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한복사랑 첫 세대

윤소정 2021. 1. 1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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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한복의 전성기가 언제냐고 묻는다면, 나는 지금이라고 답하고 싶다.

지난 3일(현지 시각) 한국계 미 연방 하원 의원인 메릴린 스트리클런드는 한복을 입고 취임식에 참석했다. 그 같은 공인만 한복을 즐겨 입는 건 아니다. 요즘 신세대들은 ‘뉴트로(New-tro·새로운 복고)라는 말이 대세가 되기 전부터 한복을 입고 세계 여행을 가며 놀았다. 함께 모여 한복을 공부하고 만드는 모임도 생겼다. 그 모임 1세대들이 지금 유명 한복 디자이너가 됐다.

/일러스트

대표적인 디자이너가 블랙핑크 한복으로 유명한 단하주단의 단하 대표다. 그는 한복을 만들고 입으며 놀던 취미가 직업이 됐다고 한다. 한복문화활동가 권미루씨는 직접 만든 한복을 입고 한국에서 사계절을 체험해 본 후 전 세계 어디든 못 갈 곳이 없겠다고 생각해 한복을 입고 세계 여행을 떠났다. 황이슬 디자이너는 한복을 입고 생활해보니 불편한 점이 많아 새로운 디자인의 생활 한복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들 모두 한복을 입고 생활하는 동안 몸의 불편함보다 자신을 불편해하는 다른 사람들의 태도가 더 힘들었단다. 혹시 결혼식 가는 길인지 묻기도 하고, 무속인은 아닌지, 심지어 관종(관심종자) 아니냐는 질문까지 들었단다. 불편한 시선과 상처가 되는 말을 들으며 이들은 한복을 일상에서 입어도 아무렇지 않은 문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됐다고 했다.

그래서 일부러 한복 입고 홍대 앞도 가고, 벚꽂 놀이도 가고 했는데, 십여 년이 흐른 지금은 실제로 많은 젊은이들이 한복을 입고 그렇게 놀고 있다.

우리 옷 한복을 진흥하려는 정책은 계속 있어왔지만, 지금 젊은 층의 한복 사랑은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바라왔던, 처음 경험하는 아래로부터의 한복 사랑 움직임이어서 더욱 소중하다. 일본인들의 기모노와 유타카 사랑도 서양문화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지나 자문화에 대한 열등감 없는 세대가 등장하며 깊어졌다고 한다. 우리도 과연 그런 세대가 등장해줄까 막연한 기대를 품었었는데, 지금 바로 그런 세대를 마주하고 있다. 지금 신세대에게 한복은 핫한 스타일의 개념 소비이며 뉴트로와 자연주의 트렌드로 그 영역이 확장되고 있어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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