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헌책방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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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자책이 많이 활성화돼 나도 벽돌마냥 무거운 전공 서적이나 여러 논문을 한꺼번에 봐야 할 때면 전산 화면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왠지 다음 줄, 다음 페이지에서 어떤 일과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조마조마해하며 종이를 넘길 때의 감촉과 인쇄된 활자 내음에 대한 미련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겠다.
오랜 세월을 담은 책과 나만의 완벽한 세상이 펼쳐지는 헌책방은 지치고 늙어가는 뇌를 깨우는 데 커피숍보다도 더욱 강력한 재생과 재활의 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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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전자책이 많이 활성화돼 나도 벽돌마냥 무거운 전공 서적이나 여러 논문을 한꺼번에 봐야 할 때면 전산 화면을 선호하는 편이다. 하지만 왠지 다음 줄, 다음 페이지에서 어떤 일과 어떤 세계가 펼쳐질까 조마조마해하며 종이를 넘길 때의 감촉과 인쇄된 활자 내음에 대한 미련에서는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겠다. 그런데 이런 종이책 중독에는 나름의 뇌과학적 이유가 있다. 활자를 읽어 내려가며 상상하는 이미지, 종이를 매만지는 촉각, (특히 낡은) 책 특유의 냄새, 페이지 넘기는 소리 등 그 모든 것이 온몸의 세포와 뇌를 깨운다. 상상력의 일부만 수동적으로 활성화하게 되는 다른 매체보다 종이책 읽기의 매력은 최첨단 디지털이 판치는 오늘날에도 우리 뇌에 미치는 영향이 실로 막강한 것이다.
그런 면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소중한 것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아쉬운 게 바로 헌책방이었는데, 몇 년 전 여행지에서 우연히 헌책방을 발견하고는 다른 일정을 모두 잊은 채, 어릴 적 책방에 앉아 동서고금을 망라한 시간여행을 다녔던 매력에 다시금 홀딱 빠지게 됐다. 이제는 어딜 가도 그 지역의 유명 서점뿐 아니라 가능하면 헌책방도 함께 찾아본다. 다행히 요즘은 헌책방의 수요가 늘고, 개성 가득한 소규모 개인 책방들도 생기고 있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곡되고 편향되기 쉬운 강렬한 이미지와 영상 매체의 홍수 속에서 삶의 균형을 찾으려면 뇌의 고위 기능을 다채롭게 쓰는 것이 필요하다. 즉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 문학과 예술, 그게 밥 먹여줄 리 없음에도 인류와 함께 지금껏 살아온 것들을 잃지 않아야 한다. 오랜 세월을 담은 책과 나만의 완벽한 세상이 펼쳐지는 헌책방은 지치고 늙어가는 뇌를 깨우는 데 커피숍보다도 더욱 강력한 재생과 재활의 장인 셈이다. 오랜 팬으로서 2021년에는 더 많은 새로운 ‘헌’책방들을 만나게 되길 내심 기대해 본다.
배승민 의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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