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대신 천 필터, 30초 뜸들이기.. 집커피 맛있게 만드는 법

이혜운 기자 2021. 1.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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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금단 현상' 걱정마세요, 집커피 맛있게 만드는 법!
<문화부> 헬카페-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시 다음으로 좋아했던 게 커피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서울 강남역 스타벅스에서 처음 맛본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향은 나를 반하게 만들었다. 그때부터 단골이 됐다. 시인의 꿈을 포기하고 달려가 말했다. 바리스타가 되고 싶어요!” <임성은 헬카페 대표>

<문화부> 헬카페-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대학교 때 만난 수염을 멋지게 기른 선배는 커피를 내릴 때 원두 무게를 잰 후 실험 기구 같은 걸 사용했다. 내가 커피에 크림·설탕을 넣으려고 하자 소리쳤다. 내 예술 작품에 뭐 하는 짓이야!” <다니엘 랭커스터 커피메이드베러닷컴 대표>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집에서 커피 마시는 방법도 진화하고 있다. 과거 인스턴트 믹스 커피에 물 타먹던 시대에서, 커피메이커에 분쇄된 원두와 물을 기계에 넣고 시작 버튼을 눌러 원두 커피, 혹은 에스프레소를 마시던 시대를 지나, 지금은 원두를 직접 갈고 커피를 추출해 마시는 ‘홈카페 3.0′ 시대다.

집에서 커피를 만들 때 기본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컵을 얼려서, 따뜻한 커피는 도자기 컵을 데워서 쓰고, 핸드 드립 커피는 천 필터로 내리는 것이 더 맛있다(앞에서부터).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지난 11일 관세청 등에 따르면, 카페 영업 제한에도 지난해 커피 수입액은 7억3778만달러(약 8100억원)로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대형 마트에서 커피 머신 판매도 늘었다. 서점에는 ‘지금 홈카페’ 등 관련 책이 출간됐다.

그런데 집을 카페처럼 꾸미고, 각종 도구를 사도 그 맛이 안 난다. 무엇이 문제일까. ‘카페 금단 현상’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국내 카페 업계에 ‘컬트 커피(독특하지만 마니아층이 강한)’를 선보인 임성은 대표와 미국에서 크래프트(나만의 수제) 커피 바람을 일으키고 최근 ‘나만의 커피 레시피북’을 발간한 다니엘 랭커스터 대표에게 ‘집커피 맛있게 만드는 법’을 배웠다.

<문화부> 헬카페-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갓 갈은 원두를 정수된 물로

임 대표는 스타벅스와 세가프레도 등에서 바리스타 일을 배운 후 2008년 무작정 이탈리아로 갔다.

“이 일을 업(業)으로 삼으려면 이탈리아를 가봐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에스프레소’는 ‘빠른(express)’에서 유래했거든요.”

프랑스에서 가장 잘 팔리는 커피 교과서인 세바스티엥 라시뇌가 쓴 ‘커피는 어렵지 않아'와 다니엘 랭커스터의 책 ‘나만의 커피 레시피북' 등에 따르면, 커피 역사는 기원전 850년 에티오피아에서 시작됐다. 최초의 카페는 1454년 사우디아라비아 메카에 문을 연 ‘카베 카네스’. 에스프레소 기계를 처음 선보인 사람은 1884년 토리노 박람회의 이탈리아 발명가 안젤로 모리온도지만, 아이디어를 낸 건 1820년 프랑스의 루이 베르나르 라보였다. 종업원들의 휴식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였는데, 그래서 에스프레소는 4분 안에 마시는 것이 관습이다.

프랑스인들이 종업원들의 업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아이디어를 낸 ‘에스프레소’는 4분 안에 마셔야 한다(왼쪽). 핸드 드립은 30초 정도 원두를 물에 적셔 뜸을 들인 후 조금씩 내린다(오른쪽). /이신영 영상미디어 기자

임 대표는 “에스프레소를 내릴 때 원두는 직전에 갈고, 정수된 물을 사용하라”며 “드립 커피는 종이보다 천 필터가 커피 기름을 더 많이 추출해 부드럽고 향이 좋다”고 했다.

“핸드드립할 때는 꼭 30초 동안 뜸을 들이세요. 처음 원두를 적셔만 놓고 30초 기다린 후 물을 조금씩 자주 부어가며 내리는 거예요. 원두 보관은 절대 냉장고에 하면 안 돼요. 밀폐 용기에 담아 붙박이장에 하세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만들 때 컵은 냉동고에 얼려서 사용하세요. 얼음도 위스키 얼음처럼 큰 걸 사용하면 더 맛있어요.”

랭커스터 대표는 “원두는 가장 최근에 로스팅한 걸 구입하라. 비싼 원두도 로스팅한 지 오래되면 아무 의미가 없다”며 “종이 필터를 사용할 때는 물로 한 번 헹구면 흙 맛과 종이 냄새가 없어진다. 물 온도는 섭씨 90~96도 정도인데 이건 한 번 끓고 난 후 1~2분이 지난 것과 비슷하다”고 썼다.

<문화부> 헬카페-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우유는 끓이지 말고, 잔은 데워서 사용

임 대표의 ‘헬카페’를 유명하게 만든 건 ‘헬라테’와 ‘클래식 카푸치노’. 그는 “집에서 라떼를 만들 때 절대 우유를 끓이지 마라”고 했다.

“우유는 끓이는 순간 단백질이 파괴돼 맛이 밍밍해져요. 뜨거운 물로 잔을 한 번 데우면 훨씬 맛있고요. 카푸치노를 만들 때 커피에 설탕을 미리 조금 탄 후 우유를 넣으면, 거품 위에 설탕을 뿌리는 것보다 맛이 더욱 조화로워져요”

랭커스터 대표도 “우유는 120ml 기준으로 전자레인지에 30초 정도만 데워라”며 “잔도 도자기잔이나 유리잔이 좋다”고 썼다. 카페 프라푸치노 메뉴가 그리운 사람들에게 추천하는 건 ‘모카 프라페'. 에스프레소와 바닐라아이스크림, 얼음, 우유, 초콜릿시럽을 넣고 믹서기에 갈기만 하면 완성이다. 자택근무로 밤을 지새우는 사람에게는 ‘레드아이’를 추천했다.

“(미국에서) 새벽 3시경 과제를 하는 대학생들이 자주 마시는 커피가 ‘레드아이'에요. 잠이 부족한데 깨어 있어야 할 때 절실하게 마시는 거죠. 에스프레소와 드립 커피를 섞은 후 기호에 맞게 크림과 설탕을 넣는 건데 그 조합이 놀라울 정도예요. ”

<문화부> 헬카페-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문화부> 헬카페- 영상미디어 이신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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