광풍이 약간 잦아든 1월, 샤오미가 고급 칩인 퀄컴의 스냅드래곤888을 채용한 50만원대 스마트폰을 내놓기 직전, 삼성으로선 재빨리 흥행몰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갤럭시S20 시리즈처럼 고가를 내세웠다간 애플에 밀리는 만큼 가격대도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은 미국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화웨이의 빈자리를 노리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화웨이 플래그십 스마트폰의 주력 시장이었던 중국에서의 미미한 입지 탓에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웨이가 애플과 양분하고 있던 중국 스마트폰 800달러(약 87만원) 이상 시장에서 화웨이를 대체할 안드로이드 진영이 부재한데도 이를 삼성이 꿰차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삼성의 중국 800달러 이상 시장 점유율은 3% 남짓이다. 600~799달러 시장은 샤오미가 파고들고 있다고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중심으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는 샤오미가 원가 절감에 힘입어 화웨이보다도 더 파격적인 가격 할인에 나서며 공세를 벌이고 있다"며 "삼성은 싸게 많이 파는 박리다매(薄利多賣)를 통해 더 좋은 조건으로 부품을 수급하고, 다시 가격을 낮추는 식의 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래픽=이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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