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주년' 정세균, 흔들리는 이낙연의 대안 될까

윤경환 기자 2021. 1. 1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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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익공유제라는 용어 안쓴다, 국민공감대 우선"
이낙연과 차별화.. 윤석열·이재명에도 견제구
'통합·경제 총리' 꾀했으나 방역에 대부분 집중
4월까지 친문·호남 지지, 낮은 인지도 극복 관건
정세균 전 국회의장. /서울경제DB
[서울경제] 지난 14일로 취임 1주년을 맞은 정세균 국무총리가 새해 들어 본격적으로 자기 색깔을 내며 여권 주자들을 잇따라 견제하고 있다. 정 총리 자신은 총리 업무에 집중하겠다는 게 공식적인 입장이지만 정치권에서는 그가 다음 대권에 도전하는 것을 사실상 기정사실화 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사면론’을 꺼내들며 지지율이 하락하는 사이 정 총리가 친문·호남 지지층을 새롭게 떠안을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정치권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아직도 5%를 넘지 못하는 지지율과 ‘안정감’ ‘유연함’ 등으로 고착화된 정치적 이미지는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정 총리는 1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최근 여권에서 제기한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이익공유제’ 입법화 논의에 대해 “나는 그 용어를 사용하지는 않는다”며 거리를 뒀다. “자발적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은 이 대표와 같았으나 국민적 공감대를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은 이 대표와는 다소 결이 다른 입장이었다. 그는 “현재 법·제도로 갖고 있지도 않고, 법과 제도로 연구하려면 여러가지 논란이 되고 경우에 따라선 또 다른 갈등의 요인 될 수 있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중견기업의 상생,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생 등 정신에는 적극 찬성하지만 어떤 것을 제도화 하려면 국민적 공감대가 먼저 이뤄진 연후에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정 총리가 최근 다른 유력 대선 후보들과 각을 세운 건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 1일 SBS라디오 ‘이철희의 정치쇼’에 출연해 “검찰총장은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제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받고 “그건 본인이 해야 한다”며 견제구를 던졌다. 그러면서 “나 같은 경우에는 언론기관에 ‘지금 코로나19와 싸우고 있고 할 일이 태산 같은데 왜 이름을 넣어서 혼란스럽게 하느냐, 넣지 말아 달라’고 했다”며 “(윤 총장도) 그렇게 해주시면 좋겠지만 제가 관여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주장했다.

7일에는 페이스북에 ‘이재명 지사님의 말씀에 부쳐’라는 글을 올리고 “재정건전성보다 중요한 게 민생”이라며 “더 이상 ‘더 풀자’, ‘덜 풀자’와 같은 단세포적 논쟁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신사’로 대표되는 그의 이미지와는 상당히 배치되는 행보였다. 그는 “지금은 어떻게 하면 정부 재정을 ‘잘 풀 것인가’에 대해 지혜를 모을 때”라며 “급하니까 ‘막 풀자’는 것은 지혜롭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꼬집었다. 이 지사의 보편적 재난지원금 지급 주장을 반박하고 선별적 지급을 우선하겠다는 주장이었다.

정 총리가 이렇게 기존과 차별화되는 행보를 보이는 것은 최근 ‘사면론’ 카드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이재명 지사에 대한 친문 지지층의 비호감이 상당히 남은 가운데 이 지사를 견제할 제3의 대항마로 자신의 체급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4월 보궐선거 이후 이낙연 대표의 하락세가 뚜렷해질 경우 그와 지지 기반이 겹치는 중량급 주자가 정 총리 외에는 현재 크게 눈에 띄지 않는 상태다. 여권 내 몇 안 되는 기업인 출신인 데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때부터 현 문재인 대통령까지 각 정권마다 주류 정치인으로 활동한 경력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지사가 최근 호남에서조차 이 대표와 격차를 좁힌 데다 청와대가 ‘사면론’에 일단 거리를 둔 것도 정 총리에게는 큰 변수다.

정치권에서는 애초 정 총리가 연말·연시에 직을 내려놓고 대권에 본격 도전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 보궐선거 일정, 아직 낮은 지지도 등을 이유로 본격적인 대권 행보는 4월 이후로 미뤄졌다는 게 중론이다. 정 총리 입장에서는 남은 기간 본선 경쟁력을 증명하며 여권 내에서도 ‘잠룡’ 수준에 머물고 있는 지지율을 극복하는 게 당면 과제다. 국회의장에서 행정부 2인자로 자리를 옮길 당시만 해도 ‘통합 총리’와 ‘경제 총리’를 취임 일성으로 내걸었지만 곧바로 불거진 코로나19 사태에 그의 강점을 제대로 알리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특정 사안마다 전면에 나서는 ‘리더’ 이미지보다는 중간자·관리자·원로·처세의 달인 같은 이미지가 강한 것도 이낙연 대표의 지지율이 아직 그에게로 쏠리지 않는 한계로 지적된다.

정 총리는 14일 취임 1주년을 맞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역경 속에서 희망을 키워 온 1년”이라며 “지난 1년, 대한민국 총리라는 사실이 무거웠다. 국민 건강과 생명을 책임진 무거움이었다”고 자평했다. 이어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의 총리였다는 사실이 가슴 벅차게 자랑스럽다”며 “담대한 마음으로 국민 여러분과 함께 포용과 혁신, 공정과 정의, 평화와 번영의 길을 걷겠다. 누구나 소외되지 않고 함께 잘 사는 나라, 사람 중심의 포용 사회를 향해 흔들림 없이 나아가겠다”고 약속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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