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취재 현장의 ‘무법자 유튜버’

오종찬 멀티미디어영상부 기자 2021. 1.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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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한 12일 새벽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입구에서 유튜버들이 이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다. / 오종찬 기자

지난달 23일 조국 전 장관의 아내 정경심 교수의 선고 공판이 열리던 날 서울중앙지법 앞에서는 정 교수의 지지자들과 반대자들 간에 고성이 오고 갔다. 몸싸움 직전까지 갈 정도로 상황은 점점 격해졌다. 현장에 모여든 유튜버 수십명은 경찰의 질서유지선을 넘나들며 이 모습을 생중계하고 있었다. 곳곳에서 유튜버가 진행하는 즉석 인터뷰도 이어졌다. 몸싸움을 주도하던 사람은 유튜버들에게 바로 캐스팅됐다. 격앙된 목소리로 상대 진영을 비판하면 유튜브 댓글 창에는 시청자들의 수많은 댓글이 주르르 달렸다. 이는 조회수만큼 돈을 받는 유튜버들의 수익으로 이어진다. 요즘 취재 현장의 흔한 풍경이다.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형기를 마치고 출소했던 날은 마치 유튜버들의 ‘잔칫날’ 같았다. 조두순을 가만두지 않겠다고 예고한 유튜버들 때문에 그가 출소하는 서울남부교도소에서부터 경찰의 철통같은 경호가 시작됐다. 조두순이 탄 차량이 나오려 하자 수십명이 교도소 앞에 드러누웠다. 그중 일부 유튜버들은 바닥에 누운 채 카메라를 향해 포즈를 취하고 연신 멘트를 쏟아냈다. 이를 제지하는 경찰과의 몸싸움도 서슴지 않았다. 경찰에게 붙잡혀 저지선 밖으로 끌려나가는 순간조차 셀프 카메라를 찍으며 유튜브 생중계에 열을 올렸다.

조두순 집이 있는 안산은 상황이 더 심각했다. 조두순이 안산보호관찰소에서 나올 때 그가 탄 관용차에 유튜버들이 경찰의 저지선을 뚫고 달려들었다. 거친 욕설과 함께 관용차를 걷어찼고 차량 위에 올라가 발을 구르기도 했다. 조두순 집 앞으로 찾아온 유튜버만 150여 명. 짜장면을 시켜 먹는 유튜버도 있었고, 그걸 지켜보던 다른 유튜버가 ‘개념이 없어서 때려주겠다’라며 주먹을 휘두르는 장면이 그대로 유튜브에 나갔다. 이들이 상식을 뛰어넘는 과격한 행동과 거친 말을 내뱉는 것은 오로지 조회수 때문이다. 남들보다 자극적이어야 조회수가 올라간다고 믿는다. 조두순을 끝까지 잡고야 말겠다던 유튜버들은 며칠 만에 집 앞에서 모두 사라졌다. 조두순으로는 더 이상 조회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최근 현장에는 달려드는 유튜버들 때문에 경찰 몇 개 중대가 동원되는 경우가 많다. 유튜브를 찍기 위해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뉴스를 접하는 독자들에게 돌아간다. 현장 상황을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 기자들은 질서를 만들고 현장에 개입하지 않는다. 그렇게 만들어진 것이 포토라인이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는 경찰이나 주최 측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물불 가리지 않는 일부 유튜버의 문제점은 질서를 순식간에 무너뜨리고 현장을 훼손하는 데 있다. 그들은 표현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단지 조회수를 올리기 위한 퍼포먼스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취재 현장이 더 이상 무법자 유튜버들의 쇼를 위한 무대가 돼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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