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레이드 무산됐던 서건창, '자의'로 이적 길 열었다 [MK이슈]

이상철 2021. 1. 15.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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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예비 프리에이전트(FA)’ 서건창(32·키움)은 스스로 칼자루를 쥐는 걸 택했다. ‘자의’로도 떠날 수 있는 길을 넓혔다. ‘셀프 삭감’ 카드는 1년 후 어떤 결말로 이어질까.

서건창은 1989년생이다. 어느덧 30대 중반을 향하고 있다. KBO리그 첫 시즌 200안타를 달성했을 때가 7년 전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타자’다.

스토브리그의 화두 중 하나는 서건창의 2021시즌 연봉이다. 그는 2억2500만 원에 서명했다. 2020시즌 연봉 3억5000만 원보다 1억2500만 원이 삭감됐다.
서건창은 2021시즌 연봉 2억2500만 원에 계약했다. 1억2500만 원이 삭감됐으나 그는 FA B등급을 받게 됐다. 사진=MK스포츠 DB

서건창이 영웅군단에 합류한 2012년 이후 그의 연봉이 1억 원 이상 깎인 건 처음이다. 1억4000만 원이 올랐던 2017시즌을 끝으로 한 번도 인상된 적이 없으나 삭감의 폭이 큰 적도 없었다. 2018시즌에는 2000만 원, 2019시즌에는 3000만 원이 삭감됐다. 2020시즌에는 동결이었다.

서건창은 2021시즌 종료 후 데뷔 첫 FA 자격을 취득한다. 과거 예비 FA는 연봉 대박을 터뜨렸다. 이른바 ‘예비 FA 프리미엄’이다. 구단은 타 구단 이적을 막기 위해 선수의 연봉을 크게 올렸다. ‘부담스러운’ 보상금을 만들기 위함이다. 만약 선수가 떠나더라도 거액을 받을 수 있다.

키움도 서건창에게 제시한 금액은 3억2000만 원이었다. 3000만 원만 삭감됐다. 서건창은 2020시즌 135경기에 출전해 타율 0.277 134안타 5홈런 52타점 79득점 장타율 0.386 출루율 0.390을 기록했다. 타율은 2013년(0.266) 이후 가장 낮았다. 그렇지만 출루율까지 크게 떨어진 건 아니다. 볼넷을 91개나 골랐다.

서건창은 9500만 원을 더 삭감해줄 것으로 요청했다. 셀프 삭감이 첫 사례는 아니다. 그렇지만 보통 고액 연봉자가 구단과 후배들을 위해 양보하는 경우였다. 금액도 1억 원에 가깝지 않았다.

올겨울부터 FA 등급제가 시행되면서 바뀐 풍속도다. FA 등급제는 ‘연봉’으로 나뉜다. 고액(FA 계약자를 제외한 3년간 평균 연봉 순위 3위 이내 및 전체 연봉 순위 30위 이내)일수록 A등급으로 분류된다.

서건창은 연봉을 크게 깎으면서 등급을 낮췄다. 일주일의 생각할 시간을 줬으나 서건창의 의지는 분명했다. 9500만 원을 추가로 포기하는 대신에 FA 신청 후 선택의 폭을 넓히고자 했다.

최주환(두산→SK)과 김상수(키움→SK)가 좋은 예다. 보상금(2020시즌 연봉 2억7000만 원)이 적었던 최주환은 SK와 대형 계약(4년 42억 원)을 맺었다. FA 계약으로 연봉은 얼마든지 보상받을 수 있다.

반면에 2020시즌 연봉 3억 원이었던 김상수는 선택의 폭이 좁았다. 타 구단이 관심을 보이더라도 최대 9억 원의 보상금이 부담스러웠다. 결국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로 떠났다.

세 차례(2012·2014·2016년)나 골든글러브를 수상한 서건창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부상 여파가 컸으며 지명타자로 나서는 경우도 많았다.

2루수로서 경쟁력을 잃어갔지만 ‘클래스’가 있는 선수다. 김하성(샌디에이고)의 메이저리그 진출로 키움의 새 시즌 2루수 후보 1순위다. 특히 타격 능력은 뛰어나다. 서건창의 KBO리그 통산 타율은 0.310이다. 2020시즌 득점권 타율도 0.300으로 찬스에 강했다.

그동안 서건창 영입에 관심을 나타낸 구단이 적지 않았다. 키움에 직접 트레이드 문의를 하기도 했다. ‘타의’에 의한 이적은 이뤄지지 않았다. 카드가 맞지 않았다.

이번에는 ‘자의’로 이적할 수도 있다. 문턱이 낮아졌다. 타 구단은 FA 서건창과 계약하면 키움에 2억2500만 원+선수 1명(보호선수 25인 외) 혹은 4억5000만 원을 보상하면 된다.

서건창은 우선 주목도 높이기에 성공했다. 다음 차례는 ‘성적’으로 보여주는 거다. 향후 FA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전략’이다. 물론, 한쪽에서는 FA 등급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rok1954@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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