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점슛 1등인데 팀 순위는 꼴찌

이영빈 기자 2021. 1. 15. 03: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스포츠 포커스]
3점슛 최다 DB, 리그 최하위.. 선두 KCC는 가장 적게 넣어
접전땐 성공률 떨어져 2점슛 유리 "골밑 돌파 잘해야 성적 좋아져"

농구 3점슛은 화려하다. 골대로부터 6.75m 거리에서 던진 슛이 긴 포물선을 그리며 정확하게 림 그물을 뒤흔드는 모습에는 전율마저 느낀다. 2015년 세계 최고 수준 리그인 NBA(미 프로농구)에서 상대적으로 단신인 스테픈 커리(190㎝·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3점 라인 훨씬 뒤인 8~9m에서 던지는 3점포로 팀을 우승시켰다. 그 뒤 3점슛은 농구계에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국내 남자농구(KBL)도 마찬가지다. 2016-2017시즌 6.5개였던 팀 평균 3점슛 성공 개수가 올 시즌은 8.1개에 이른다. 8.17개인 역대 최다 시즌(2004-2005시즌)에 가깝다.

◇3점포와 성적은 역순?

데이터 수식으로 따져보면 3점슛이 2점슛보다 낫다. 보통 한 팀의 3점슛 성공률은 35% 정도다. 3x0.35로 산출되는 기댓값은 1.05. 즉 슛 한 번당 기대할 수 있는 득점이 약 1.05점이라는 의미다. 2점슛은 50%로 1점. 따라서 3점슛을 10번 던지면 10.5점, 2점슛을 10번 던지면 10점이 기대 점수다. 똑같은 시도 수인데, 0.5점 정도 더 많은 점수를 만들어낸다는 계산이다.

3점슛 많이 넣을수록 팀 성적도 좋아질 법한데, 통계는 반대다. 올 시즌 한국프로농구(KBL)에서 선두 KCC는 3점슛이 제일 적고, 꼴찌 DB가 제일 많다. 사진은 DB 두경민이 3점 슛을 던지는 모습. /KBL

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팀 성적은 3점슛을 많이 넣을수록 좋아야 한다. 하지만 올 시즌 KBL은 정반대다. 14일 기준 리그 10팀 중 3점슛을 가장 많이 적중시킨 팀은 리그 최하위의 원주 DB다. 한 경기당 9.4개의 3점슛을 터뜨렸지만, 성적은 8승22패다. 둘째로 많은 9.1개의 3점슛을 넣은 창원 LG도 9위(11승 19패)로 처져 있다. 성공률도 각각 36.8%, 34.3%로 나쁘지 않은데 성적이 밑바닥을 헤맨다.

반대로 최근 10연승 행진을 이어가면서 리그 선두를 질주 중인 전주 KCC는 리그에서 3점슛이 가장 적다. 경기당 7.0개를 적중시켰다. 2위인 고양 오리온도 7.3개로 리그에서 8번째다.

올해 NBA에서도 KBL과 비슷한 현상이 일부 벌어지고 있다. 14일 기준 10승 3패로 리그 1위인 LA 레이커스의 3점슛 성공 개수는 30팀 중 19번째(12.5개)다. 2위인 보스턴 셀틱스도 20번째(12.2개). 반면 리그 29위인 토론토 랩터스의 3점 성공 개수는 넷째(16.9개)로 많다.

◇ ‘외화내빈’ 3점슛·'외유내강' 리바운드

3점슛이 농구의 공격 전술에서 중요한 전술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지나치게 의존하면 오히려 독(毒)이 된다. 높은 3점슛 성공률을 위해선 약속된 움직임으로 오픈 찬스를 만들어야 한다. 이런 복잡한 전술을 접전 상황에서 구사하기란 쉽지 않다. 실제 DB가 올해 경기 도중 역전을 한 횟수는 평균 2.6회로 제일 적었다. LG는 2.7회로 8위였다. 중요한 상황에서 역전을 잘 못한다는 뜻이다. 이상윤 SPOTV 해설위원은 “3점슛은 전날 15% 넣는 팀이 다음 날 45%를 넣을 정도로 기복이 심하다”며 “접전 상황에서는 확률 높은 2점이 더 유리하다”고 했다.

팀 성적은 화려한 3점포보다는 견실한 리바운드에 의존한다. 3점슛을 가장 많이 넣은 DB와 LG는 리바운드에서 각각 7위(34.8개), 8위(34.0개)로 처져 있다. 반대로 현재 선두인 KCC는 경기당 리바운드가 39.1개로 1위이다. 2위인 오리온도 3점슛 성공 개수는 9위에 머물렀지만, 리바운드(평균 36.6개)는 리그 3위다.

손대범 KBS N 해설위원은 “3점슛을 많이 던진다는 것은 골밑으로 파고들 방법이 없어 생긴 고육지책일 수도 있다”며 “실제 서울 SK도 골밑 돌파 능력이 좋은 가드 김선형이 부상당한 뒤 3점슛이 많아졌다”고 했다. 김선형이 발목 부상으로 결장한 지난 5일부터 SK의 경기당 3점슛 개수는 9.0개다. 시즌 평균(7.6개)보다 1.4개 많아졌다. 손 위원은 “3점슛 위주 전술이 효과적이려면 스테픈 커리처럼 폭발적인 3점 슈터가 있어야 하는데, KBL에는 아직 없는 것 같다”고 했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