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인식의 클래식] 39년 만의 '윈터 캠프' 너무 중요하다

이형석 2021. 1. 1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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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눈 치우고, 장작 피우고 고생했던 기억"
"국내 전훈 시 부상 경계, 시즌 판도 변수 가능성"
코로나19로 인해 정규시즌 개막이 연기된 지난해 3월 인천 홈에서 훈련하는 SK 선수들. IS포토

1982년 한국 프로야구 출범 당시 6개 구단은 모두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했다. 팀 창단이 늦어져 해외 전지훈련을 준비하기에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던 탓이다. 해외여행 자유화가 이뤄지기 전이었고, 여권 발급에 한 두 달이 걸렸다. 특히 군 미필 선수는 병무청에 방문해 상당히 많은 서류를 제출해야 했다.

이듬해인 1983년 해외 전지훈련이 닻을 올렸다. 물론 이를 준비하느라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구단 관계자가 해외 전훈에 필요한 서류를 준비하는 데 두세 달이 소요됐다. 반공 교육도 받고, 재정보증서도 제출해야 했다.

처음에는 일본과 대만으로 떠났던 해외 전지훈련지가 시대에 따라 조금씩 바뀌었다. 하와이나 괌으로 떠난 팀도 생겼다. 최근에는 미국 애리조나와 플로리다가 새로운 훈련지로 주목받고 있다. 빅리그 구단이 본격적으로 스프링캠프를 차리기 전에 보다 좋은 훈련 환경에서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이처럼 각 구단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 해외 스프링캠프를 실시하는 건 훈련의 효율화를 위해서다. 미국이나 일본, 대만의 날씨와 훈련 환경이 국내보다 더 좋기 때문이다. 필자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트레이너가 분석한 바에 따르면 날씨가 따뜻한 곳일수록 부상 선수 발생이 적었다고 한다. 이에 2군 선수단도 해외 전지훈련을 했다.

2021년 2월, 10개 구단은 모두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시작한다. 전 구단 국내 전지훈련은 프로야구가 출범한 1982년 이후 39년 만이다.

물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탓이다. 해외로 떠나기도 쉽지 않고, 또 다녀오더라도 2주간의 자가격리를 해야 한다. 훈련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각 구단은 지난해 스프링캠프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부랴부랴 귀국하느라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해외 전지훈련의 이점을 알지만, 현재로선 다른 방도가 없다.

39년 전과 비교하면 국내의 훈련 환경이 훨씬 개선됐다. 각종 장비도 많이 발전됐다. 요즘은 실내 훈련장도 많다.

1983년 겨울 해태 선수들이 광주 진흥고에서 운동하는 모습. 연합뉴스

그런데도 우려가 뒤따른다. 쌀쌀한 날씨에 훈련하면 부상 위험도가 높아진다. 특히 투수는 야수에 비해 컨디션 관리에 훨씬 예민하다. 투수가 2월 말 컨디션을 70~80% 수준까지 끌어올려야 청백전이 가능하다. 이후 시범경기를 거쳐 개막전에 맞춰 컨디션을 100%로 끌어올리려 한다. 이 기간 타자는 투수의 공을 때리며 적응한다.

이 과정에서 다쳐선 안 된다. 훈련도 중요하지만, 부상을 매우 경계해야 한다. 예년과 같은 페이스로 몸 상태를 끌어올리려다 다칠 가능성이 높다. 천천히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그만큼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본격적으로 몸을 쓰려면 땀이 좀 나야 하는데, 쌀쌀한 날씨 속에서 몸을 풀거나 러닝을 하다가는 다칠 수 있다.

1986년 해태 코치 시절 국내에서 전지훈련을 가졌던 기억이 난다. 당시에는 야구장에 쌓인 눈을 치워가면서 훈련했다. 날씨가 추워 장작을 피우고, 난로를 갖다 놓았다. 잠깐 훈련하다가 난로 가까이에서 얼어붙은 손을 녹이기 일쑤였다. 배팅 훈련을 하면 손이 아팠다. 훈련 환경과 장비가 열악한 시절이었다.

프로 유니폼을 입고 있는 대다수 선수도 중·고교 시절 국내에서 겨울 훈련을 한 경험이 있다. 하지만 모처럼 국내 동계훈련을 하는 만큼 방심해선 안 된다. 39년 만의 국내 전지훈련은 팀 성적에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부상 선수가 많이 발생하거나, 초반 순위 싸움에서 조금 뒤처진다면, 따라잡기 쉽지 않을 것이다.

김인식 전 국가대표 감독 정리=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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