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82] 작심삼일과 벤쿄(勉强)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2021. 1. 15.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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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바뀌면 으레 새해 각오 한두 개씩은 마음에 품기 마련이다. 그런 각오가 오래가지 못하고 흐지부지되는 것을 ‘작심삼일’이라고 한다. 일본어의 작심삼일에 해당하는 말로는 ‘밋카보즈(三日坊主)’가 있다. 직역하면 삼일 승려라는 뜻으로, 승려가 되기 위해 출가를 하였다가 엄격한 불가의 수행을 참지 못하고 사흘 만에 속세로 돌아오고 만다는 의미에서 비롯된 관용구이다.

비슷한 말로는 ‘산가쓰테이킨(三月庭訓)’이 있다. 데이킨은 데이킨오라이(庭訓往來)의 준말로, 에도시대에 1월부터 12월까지 달별로 좋은 문장의 세시기(歲時記) 산문을 모아두었다가 서당에서 교육용으로 사용하던 습자(習字) 교재를 말한다. 산가쓰테이킨은 마음먹고 1년분 교재를 장만해 두고는 3월 부근에서 글 배우기를 포기한다는 의미로, 공부를 끈기 있게 하지 못하는 사람이나 경우를 빗대는 말이다.

조금 어려운 사자숙어로는 ‘요야론고(雍也論語)’, ‘인코사덴(隠公左伝)’ 등이 있다. 전자는 20편으로 구성된 논어의 제6편 옹야편에서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는 의미이고, 후자는 좌전(춘추좌씨전)의 첫 장 은공편에서 독서가 멈춘다는 뜻을 담고 있다. 시작한 것을 끝을 보지 못하는 의지박약함을 고전 읽기에 빗대 표현한 것이 고풍스러우면서도 해학적이다.

공부라는 뜻의 일본어 ‘벤쿄(勉強)’는 본래 ‘어려운 (또는 하기 싫은) 일을 억지로 해내다’의 뜻이었다. 그러던 것이 ‘학습’의 의미로 전화(轉化)한 것은 메이지 시대 들어서다. 새로운 지식이 세상을 바꾸는 시대를 맞아 지식을 익히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미덕으로 권장되면서 어렵고 힘에 부쳐도 참고 해낸다는 뜻의 벤쿄가 학습·공부의 의미로 고착되었다고 한다. 배움의 기쁨은 크지만 과정은 힘들고, 결과는 달지만 인내는 쓰기 마련이다. 새해에는 작심삼일이 아니라 ‘작심삼백일’ 정도는 해내는 ‘勉强’의 한 해로 만들기를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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