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검·경·與 다 뭉갠 '박원순 성추행' 법원이 인정, 피해자에 작은 위로 되길

입력 2021. 1. 15.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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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비서실 전 직원의 성폭행 재판에서 피해자 측 변호인이 기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법이 14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에 대해 “피해자가 박원순 성추행으로 인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은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성추행 판단 근거로 “박원순이 야한 문자, 속옷 차림 사진을 보냈고 ‘냄새를 맡고 싶다’ ‘사진을 보내달라’는 등 문자를 보냈다”는 피해자 진술을 인용했다. “(박원순이) ‘남자를 알아야 한다’며 성관계 이야기를 했다”는 피해 진술도 언급했다. 이런 법원 판단은 피해자에게 또 다른 가해를 한 박원순 비서실 전 직원을 법정 구속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전 시장 성추행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은 상황에서 범행 피해를 입어 정신적 충격이 무엇보다 컸을 것”이라고 했다. 놀랍게도 국가 공기관에서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사실을 인정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 대한민국은 명백한 사실조차 덮고 뭉갤 수 있는 나라다.

박 전 시장 성추행은 피해자 고소 사건이나 성추행 방조 혐의 재판 등에서 밝혀져야 정상이다. 그런데 지난달 경찰은 박 전 시장 성추행과 그 측근인 ‘서울시청 6층 사람들’의 성추행 방조 혐의를 불기소 의견 송치했다. 전부 무혐의라는 것이다. 그다음 날 검찰은 박 전 시장 성추행 피소 사실을 유출한 혐의로 고발된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과 청와대 관계자 등에게 면죄부를 줬다. 검찰이 박 전 시장 측에 피소 사실을 알린 당사자로 지목한 여당 의원도 발뺌했다. 박 전 시장 성추행 사건으로 처벌받는 사람도, 피소 사실을 알려준 사람도 아무도 없는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이다. 가해자는 없어지고 피해자만 고통받고 있다.

피해자 변호인은 이날 “피해자 실명과 얼굴 등이 인터넷에 광범위하게 유포됐다”며 2차 가해 중단을 호소했다. 피해자 어머니는 법원에 “악성 댓글들을 보고 잠든 딸의 숨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정말 숨을 쉬지 않는지 확인하느라 잠을 잘 수 없다”는 탄원서도 냈다. 박 전 시장 비서들은 경찰의 비호를 등에 업고 “(박원순의) 성폭력이란 주장 또한 진실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적반하장으로 나섰다. 박 전 시장이 성추행을 하지도 않았는데 자살했다는 건가. 반성은커녕 피해자를 오히려 역공하고 있다. 경찰, 검찰, 가해자들, 여당이 모두 눈감고 뭉개는데 그래도 법원이 진실을 말했다. 변호인은 “피해자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작은 위로라도 되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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