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과 詩가 있는 아침] ceremony/이수진· 주전자/에쿠니 가오리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창밖에 하얀 눈 오는 날 난로 위의 주전자 보는 것을 좋아했지요.
어린 시절은 마법처럼 사라지고 난로 위의 주전자도 볼 수 없게 됐지요.
주전자를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마음 안에선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걸 모르는 순간 난로도 주전자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신문]
주전자/에쿠니 가오리
1
주전자를 보고 있었지
집이란 불가사의함 속에서
아빠가 있고 엄마가 있어
평화롭고 햇살은 따스하고
행복하다 해도 좋은데
그저
주전자를 보고 있었어
텅 빈 몸으로
집이란 불가사의함 속에서
2
내가 주전자를 보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은 아는 줄 알았어
창밖에 하얀 눈 오는 날 난로 위의 주전자 보는 것을 좋아했지요. 주전자의 작은 코에서 따뜻한 수증기가 퐁퐁 솟아오르면 방 안 공기가 음악처럼 촉촉해져요. 창에는 물기운이 어룽댑니다. 손가락으로 쓰고 싶은 글자들을 쓸 수 있지요. 엄마, 기적, 선물, 사랑해, 눈사람, 시…. 좋아하는 단어를 하나씩 적어 가는 동안 세월도 한 페이지씩 늘어났겠지요. 어린 시절은 마법처럼 사라지고 난로 위의 주전자도 볼 수 없게 됐지요. 아세요? 연인들은 가장 사소한 순간을 기억해 주길 바란다는 것을. 주전자를 보고 있는 그 순간에도 마음 안에선 당신을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그걸 모르는 순간 난로도 주전자도 신기루처럼 사라진다는 것을.
곽재구 시인
▶ 밀리터리 인사이드 - 저작권자 ⓒ 서울신문사 -
Copyright © 서울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정인이 탄 유모차 세게 밀어버리는 양모…CCTV 영상에 공분
- [단독] 제주 카지노 145억 도난… 30대 한국인 공범 추적
- “내 반려견은 남편”…남편에 목줄 채워 산책한 女
- 강원 고성 해변에 죽은 오징어떼 무더기 밀려나와
- 김상교 ‘효연’ 폭로 예고에 SM “억측·오해 삼가해 달라”
- 이휘재 쌍둥이 이어 싸이 쌍둥이까지 층간소음 문제로 이사(종합)
- “양다리 벌려 몸지탱 강요”…정인이 사건, 새로운 학대 정황들(종합)
- “코로나 재택 후 남편이 사촌동생과 바람 났습니다”
- 이휘재·문정원, 층간소음 논란…이웃 “1년 넘게 참고 있다”
- “내가 살던 집서 새살림”…홍인영, 심은진·전승빈 부부 저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