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토론으로 '최강' 합작..한국야구 '팀내 정보공유' 힘써야

김양희 2021. 1. 15.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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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찐'한 인터뷰] 김성근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고문
호크스 사장·단장·감독 등 40여명
한방에 전부 모여서 열띤 토론
1군 코치가 2·3군 영상 매일 보며
선수들 체크하고 보고서 꼼꼼히
'제자' 류지현·김원형 감독
기다림·인내로 선수 신뢰 얻어야
KBO 등 저변확대 기류 키울 개혁을
난 80살 '중년'..야구심장 아직 펄펄
서울 성동구 자택에서 운동 등을 하면서 시간을 보냈던 김성근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 고문. 김정준 〈SBS스포츠〉 해설위원 사진 제공

한국 나이로 이제 여든 살. 조금은 쉬어도 될 듯한데 그는 여전히 야구가 고프다. 14일 오전 다시 일본으로 건너갔다. 올해도 소프트뱅크 호크스 코치고문으로 야구 현장에 머문다. 작년 일본시리즈가 끝난 뒤 쿠도 키미야스 소프트뱅크 감독이 “고맙다”라는 말과 함께 “2021시즌에도 함께해달라”고 요청해 기꺼이 수락했다.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4년 연속 일본시리즈 왕좌에 올랐다. 오 사다하루(왕정치) 회장의 요청으로 2018년과 2019년 소프트뱅크 2, 3군을 오가며 코칭스태프와 선수를 가르친 그는 작년부터 1군과 동행했고 우승의 기쁨도 함께 누렸다.

“100살 시대에 80살은 중년일 뿐”이라고 말하는 김성근 코치고문의 야구 심장은 아직도 힘차게 뛴다. 일본 출국 전 그와 두 차례 전화 인터뷰한 내용을 정리해봤다.

■ ‘4년 연속 왕좌’ 소프트뱅크의 특별함

지바 롯데 마린스에도 2년 간(2005~2006년) 있었지만 소프트뱅크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김 코치고문은 “일 처리가 비교적 빠른 편”이라고 했다. 전력 누수가 생기면 그만한 전력을 즉각 수혈해준다. 팀 내 정보 공유도 활발하다. “1군 코칭스태프가 2, 3군 경기 영상을 매일 보면서 선수들을 체크하고 보고서도 꼼꼼하게 올라온다”고 했다. 일례로 김 코치고문이 3군 선수 폼을 교정해 준 적이 있는데 이것이 도움이 되자 스카우트 팀 전부가 인사를 왔었다. 정보 공유가 없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선수 육성에 투자도 많이 한다. 이기는 것에 방점을 두고 돈을 아낌없이 쓴다. 스프링캠프에는 100명 가까이 가는데 1인1실을 원칙으로 하고 선수단과 구단 직원 숙소는 따로 한다. 사장, 단장도 선수단과 다른 숙소를 쓴다. 현장과 프런트의 경계를 확실히 하는 것이다.

스카우트 팀은 과거 성적이 괜찮으면 어깨, 팔꿈치 부상이 있는 선수도 뽑는다. 김 코치고문은 “다른 팀은 안 뽑는 선수에게 2~3년 재활 시간을 준다. 웬만하면 회복될 때까지 기다려준다”면서 “국내 야구는 나이 든 선수에 대한 기다림, 인내가 없다. 어린 선수들을 키울 시간 자체도 많이 부족하다”고 했다. 팀 회의 때는 “사장, 단장, 감독부터 코칭스태프, 스카우트 팀 20여명 등 40여명이 한 방에 전부 모여서” 긴 토론을 이어간다. 이런 과정을 통해 지금의 최강팀이 만들어졌다. 김 코치고문은 “오 사다하루 회장부터 빈틈이 없다. 조직 전체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 “리더의 큰 덕목은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

선수에 대한 기다림, 인내는 김 코치고문이 2021시즌 프로 사령탑으로 데뷔하는 류지현 엘지(LG) 트윈스, 김원형 에스케이(SK) 와이번스 감독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다. 그들은 한때 김 코치고문의 지휘 아래에서 선수 생활을 했었다. 그는 “안된다고 뒤돌아서지 말아야 한다. 리더의 가장 큰 덕목은 인내하고 기다리는 것”이라면서 “참고 또 참아야만 한다. 선수가 100m를 못 간다고 30m에서 포기하면 안 된다. 50m 갈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러면 100m 가기 전에 신뢰감을 쌓아야 한다”고 했다.

“선수의 깨달음이 생긴 팀은 엄청 강한 팀”이고 이로써 “리더에 대한 선수들의 존경심이 생긴다”고도 했다. 외부에서는 한화 감독 시절 주축 선수인 김태균(은퇴)과 반목하는 것으로 알려졌으나 사실 김태균이 지금도 존경하고 신뢰하는 이가 김성근 코치고문이다.

김 코치고문은 “팀이 안 될 때는 원인이 있으니까 파고들어야만 한다. 선수 한 명, 한 명 파악해야만 한다”고 했다. 예를 들어 김원형 신임 감독과 전화통화 때는 “한동민의 경우 2년간 잘 치고 2년간 못 쳤다. 한동민에 대한 연습 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짰는지, 스프링캠프동안 어떻게 훈련을 시킬지에 대해서 물었다”고 한다. “성장이 멈추거나 퇴보한 것은 방향 설정이 그동안 잘못됐던 것이기 때문”이다.

에스케이, 한화 감독 시절 1군 경기 전에 2군 경기를 직접 보러 다녔던 그다. 김 코치고문은 “코치들도 2, 3군을 돌아다니면서 봐야 한다. 2군 감독들과 현장에서 토론이 되어야만 한다”며 “감독은 코치에게 숙제를 줘야 한다. 어떤 식으로든 보고서를 제출하게끔 해서 회의를 계속해야만 한다”고 했다. 올해 요미우리 자이언츠 2군 수석코치로 부임하는 또 다른 제자, 김기태 전 기아(KIA) 타이거즈 감독에 대해서는 “리더십이 있기 때문에 분명 요미우리에 힘이 될 것이다. ‘주춤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 다하라’고 얘기해줬다”고 밝혔다.

■ “변화와 개혁은 버리는 것부터 시작”

공교롭게도 올해 한국 야구의 축이 되는 두 단체, 한국야구위원회(KBO·정지택 총재)와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이종훈 회장)의 수장이 모두 바뀌었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새로운 리더들이 들어왔으니 변화된 모습을 보였으면 한다”면서 “요즘 한국 야구가 제자리에서 정체된 느낌이다. 밑에서는 야구 저변이 확대되려는데 위에서 멈춰있으면 이 변화의 기류가 그냥 사그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변화에는 어쩔 수 없이 희생이 필요하다”면서 “현실에 안주하려는 것은 100년 가까이 되는 한국 야구의 아킬레스건이다. 개혁은 버리는 것부터 시작되는데 지금 우리는 버리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잘못된 관성 등을 과감히 없애야 한다는 뜻이다.

김 코치고문은 야구인 출신 단장들에게도 조언을 건넸다. 그는 “야구인이 단장으로 가서 바뀐 게 뭔지 싶다. 꼴찌 팀과 우승팀의 가치는 다를 수 있는데 전부 1등하기만 원한다. 리그가 1등 중심주의로만 흐르고 있다”면서 “야구인 출신 단장들이 왜 그 자리에 있는지 명심했으면 좋겠다. 팀과 야구를 모두 지킬 수 있는 위치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평소 야구를 물에 빗대왔다. “잔잔한 호수일 수도, 성난 파도일 수도 있는 것이 야구”라고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물줄기가 한 방향으로 흐르느냐다. 김성근 코치고문은 “물은 한군데로 흘러가게 해야만 물줄기가 강해진다. 옆으로 흘러가면 본류가 약해진다”면서 “대한민국 야구 위기는 프런트와 현장, 그리고 KBO의 목적의식이 일치가 안 되기 때문이다. 본질이 없어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야구나, 사회 모두에 해당하는 말일 것이다.

42일간 국내에 머물고 이날 출국한 그는 일본야구가 끝나는 11월께나 다시 귀국한다. 도쿄올림픽 야구를 현지에서 보고 싶다는 김 코치고문은 “한국은 대표팀 세대교체 시기라 쉽지 않을 것이다. 손가락(선수) 하나하나는 일본에 뒤질 지 몰라도 손가락 다섯 개 힘은 강한 게 한국 야구니까 또 모른다”고 전망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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